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4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기상청 제공

[전문가칼럼]세무대리인은 의뢰인의 손해발생 방지위한 어떠한 의무가 있을까

(조세금융신문=김용주 변호사) 1. 사안의 개요

A의 배우자는 A를 대리하여 B의 중개로 A소유 농지를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중개인 B는 2013년 4월경A부부에게 양도소득세 신고 대리를 위해 C운영의 세무사사무소를 제안하여 승낙을 받았다. 이에 B는 2013년 5월경 A로부터 받은 농지원부, 주민등록표 초본 및 자신이 보관 중이던 위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서를 C에게 팩스로 송부해 주었다.

 

또한 B는 C에게 전화로 “8년 이상 자경농지이고, 그 옆에 살고 있어서 감면대상이니까 그렇게 처리해 주십시오”라고 말하였다. A의 배우자는 C사무실로부터 연락을 받고 송금인을 A로 하여 C의 사무장 계좌로 세무대리에 대한 보수를 송금하였다.

 

그 후 C는 2013년 6월경 세무서에 A의 위 농지 매도에 따른 양도소득세 예정신고를 대리하면서, ‘A가 8년 이상 위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면서 직접 경작하였으므로, 조세특례제한법 제69조 제1항에 따라 양도소득세액 75,507,632원 전액의 면제를 구한다’는 신청을 하였다. C는 면제신청서에 A의 주민등록표 초본, 위 농지에 관한 매매계약서, 농지원부의 각 사본을 첨부하였다.

 

그런데 포천세무서장은 2013년 9월경 A가 8년 이상 직접 경작하였다는 주장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단하여 A에게 양도소득세 75,507,632원에 신고불성실 가산세 30,203,052원, 납부불성실 가산세 4,190,673원을 추가한 109,901,350원을 위 농지 매도에 따른 양도소득세액으로, 그 세액의 10%인 10,990,130원을 지방소득세로 각 과세예고 통지하였다. A는 과세불복절차를 거쳤으나 기각되었고 해당세무서로부터 납세고지를 받았다. 이에 A는 C가 세무전문가로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가산세를 물게 되었다며 C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였다.

 

2. 법원의 판단

 

이에 대해 의정부지방법원은 C가 A의 양도소득세면제신청의사를 확인하고 직접 구체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한 다음 그 결과에 따라 세무전문가의 입장에서 적절한 설명과 조언을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였다고 하면서도, A도 양도소득세 면제에 대해 자신의 의사를 명확히 표시한 바 없고 나아가 어떠한 내용으로 양도소득세 신고가 되었는지 C에게 확인하지 아니한 점 등을 참작해 C의 책임을 80%로 제한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A의 배우자가 C에게 양도소득세 면제신청 관련 필요 서류 전부를 보내면서 위와 같이 말하였고, A 명의로 보수가 입금된 이상, 세무대리 위임의 의사와 구체적 위임사무의 내용이 명확하다고 할 수 있어, C가 본인인 A의 진정한 의사를 확인해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C가 B로부터 건네받은 서류들의 내용은 양도소득세 면제 요건을 충족하는 것들이었고, 면제신청에 필요한 서류들도 모두 제공된 상태였기에, C로서는 양도소득세 면제신청이 위임의 본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A에게 불이익한 경우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의심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며 C의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다(대법원 2018.9. 13. 선고 2015다48412 판결 참조).

 

3. 평 가

 

세무사와 조세신고 대리 업무를 맡긴 납세자 사이의 법률관계는 민법상 위임관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세무사는 위임계약의 내용에 의하여 정해지는 구체적 위임사무의 범위내에서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위임사무를 처리하여야 하고, 위임인인 의뢰인의 지시가 있으면 우선적으로 그에 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세무사는 공공성을 지닌 세무전문가로서 납세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납세의무의 성실한 이행에 이바지함을 사명으로 하므로, 의뢰받은 사무와 밀접하게 연관되는 범위 안에서, 의뢰인이 의뢰한 사무의 처리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는 경우이거나 비록 의뢰인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어도 그에 따르는 것이 위임의 본지에 적합하지 않거나 또는 의뢰인에게 불이익한 경우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별도의 위임이 없다하여도 의뢰인으로 하여금 이익을 도모하고 손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뢰인에게 설명하고 조언할 의무를 진다(대법원 2005. 1. 14. 선고 2003다63968 판결, 대법원 2005. 10. 7. 선고 2005다38294 판결 등 참조)고 할 수 있다.

 

위 사례의 경우 C는 A의 배우자와 B를 통해 A의 양도소득세면제신청의사를 확인할 수 있었고 관련 자료에 의하면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무사, 변리사, 변호사 등은 특정분야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의뢰인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의뢰인을 대리하여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들이므로 의뢰인의 의사를 명확히 확인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업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위임에 기초하여 의뢰인에게 최대의 이익을 도모해 주지 못하였다고 하여 어떠한 법적 책임을 진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이러한 기본적인 확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그에 따라 일정한 법적책임을 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할 수 있다.

 

이러한 견지에서 위 사례의 하급심도 C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업무단계별 의뢰인에 대한 명확한 의사확인은 자칫 귀찮은 일로 여겨지기 쉬우나 의뢰인과 신뢰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해 주고 또 의뢰인과 신뢰관계가 깨어졌을 때에는 큰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중요한 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프로필] 김용주 법무법인 (유한) 서울센트럴 변호사
사단법인 한국프로스포츠협회 감사 • 대한배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

•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 전) 서울특별시 성동구·마포구 법률고문변호사
• 고려대학교 대학원 석사과정 수료(행정법전공)
• The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School of Law(Visiting Scholar in Taxation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젊기도 설워라커늘 짐을 조차 지라고 해서야
(조세금융신문=손영남 편집국 부국장) 식당이나 술집 계산대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우리에겐 일상과도 같다. 서로 내겠다며 다툼 아닌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야말로 그간의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모습이었달까. 주머니의 가벼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런 대범함(?)은 그만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깔려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론 그런 훈훈한 광경을 보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 요즘의 젊은 친구들, 그러니까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층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먹지도 않은 것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이 MZ세대다. 누구보다 실리에 민감한 세대인 탓이다. 그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게 더 합리적인 일인 까닭이다.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낸다는 데 누가 뭐랄까. 근데 그게 아니라면 어떨까. 바꿔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이 먹은 것까지 자기가 내야 한다면 그 상황을 쉬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구나 그게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작금의 연금 개혁안을 두고 MZ세대들이 불만을 토하고 있는 현 상황이 딱 그 꼴이다. 어렵게 번 돈을 노후를 위해 미리 쟁여둔다는 것이 연금의 기본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