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0 (월)

  • 맑음동두천 4.0℃
  • 구름많음강릉 6.1℃
  • 연무서울 4.8℃
  • 흐림대전 6.4℃
  • 맑음대구 7.4℃
  • 연무울산 6.6℃
  • 구름많음광주 6.1℃
  • 맑음부산 7.9℃
  • 구름많음고창 4.3℃
  • 구름많음제주 8.4℃
  • 맑음강화 2.1℃
  • 맑음보은 2.7℃
  • 맑음금산 4.3℃
  • 맑음강진군 6.0℃
  • 맑음경주시 4.4℃
  • 맑음거제 6.9℃
기상청 제공

사회

[전문가칼럼] 나보다 덕행이 못한 사람과 교류하지 말라

 

(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子曰; “主忠信, 無友不如己者. 過則勿憚改.”

자왈 주충신 무우불여기자 과즉물탄개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정성을 다하고 믿음을 지켜라. 자기보다 (덕행이) 못한 사람과 교류하지 말라. 과오가 있으면 고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 학이學而 1.8

 

코로나19는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반면, ‘위드코로나’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팬데믹 상황에 익숙해졌습니다. 어디를 가든 마스크를 휴대하고 손을 깨끗하게 씻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이렇게 겉으로 드러나는 것 외에 가장 큰 변화는 인간관계일 것입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약한 관계의 끈은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고 ‘관계’에 대해서 보다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혼자 있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원하든 원하지 않던 관계를 형성하는 것인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다보니 나와 잘 맞지 않는 사람과도 억지로 관계를 이어갔고 이는 또 하나의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수천 년의 지혜를 담은 《논어》에도 관계에 대한 내용이 많습니다.

 

공자는 좋은 관계를 갖기 위해서 우선 본인이 인仁의 마음을 갖고 예禮를 실천하면서 군자가 되라고 주문합니다.〈학이편〉에서도 정성을 다하고 믿음을 지키고 내가 잘못이 있으면 고치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만약 상대방이 군자가 아니고, 그렇지 않게 행동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이때 공자가 말씀하신 무불여기자(無友不如己者)의 의미를 한 번 보시죠. 이를 직역하면 “나보다 못한 사람과는 교류하지 말라”인데요.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자한(子罕)편(9.24)에도 나옵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생각해볼 만한 문장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나보다 못하다는 의미는 교육이나 생활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이 아니라 ‘덕행이 떨어지는 사람’이라고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앞 문장에 “충과 신을 중시하라”는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들에게 성실하고 진실하고 충실하고 신의를 지키는데, 나보다 못한 사람은 이를 지키지 않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기본적으로 공자는 상대방을 포용해야 한다고 가르쳤습니다. 세 명이 같이 간다면 선한 사람뿐만 아니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세 사림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 중에서 선善한 것을 선택해서 따르고, 선善하지 않은 것은 참고해서 고친다” - 술이述而 7.21

 

하지만 배운다는 것과 길을 계속 같이 간다는 것은 엄연히 다릅니다. 예를 들어서 직장에서 좋은 상사와 고약한 상사를 만났다고 하죠. 좋은 상사에게는 당연히 배울 것이 많고, 반면 안 좋은 상사에게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웁니다. 그런데 과연 회사를 떠나서 이 상사와 계속 연락할 것인가요? 당연히 그렇지 않습니다. 나의 인간관계에서 ‘삭제’되는 존재입니다.

 

회사뿐만 아니라 친구, 동료, 선후배 관계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생활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엮이는 것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있는 사람과 굳이 같이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나에게 계속 부정적인 에너지만 주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살지 말라’는 교훈도 한, 두 번이면 족합니다.

 

좀 냉정하게 들릴 수 있지만 가치관이 다른 사람과는 힘들게 같이 갈 필요는 없습니다. 나와 다른 물에서 노는 사람을 함께 섞으려고 한다면 부작용이 생깁니다.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설득해서 바른 길로 나아가기를 원하지만 웬만해서는 바뀌지 않습니다. 서로가 피곤하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길입니다.

 

만약 나는 책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싶은데 친구들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할까요? 친구들을 설득해서 책을 읽게 하는 것도 좋지만 설득이 안 된다면 함께할 필요가 없습니다. 친구들과는 서로 다른 관심 주제를 논의하면 됩니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 서입니다. 나는 책에 더 깊이 빠지고, 친구들은 스포츠나 정치, 연예인, 주식 등의 주제에만 관심이 있다면 점차 ‘갭(Gap)’이 벌어집니다. 그럴 때는 친구들과 관계도 전과 같지 않음을 느낄 것입니다.

 

반면 책을 읽으면서 나의 의식이 성장할수록 같이 성장하는 사람들과는 ‘코드’가 더 잘 맞습니다. 같은 책을 읽고 공감한다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내가 생각한 부분과 맞거나 틀린 부분, 내가 밑줄 그은 부분을 상대방도 같이 밑줄을 긋는 다면 너무 반가운 기분이 들 것입니다. 불교에서는 이러한 관계를 ‘도반’이라고 부릅니다.

 

“도반(道伴) : 함께 수행하는 벗, 불법을 닦으면 사귄 벗”_《시공 불교사전》

 

굳이 불교가 아니더라도 이렇게 ‘같이’ 추구하는 ‘가치’를 목표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정말 큰 행운입니다. 중요한 것은 역시 나 자신입니다. 내가 나만의 가치를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데 그런 친구들이 옆에 있을 리 없습니다.

 

현실을 부정하거나 불평하거나 미래에 대한 걱정, 과거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옆에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공자는 먼저 자신의 잘못을 고치고, 정성을 다하고 믿음을 지키라고 한 것입니다. 나의 마음에 향기가 난다면 그 향기를 맡고 다른 이들이 모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도반’의 관계에는 남녀노소 제약이 없습니다. 할아버지와 청년이 도반이 되기도 합니다. 나이가 들었다고 무조건 깨달음을 얻는 것이 아닙니다. 끊임없이 나의 가치를 찾고 공부를 해야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내가 ‘충신(忠信)’의 가치를 믿고 주변의 친구에게 정성을 다하고 믿음을 줬는데 그 친구가 나의 믿음을 배반했다면요? 당연히 큰 상처가 됩니다. 내가 그 사람을 용서하고 설득해서 나와 같은 길道을 가자고 설득하면 좋겠지만 설득이 안 될 확률이 높습니다. 오히려 내가 더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럴 때는 서로 다른 길을 가야 합니다.

 

결국 내 주변에 ‘충신’을 중요시하는 사람들로 가득 채우면 됩니다. 단 한, 두 명이라도 그런 사람들을 알게 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좋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은 같이 모이게 됩니다. 누군가는 이런 말을 할 것입니다.

 

“당신은 순진한 거야. 그렇게 순진해서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을 살겠어?”

 

맞는 말입니다. 세상은 무시무시하고 험난합니다. 언제나 배신당하고 상처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믿는 가치를 버리고, 그들처럼 진흙탕에서 함께 구를 필요는 없습니다. 학처럼 고고하게 산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어차피 이승에서는 누구나 흙탕물을 피할 수 없습니다.

 

다만 진흙탕을 진흙탕으로 인지하는 것과 그것을 당연시 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즉 ‘충신’을 손해라고 생각하고, 거짓을 당연시 여기는 것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도반을 누군가는 부족(Tribe)이라고 묘사합니다. 20년, 30년 사귀었다고 나의 ‘도반’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단 한 달이라도 마치 몇 년을 안 것과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제 나의 인간관계를 돌아보시죠.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있는가요?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출간, 교보문고 북모닝 CEO도서 선정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시론] 정치와 세금: 세법개정안의 쟁점과 정치적 함의
(조세금융신문=안경봉 국민대 법대 교수) 2024년 세법 개정안은 경제 활성화와 조세 정의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는 노력의 결과로, 이를 둘러싼 정치적 논쟁이 뜨거웠다. 지난 12월 1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4년 세법개정안은 총 13개였는데, 그 중 부가가치세법, 조세특례제한법은 정부안이 수정 가결되고,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정부안이 부결되었다. 상속세 과세 체계 개편 및 가업승계 활성화가 핵심이었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정부개정안은 부결된 반면,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가상자산 과세 2년 유예의 쟁점이 있었던 소득세법 개정안은 원안대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또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세제지원 확대, 주주환원 촉진세제 도입, 통합고용세액공제 지원방식 개편, 전자신고세액공제 축소 등의 쟁점을 가진 조세특례제한법은 삭제 혹은 현행 유지하는 것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결론이 났다. 이번 논의의 중심에 섰던 세제 관련 사안들은 단순히 세제 개편 문제를 넘어 정치적 함의를 담고 있다. 왜 세법은 매번 정쟁의 중심에 서게 되는가? 이 질문은 정치와 세금의 복잡한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세법 개정 논의의 주요 쟁점 이번 정기국회에서 가장 논란이
[초대석] ‘세금과 삶’ 법률사무소 전정일 변호사…국세청 15년 경험 살려 납세자 권리 구제 큰 역할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지난 2022년 파주세무서장으로 활약하던 전정일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통일되면 개성세무서장을 맡고 싶다”라는 힘찬 포부를 밝혔다. 언제 통일이 이뤄질지 누구도 모르지만, 통일 대한민국 개성에서 국세 공무원의 소임을 다하고 싶다는 소망을 전한 것이었다. 그로부터 약 2년 후 전정일 전 파주세무서장은 서울지방국세청 국제조사관리과장을 끝으로 국세청을 나와 지난 22대 총선에서 파주시(을) 예비후보로 정치에 입문했고, 이후 준비기간을 거쳐 ‘세금과 삶’ 법률사무소를 열었다. 국세청에서 송무 업무는 물론 변호사 출신 최초로 대기업 등 세무조사 현장 팀장과 조사과장까지 역임한 그가 이제는 납세자를 위한 불복 소송 대리, 세무조사 대응, 신고 대리 등 정반대의 역할을 맡게 됐다. 국세청에서 전도유망했던 그가 꿈을 위해 도전장을 던진 파주는 물론 수도권과 전국의 납세자들을 위한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포부를 갖고 문을 연 법률사무소 ‘세금과 삶’에서 전정일 변호사를 만났다. Q. 지난 연말 ‘세금과 삶’ 법률사무소를 열고 조세 전문 변호사로 새로운 출발을 하셨습니다. 소감을 먼저 전해주시죠. A. 지면으로 인사드리게 되어 기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