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5 (금)

  • 맑음동두천 -1.7℃
  • 맑음강릉 5.7℃
  • 맑음서울 0.3℃
  • 맑음대전 2.9℃
  • 맑음대구 4.2℃
  • 맑음울산 4.5℃
  • 맑음광주 5.0℃
  • 맑음부산 5.5℃
  • 맑음고창 3.9℃
  • 구름조금제주 8.8℃
  • 맑음강화 0.4℃
  • 맑음보은 1.4℃
  • 맑음금산 2.7℃
  • 맑음강진군 5.8℃
  • 맑음경주시 4.5℃
  • 맑음거제 4.8℃
기상청 제공

문화

[전문가칼럼]아름답게 돌아가고 싶은 바람

 

(조세금융신문=김미양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요양병원에 모신 어머니를 뵙고 나온 밤거리는 조금 춥지만 그래도 불빛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나는 늘 그렇게 생각했었다. “나도 시어머니처럼 나의 두 아들들의 부인에게 현명한 시어머니가 되어주어야지….” 늘 과함도 없고 부족함도 없으셨던 어머니와의 기억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신혼여행 다녀온 후 직장에 출근하는 첫날이 인상적으로 떠오른다.

 

출근 전에 집안 청소를 하고 가야하는 것 아닌가 싶어 살그머니 거실을 비질하고 있었더니 방문을 여시고 “네가 계속해서 할 수 있으면 해!” 하시기에 얼른 올라가 옷 챙겨 입고 출근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나의 기준은 늘 “이것을 내가 계속해서 할 수 있는 것인가?”였다. 그래서인가? 아이들에게도 너무 얽매이지 않고 살 수 있었고 꾸준히 일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렇게 현명하고 단정했던 어머니도 시간의 흐름 앞에 노인이 되어가셨는데 노인에게 필연적으로 오는 병을 비켜가지 못하시고 몇 년을 힘들게 보내셨다. 그래도 여전히 품위있게 병과 맞서셨는데 지난 6월부터는 꼼짝을 못하시고 와병하게 되시자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 많이 힘들어 하셨다.

 

아주버님은 먼 나라에서 근무하느라 어머니가 아프신 데도 제대로 모시지 못해 나중에 회한으로 남을까 취업도 미루고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또 동서는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매 주말이면 올라와 시어머니를 보살피고 가셔서 형님 내외에 늘 고맙고 감사한 마음은 커졌다. 서로 미루기를 할 생각도 없고 의도도 없었지만 어느 틈에 아주버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신 어머니를 간병하는 것은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다른 가족에 비해 자녀들이 젊고 일단 일선에서 물러나 제 2의 삶을 준비하는 시기여서 온전히 어머니를 모실 수 있었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홀로 남으신 아버지가 저렇게 거동을 못하게 되면 나도 저렇게 잘해드릴 수 있을까? 했었지만 결국 어머님을 요양병원에 모시게 되었다. 그 때 떠오른 속담이 ‘긴 병에 효자 없다’라는 속담이었다. 그 속담이 얼마나 아픈 속담인지도 알게 되었다.

 

자신의 방에서 마당을 바라보며 삶을 마무리 지으시기를 원하셨지만 계속되는 통증과 꼼짝 못하는 육체적 고통은 때로 그대로 간병하는 자녀들과 요양보호사에게 전해져 주변에 계신 분들도 발병하기 시작하자 전문적인 의료시설에 모시는 것이 좋다는 주변의 말씀과 조언을 받아들여 결국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모시게 된 것이다.

 

본인이 막상 병원에 간다고 하셨으면서도 병원에 적응하는 것은 쉽지 않았고 간간히 집에 다시 가시고 싶다고 하셔서 마음이 저렸지만 오늘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긴 무스탕 코트를 입은 나를 보며 “러시아 다녀왔느냐?”고 해서 “왜요?” 하였더니 “그 털옷 사러 갔다 왔나 했지”하며 예전처럼 유쾌한 농담을 건네시고 “빨리 집에 가서 집 잘 보라”고 당부도 하신다. “집 누가 떼매 가나 잘 볼게요.” 했더니 이가 빠진 얼굴로 함박 웃으신다.

 

그 웃음을 보고 나와서 인지 오늘 밤은 마음이 놓인다. 그래서인가? 밤길을 걷는 마음이 가볍고 춥지만 불빛이 아름답게 느껴졌을 것이다.

 

사람은 당해 보기 전에는 그 고통의 크기와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 노인 간병의 고통과 부담도 그 중의 하나인데 문제는 그것이 점점 늘어간다는 것이다. 노인 1명당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고 간병 스트레스는 심신의 고통까지 불러온다고 한다.

 

그런데 중증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비용은 하루에 7만 5000원으로 한 달에 대략 225만원이 필요하고 병원에 모시면 비용은 이보다 더 증가하게 되므로 60대 부부가 생각하는 최소생활비 167만원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61.7%의 노인 빈곤율은 이를 뒷받침하는 수치로 결국 노년의 배우자나 노인이 된 자녀가 노인 환자를 돌보는, 노노(老老)간병 환자라는 말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간병비 부담이 크다 보니 일단 간병을 직접 하긴 하는데 간병가족이 받는 심신의 스트레스는 매우 크다고 한다. 환자 보호자는 우울증에 노출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해 본 적도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도 있고 배우자를 간병하지 않는 노인의 경우 사망률이 일반인의 1.08배였지만, 장애를 지닌 배우자를 간병까지 하는 노인의 사망률은 1.63배였다는 미국의학협회(AMA)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결과를 보면 간병이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로 치부될 일은 아닌 것 같다.

 

현재 우리나라 평균 수명은 79살이고, 건강을 유지하는 건강 수명은 73살로 평균적으로 노년 6년은 병치레를 해야 함을 의미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치매뿐만 아니라 노인성 질환인 파킨슨병, 중풍, 뇌졸중 등 남의 도움을 받아 생활해야 하는 간병상태도 길어지고 있다.

 

이 같은 질병은 치료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고령사회에서 건강한 장수는 모두의 꿈이지만 ‘아픈 상태에서 오래 사는 것’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에 국가는 2008년 7월 1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수발보험’이라고도 불린다.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으로 인하여 일상생활을 혼자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 등에게 신체활동 또는 가사지원 등의 장기요양급여를 사회적 연대원리에 의해 제공하는 사회보험 제도로 수급자에게 배설, 목욕, 식사, 취사, 조리, 세탁, 청소, 간호, 진료의 보조 또는 요양상의 상담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장기요양급여를 제공한다. 이미 오래 전부터 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는 선진국들은 앞서 다양한 방식으로 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 중에 있다.

 

또, 정부는 간병 문제 해결을 위해 2013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간병인이나 가족 대신 의료기관의 간호사나 간호조무사 등의 인력이 투입돼 24시간 전문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제도로 건강보험이 적용돼 간병비 부담도 적다.

 

간병인 구인 비용의 4분의 1밖에 들지 않아 이용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지만, 중소병원 간호사 인력난이 심각해 지방은 간호사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간호 인력 수급 문제 등으로 전체 의료기관의 20% 정도만이 이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노인인구 700만 시대, 노년의 건강악화에 간병까지 맡아야 하는 노노간병 문제를 해결할 만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우리 사회는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동시에 간병문제의 고통도 시간이 흐를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가족관계 변화는 간병의 고통을 더욱 부풀린다. 대부분 독자이거나 기껏해야 자녀수가 1~2명에 불과한 자녀들을 생각하면 그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간병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하겠다.

 

간병보험이 모든 해결책은 아니지만 적어도 중요한 준비 수단임에는 분명하다. 특히, 여성의 경우 남성보다 평균수명이 6살 정도 길고, 치매 발병률도 1.7배 정도 높기 때문에 연금뿐만 아니라 간병자금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그리고 요양병원에 가는 것에 대한 마음의 벽을 본인이 건강할 때 허물어 두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어머니를 병문안 오신 이모님 내외가 사시던 집을 내놓고 시니어타운에 들어갈 준비를 하셨다고 한다. 이미 팔순이 넘어 매일 식사준비 하는 것도 번거롭고 앞으로의 병치레를 위해 미리 건강할 때 들어가기로 했다는 두 분을 보며 나도 적절한 시기에 미리 들어갈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리미리 준비를 하지 않으면 죽음으로 향하는 길이 자칫 본인과 자녀들에게 고통이 될 수도 있다. 요즘 그런 생각이 절실히 든다. 올 때는 축복이었던 이 길이 갈 때는 왜 이토록 절망스러울까?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던 천상병 시인처럼 나도 아름답게 돌아가고 싶다.

 

[프로필] 김 미 양

• 한국분노조절교육협회 회장

• 교육학박사 • 에듀플랫폼 대표
• 인성교육, 생애주기에 따른 인생설계, 행복100세, 마음관리 강의
• 안양지청 예술치료전문 위원
• ‘달 모서리에 걸어둔 행복’ 저자

• 한국문인 등단 수필가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
[초대석]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 최시헌 회장, 김선명 대표 "변화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최고의 세무서비스"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사진=이학명 기자) 지난 2023년에 이어 2025년에 치러진 한국세무사회 제33대와 제34대 임원 선거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돼 3년째 주요 회직을 수행해 온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부회장이 올해 1월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를 설립하고 최고의 세무 컨설팅과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본격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국세공무원을 마감한 최시헌 세무사가 회장직을 맡았고, 세무 고시 출신의 김선명 세무사는 대표세무사로서 법인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김준성, 김민식, 박정준, 민규태 세무사 등 4명의 젊은 세무사가 합류해 분당 본점과 분당 서현, 경기 광주, 서울 용산 등을 거점으로 하여 활발한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 낙엽이 거리를 뒤덮고 있던 11월 중순, 분당 본점에서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세무사를 만나 와이즈앤택스의 설립 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법인을 어떻게 이끌어 갈 예정인지 알아봤다. Q. 우선 성공적인 법인 설립을 축하합니다. 올해 1월 각자 활동하시던 세무사사무소를 합쳐서 새로운 세무법인을 설립하셨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최시헌 회장) 저는 20년 연말 대구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공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