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엔씨소프트가 2025년 3분기 실적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본업 개선보다는 일회성 요인에 따른 결과로, 향후 실질적인 수익 회복은 신작 ‘아이온2’의 성과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하반기 지스타와 신작 출시에 총력을 기울이며 반등의 기회를 모색하는 가운데, IP(지식재산) 중심의 구조에서 얼마나 ‘다음 세대 성장 동력’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엔씨소프트는 11일 2025년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600억원, 영업손실 75억원, 당기순이익 347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6%,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퇴직 위로금 등 일회성 인건비 요인에 영향을 받았다. 반면 순이익은 본사 건물인 ‘엔씨타워1’ 매각 대금이 반영되며 흑자 전환했다.
이번 실적은 숫자상으로는 ‘흑자 전환’이지만, 근본적인 사업 경쟁력 회복으로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매출 감소세는 3분기에도 이어졌고, 국내 매출은 2178억 원으로 여전히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내수 의존도가 높았다.
다만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는 뚜렷했다. 엔씨소프트의 해외 및 로열티 매출은 4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성장,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리니지2M’의 동남아 진출, ‘BNS NEO(블레이드앤소울 네오)’의 중국 매출 증가, ‘리니지M’의 대만 흥행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플랫폼별로는 모바일 게임 매출이 1972억원, PC 게임이 877억원으로 집계됐다.
모바일 중심 구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신규 글로벌 시장에서 IP 수명이 연장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다만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리니지·블소 중심의 기존 IP가 아직 매출 비중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신작 라인업의 성공 없이는 장기 성장세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엔씨소프트는 오는 13일부터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 2025’에 최대 규모(300부스)로 참가한다. 이번 부스에서는 11월 19일 출시되는 ‘아이온2’를 비롯해, 2026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신더시티’,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타임테이커즈’ 등 신작 3종을 공개한다. 이외에도 미공개 신작 1종을 현장에서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특히 ‘아이온2’는 16일부터 사전 다운로드 및 캐릭터 커스터마이징 이벤트를 시작하며 흥행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서버 수용 인원을 증설하고 신규 서버를 추가 오픈하는 등 서비스 안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아이온2는 오는 19일 0시,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 출시된다.
시장에서는 4분기 아이온2의 성과가 엔씨소프트의 실질적인 실적 회복 여부를 가늠할 핵심 변수로 보고 있다. 모바일 MMORPG 장르 내 경쟁이 치열한 만큼, 기존 리니지 시리즈 이용자층을 얼마나 이탈 없이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다. 아이온2는 원작 대비 그래픽 품질과 전투 시스템을 대폭 개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엔씨 내부에서도 “리니지의 후속이 아닌 독자적 세계관”을 강조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기대와 경계가 엇갈린다. IBK투자증권 이승훈 애널리스트는 “현재 주가는 신작 사이클 초입 구간으로 평가된다”며 “11월 19일 출격하는 ‘아이온2’가 리니지 IP 중심에서 벗어나 BM(비즈니스모델) 다변화 및 글로벌 확장을 이끄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진투자증권 정의훈 연구원은 “‘아이온2’ 초기 흥행에 성공할 경우 내년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며 “엔씨소프트는 11월 ‘지스타 2025’ 참가를 통해 신작 모멘텀을 본격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반면 신한투자증권 강석오 애널리스트는 “‘아이온2’ 공개에도 이익 회복 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엔씨소프트는 신작 라인업 흥행 여부가 불확실하며, IP 리빌딩이 아직 완료된 상태는 아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기 실적을 두고 ‘단기적 반등의 신호’로 보되, 근본적 체질 개선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동산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면 본업의 뚜렷한 성장세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다만 해외 매출 비중이 40%를 돌파한 점은 구조 변화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IP 리빌딩’과 ‘글로벌 확장’을 키워드로 삼고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 모바일 캐주얼·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센터를 신설하고, 북미·유럽 현지 마케팅 역량 강화를 추진 중이다. 특히 엔씨타워 매각 이후 확보된 현금 유동성은 개발 투자 확대에 활용될 전망이다.
하지만 업계 전반의 MMORPG 성장세 둔화, 환율 변동성, 인건비 상승 등은 여전히 리스크로 꼽힌다. 엔씨소프트가 ‘아이온2’를 기점으로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4분기 실적이 향후 몇 년간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숫자로 보면 흑자, 내용으로 보면 숙제다. 엔씨의 3분기 실적은 ‘지스타 전야제’이자 ‘아이온2’의 전주곡에 불과하다. 건물 매각으로 잠시 쉬어간 숨 고르기 뒤, 진짜 시험대는 이제부터다. IP 의존의 굴레를 벗고 ‘새로운 엔씨’로 도약할 수 있을지, 게임업계의 눈은 다시 부산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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