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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칼럼]행복한 노년을 준비하라 "노욕(老慾)을 버려라”

행복한 Diamond 세대를 위하여

(조세금융신문=김미양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나이가 들면 입은 닫고 지갑을 열어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아마도 이 말은 나이가 들면 인색해지고 남의 일에 참견하기 쉬운 노인의 심리적 특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표현이 아닌가한다. 나도 모임에서 2~30대가 눈이 마주쳤는데도 인사를 하지 않는다거나 식사를 할 때 연장자보다 먼저 수저를 들거나 맛있는 것만 챙겨 먹으면 아니면 일단 눈에 거슬리고 마음이 불편하다가 대화 내용에 동의할 수 없는 것이 있으면 불편한 감정까지 넣어 한마디 하고야 말아 급후회한 경우가 있다.

 

돌아오며 “내가 나이드는 티를 내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했다. 그런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함께 식당이라도 가면 지갑이라도 먼저 열어야지 결심하지만 내 지갑을 선뜻 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가끔 어르신 중에 실컷 자산을 형성한 과정과 더불어 본인이 얼마나 자산가인지 이야기하지만 정작 먹는 것과 입는 것은 거칠어서 그런 분을 보며 “좋겠네. 돈이 많아서….”하는 생각보다 “오히려 왜 저렇게 살지?”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분이 있다.

 

시중에 “쓰고 가는 돈이 내 돈”이라는 말이 회자되는데 플라스틱머니의 출현으로 실제 돈이 내 손을 거치지 않고 봉급이 통장에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요즘 세상에는 더욱 실감나는 이야기이다. 생각해 보자.

 

통장에 잔고가 몇 백억이 있는 자산가와 잔고가 일천만원이 있는 중산층이 일상생활 영위를 위해 쓰는 생활비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겠는가? 통장잔고는 엄청나게 큰 차이가 있겠지만 삶의 질 문제로 따지자면 만족감과 행복감은 오히려 후자의 경우가 더 클 수도 있을 것이다.

 

며칠 전에도 오랜 만에 지인을 만나 밥을 먹으며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물론 사람에 따라 쌓이는 통장잔액을 보며 행복감에 충만한 경우도 있을 테지만 도를 넘어 주위 사람들에게 인색하다는 인상을 준다면 한번은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나와 밥을 먹은 그 분이 아는 분이 있는데 과거라면 검소하다고 칭송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생활의 양식이 바뀌어서인지 더이상 과도한 절약을 타인에게 미덕으로 칭송받지 못한다. 타인의 시선이 두려운 것이 아니라 개인의 일생은 한 번 뿐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수년간 옷도 한 벌 제대로 사 입지 않고 돈을 모으기에 그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당신은 지금 누구인지도 모를 당신의 며느리를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돈을 모으는 거야?” 그랬더니 한동안 답을 못하고 며칠 지나 그 질문에 정신이 번쩍 들더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요즘은 옷도 제법 사 입어서인지 예뻐지고 활기차 보이더라고 했다.

 

노년의 미덕은 겸손과 절제다

 

이십여 년 전 과천에 이사가서 자리잡고 한 동에 사는 보석가게 주인이 있어 가끔 들리면 이것저것 해보고는 슬그머니 내려놓고 오곤 했다. 그 때는 아이들이 어리고 교육비 지출비중이 높아서 나를 위한 지출은 생각할 수가 없을 때라 무엇을 선뜻산다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그 때 나를 향해 “어울릴 때 해. 우리 나이되면 못해….”라고 말씀하시던 어르신들이 가끔 생각난다. 세월이 흘러 나도 그런 작은 목걸이는 손이 둔해져 잠금장치하느라 진땀나는 것이 싫어 빼고 걸기 편하게 두번 돌리는 것을 하거나 아예 안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변화가 오게 마련이다. 심리적으로, 신체적으로 과거와 다르게 기능이 저하된다. 이것을 깨닫고 순응하는 것이 아름답게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오년 전 사진 속의 나와 최근에 찍은 사진 속의 나는 분명히 나이들어 있다. 그것이 순리이다.

 

그런데도 영원히 살 것처럼 미래를 대비하느라 나에게 남은 날들을 여전히 옹색하게 사는 것은 인생의 반환점을 돌아선 시점에서 본다면 어찌 보면 과한 욕심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노자의 <도덕경>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죄악 중에 탐욕보다 더 큰 죄악이 없고 재앙 중에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이 없고 허물 중에는 욕망을 채우려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

 

이렇듯 노자는 이미 오래전에 탐욕이 죄악임을 천명하고 있다. 탐욕은 돈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심지어 나이가 들어서도 돈이나 지위, 명예 등을 떨치지 못하고 집착하는 경우도 있다. 한나라 소광과 소수(소광의 조카)는 태자태부와 태자소부라는 벼슬을 하고 나이가 들어 은퇴하자 전송하던 많은 구경꾼들이 어질다고 칭송한 시가 있다.

 

“누가 부귀를 사랑하지 않으며/ 누가 임금 은총 그리워하지 않으리/ 나이가 높으면 마땅히 은퇴를 고해야 하고/ 공을 세운 후엔 은퇴함이 옳도다/ 젊을 때는 한결같이 비웃고 꾸짖고는/ 늙어서는 대부분 악습을 따라 사퇴 않네”(誰不愛富貴, 誰不戀君恩. 年高須告老, 名遂合退身. 少時共嗤誚, 晩歲多因循.)

 

나이가 들수록 벼슬의 짐을 내려놓아야 오욕을 면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의 운세를 초년, 중년, 말년으로 나누어 보는데 말년 운이 좋아야 한다. 말년 운이 좋으려면 노욕을 버려야 하는 것이다.

 

과거 정착생활을 하던 농경사회에서는 경험이 가장 중요했으나 오늘날 유동적인 산업사회에서는 변화에 적응하는 탄력성이 보다 중요하다. 예전의 명예나 이권(利權) 따위를 세월이 지났음에도 취하려는 것이 ‘노욕’이요, 추억만을 먹고 살고자 하는 것도 다름 아닌 ‘노욕’이라 할 것이다. 이는 다음과 같은 채현국 효암학원 이사장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농경시대에는 나이 먹을수록 지혜롭지만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지혜보다는 노욕의 덩어리가 될 염려가 더 크다. 농경사회에서는 욕망이 커봤자 뻔한 욕망밖에 안 되거든. 지가 날 수도 없고 기차 탈 수도 없고 자동차도 못 타니까 그랬는지 확실히 농경사회의 노인네는 경험이 중요했지. 지금은 경험이 다 고정관념이고 경험이 다 틀린 시대입니다. 먼저 안 건 전부 오류가 되는 시대입니다. 정보도 지식도 먼저 것은 다 틀리게 되죠. 이게 작동을 해서 그런지 나이 먹은 사람들이 지혜롭지 못하고 점점 더 욕구만 남는 노욕 덩어리가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인생 100세 시대를 맞아 ‘노욕’(老慾)은 더욱 조심하여야 할 것이다. 노욕의 의미는 ‘노인이 그 나이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부리는 욕심’이라고 정의한다면 노년의 미덕은 겸손과 절제다.

 

제 욕심만 차리다가는 인생이 추해진다. 욕(慾)이 욕(辱)이 된다. 자기 성찰이 없는 노년은 참으로 궁색하다. 나무는 때를 안다. 언제 잎을 버려야 할지 알고 있다. 무성한 잎을 망설임 없이 땅으로 돌려준다. 나무가 전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자. 끝까지 움켜쥐는 것은 결국 나무를 해치는 것처럼 인간에게도 해롭다.

 

이제 인생의 나이가 가을을 향해 가는 우리도 지난 여름처럼 더 이상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생각에 함몰되지 말고 집착을 놓고 욕심을 버리고 가볍고 즐겁게 살자.

 

[프로필] 김 미 양

•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 교육학박사 • 에듀플랫폼 대표
• 인성교육, 생애주기에 따른 인생설계, 행복100세, 마음관리 강의
• 안양지청 예술치료전문 위원
• ‘달 모서리에 걸어둔 행복’ 저자

• 한국문인 등단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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