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9 (화)

  • 맑음강릉 33.9℃
기상청 제공

[예규·판례] 노동위 명령 불복한 회사, 지시 불복한 직원…대법 "징계 부당"

복직 명령에도 전보조치 유지…따르지 않자 징계해고

<strong>대법원</strong> [사진=ⓒ조세금융신문]
대법원 [사진=ⓒ조세금융신문]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노동위원회의 구제 명령에 반하는 업무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근로자를 징계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최근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팀장의 업무지시를 상습적으로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2015년 12월 품질관리팀에서 시스템관리팀으로 전보 조치됐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듬해 6월 회사의 전보 발령이 부당하므로 A씨를 원직 복직시키라는 구제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회사는 명령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고 원직 복직 명령도 이행하지 않았다. A씨는 노동당국의 구제명령을 근거로 회사 지시를 계속 거부했다.

 

법원은 2017년 3월 회사의 전보 발령이 정당했다며 구제명령 취소를 선고했다. 같은 해 6월 A씨의 항소도 기각돼 판결이 확정됐다.

 

판결 확정 이후 회사는 '상습적 업무지시 거부'를 이유로 A씨를 해고했다. 이번에는 A씨가 해고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구제명령 취소 판결을 근거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하고 다시 재판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우선 "사용자가 구제명령에 반하는 지시를 하고, 근로자가 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징계하는 것은 구제명령의 무효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당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A씨의 사례와 같이 구제명령이 뒤늦게 취소된 경우에는 징계할 수 있지만 자세한 사정을 따져봐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징계사유가 정당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개별 업무지시의 내용과 경위, 거부 행위의 동기와 양상, 구제명령에 대한 근로자의 신뢰 정도와 보호 가치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구제명령을 취소하는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까지는 구제명령을 신뢰하고 행동한 원고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없다고 볼 여지가 많다"며 "판결 선고 전에 있었던 업무지시 거부 행위들의 경우 그런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관계자는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의 구제명령에 반한 사용자의 업무지시'를 거부한 행위에 대한 징계의 정당성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상법 개정, ‘주주권 강화’ 명분에 가려진 기업 현실
(조세금융신문=양학섭 편집국장) 지난 7월 3일, 기업 경영의 틀을 바꾸는 1차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포된 개정안에는 이사의 충실의무 명문화, 독립이사 제도 강화, 감사위원 선임 시 3%룰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이번 상법 개정안은 단순한 법 조항의 손질을 넘어, 기업 지배구조의 권력 중심이 경영진에서 주주로 옮겨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추가로 논의 중인 법안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집중투표제 확대, 배임죄 적용 요건 정비 등 주주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재벌 중심의 폐쇄적 지배구조에 대한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온 가운데, 이번 개정은 우리 기업 환경이 '주주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늘 그렇듯, 제도의 의도가 현실에서 그대로 작동하지는 않는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문화한 것은 자본시장에서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치다. 그간 다수의 이사들이 ‘회사를 위한 결정’이라며 무책임하게 의사결정을 내리고, 손실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해 왔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법의 칼날은 양날이다. 충실의무가 자칫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