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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규·판례] 폭언·학대 받은 다음날도 골프 접대하다 심정지…법원 “산재 인정”

근로복지공단은 ‘산재’ 불인정...법원 “불가피한 라운딩에 신속 치료 기회 놓쳐”

 

(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회사 대표에게 폭언과 학대를 받은 다음 날에도 골프 접대를 하다 심정지로 숨을 거둔 직원이 법원에서 산업재해를 인정받았다.

 

16일 서울행정법원 8부(판사 이정희)는 숨진 직원 A씨의 아내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A씨 측 승소로 판결했다. “유족급여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한 A씨 측 주장이 받아들여졌다. 법원은 소송비용도 공단이 부담하도록 했다.

 

A씨는 2019년 한 아파트 분양대행사에 마케팅 본부장으로 경력 입사했다. 회사 대표는 2021년 10월 무렵 업무 실적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A씨를 질책했다. 일주일에 한 번꼴로 “일 똑바로 안 하면 있을 필요 없다”, “형편없는 사람”, “때려쳐라, 새X끼야”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

 

폭언을 들은 다음 날에도 A씨는 회사 대표와 발주처 부장을 상대로 골프 접대를 해야 했다. 평일 낮 12시께부터 식사와 함께 소주를 1병씩 나눠마신 뒤 골프를 쳤다. 하지만 A씨는 골프를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쓰러졌다.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사망했다.

 

A씨의 아내는 “A씨가 과중한 업무와 실적 스트레스, 골프 라운딩 등으로 인해 사망했다”며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근로복지공단은 2022년 4월,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유족급여 등을 지급하지 않기로 처분했다.

 

법원은 A씨 측인 낸 소송에서 업무상 재해(산재)를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의 해당 처분은 위법하므로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A씨가 수급실적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심정지 발생 24시간 전에도 대표에게 폭언을 들었고, 골프 초보자라 뛰어다닐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당시 체력적인 부담이 상당히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업무를 위한 불가피한 골프 라운딩으로 인해 신속하게 치료받을 기회를 상실했다”며 “골프장이 산속에 있어 119구급차가 A씨를 병원으로 이송하는 데까지 40분이 넘게 걸렸다”고 지적했다.

 

A씨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결과, 의사가 “사망 원인으로 스트레스와 발병 직전의 음주, 급격한 신체 활동 등을 모두 제외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도 판단 근거였다.

 

1심 판결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현재 이 판결은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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