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5 (금)

  • 구름조금동두천 -2.5℃
  • 맑음강릉 3.0℃
  • 맑음서울 0.0℃
  • 맑음대전 0.5℃
  • 맑음대구 3.1℃
  • 맑음울산 2.7℃
  • 맑음광주 2.9℃
  • 맑음부산 3.9℃
  • 맑음고창 1.1℃
  • 구름조금제주 6.9℃
  • 구름조금강화 -2.9℃
  • 맑음보은 -1.7℃
  • 맑음금산 -1.1℃
  • 맑음강진군 3.8℃
  • 맑음경주시 2.3℃
  • 맑음거제 1.8℃
기상청 제공

문화

[전문가 칼럼] 허름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

 

 

 

(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子曰; “士志於道, 而恥惡衣惡食者, 未足與議也.”

자왈; “사지어도, 이치악의악식자, 미족여의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선비가 도道에 뜻을 두고서 허름한 옷과 나쁜 음식을 부끄러워한다면

그와 더불어 (도道를) 논할 가치가 없다.” _이인里仁 4.9

 

공자의 제자는 노나라 출신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대부분 몰락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돈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자가 천하주유를 했을 때, 자공의 경제적인 도움이 필요했는지 모릅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는 돈과 권력에 한이 맺혀서 오직 부귀영화(富貴榮華)를 목표로 공부할 수도 있는데, 그의 제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일부는 벼슬자리에 올랐지만 출세욕만 불태우지 않았습니다. 예외는 있습니다. 노나라의 권세가 계씨 밑에서 일하던 염유가 본인의 출세를 위해서 바른 소리를 못했다고 공자에게 종종 지탄을 받았습니다(이러한 내용은 《논어》에 여러 군데 등장합니다).

 

오히려 권세가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 제자가 있습니다. 바로 민자건입니다. 그는 덕행과 효행으로 이미 공자에게서 인정을 받았을 정도로 훌륭한 인품을 갖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노나라의 계씨 밑에서 일하라고 좋은 제안을 받았습니다. 드디어 벼슬길이 열린 것입니다. 지긋지긋한 가난과도 이별입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에게 제안한 벼슬을 사양한다고 잘 전해주십시오. 만약 다시 벼슬을 하라고 찾아온다면 저는 반드시 문수(汶水)가로 떠나고 없을 것입니다.”_옹야(6.7)

 

그 역시도 가난을 벗어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계씨가 누구인가요? 노나라의 왕인 소공, 정공, 애공 등을 쥐락펴락하는 삼환 씨(계손, 맹손, 숙손 씨)의 수장이었습니다. 임금에 대한 충(忠)을 배운 그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이었습니다. 물론 염유와 같이 능력을 인정받으면서, 세도가를 교화시키는 방법(물론 이들은 교화되지 않았습니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민자건은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민자건보다 한술 더 뜬 인물은 안연입니다. 그도 벼슬길에 나가지 않았고,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았습니다. 하지만 자존감이 결코 낮지 않았고, 늘 겸손하고 배움의 기쁨으로 충만했습니다. 공자가 이렇게 감탄하며 말할 정도였습니다.

 

“현명하구나, 안회(안연)여! 밥 한 그릇과 표주박 한 개에 담긴 마실 것으로 궁벽한 마을에서 사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감당하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려 하지 않으니, 현자로구나, 안회여!”_옹야(6.9)

 

이렇게 감탄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공자는 음식에서도 도道를 중요시했습니다. 회는 가늘게 썰어야 하고, 고기도 바르게 잘라야 했습니다. 그 외에 상태가 좋지 않은 음식은 아예 입에 대지 않았습니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 그랬겠지만, 안연의 밥 먹는 상태와 비교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공자는 안연을 존경하는 마음도 들었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자신이 믿는 가치를 위해서 물질적인 부와 명예를 포기하는 것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이를 명예롭다고 칭송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반대입니다. 나쁜 옷과 음식을 부끄러워하고, 좋은 차와 명품가방으로 과시하려고 합니다. 그것을 자존감(自尊感)인 양 착각하기도 합니다.

 

만들어진 욕구에 지배되는 인생

 

그러면서 물건의 소중함을 느끼지 않고, 마구 사서 버립니다. 그 어느 때보다 물질이 풍부한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린치핀》의 저자는 결국 다음과 같은 ‘거짓’ 욕구가 생겨났다고 주장합니다. “이렇게 단 두 세대 만에 소비문화는 완성되었다. 이 세상에 전혀 존재하지 않던 생활양식이 생겨난 것이다. 남을 따라 물건을 사는 행동은 우리가 타고난 유전적 자질이 아니다. 최근에 ‘만들어진’ 욕구일 뿐이다.”

 

만들어진 욕구에 의한 끊임없는 소비의 ‘순환참조’. 이것이 현재 벌어지는 현상입니다. 좋은 제품을 구입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소비’가 또 다른 ‘소비’를 부르고, 쇼핑 중독에 이르면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 그나마 남들을 따라 소비하면서 행복을 느낀다면 다행이지만 허무함을 느낀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한 번 살펴보시죠. 그의 재산은 약 100조원(물론 주가에 따라서 변동은 있지만)을 넘는 수준입니다. 불과 30대 중반의 나이에 세계 10대 부자 안에 든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회색 티셔츠나 청바지를 입고, 공식석상에는 아디다스 검정색 삼선슬리퍼를 신고 나올 때도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동네에서 흔히 보는 그 삼선슬리퍼말입니다. 그는 이렇게 초라하게(?) 옷을 입는 이유가 고민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그가 생각하는 도道는 무엇인가? 페이스북 회사의 미션은 다음과 같습니다.

 

“사람들에게 공동체를 형성하고 세상을 더 가깝게 만들 수 있는 힘을 준다.”

 

한 마디로 이 세상 어디에 있든지 가상의 공간에서 공동체를 만들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것입니다. 그는 이러한 가치를 위해서 작은 것(남을 따라하는 소비)을 포기했습니다. 나중에 페이스북 지분의 99%를 기부한다고 선언했습니다. 그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분명히 사회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나만의 진정한 욕구를 추구하는 삶

 

공자는 허무한 욕구 대신에 진정한 욕구를 찾고자 했습니다. 바로 배움의 욕구, 도道를 추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공자의 또 다른 제자 자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아무리 해진 헌 솜옷을 입고 있어도, 여우나 담비 가죽옷을 입고 있는 사람과 있어도 늘 떳떳하다고 했습니다(자한편 9.26). 오직 도道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서 노력했습니다.

 

공자는 그런 자로를 칭찬했습니다. 늘 늠름하고 자신감이 넘쳤고 주눅 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한 번의 반전은 있습니다. 자로가 ‘질투를 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지 않는데, 어찌 좋지 않은가’라는 시구를 오랫동안 외우고 다녔습니다. 한 마디로 자신이 이른 경지에 우쭐해진 것이죠. 보다 못한 공자가 한 마디했습니다.

 

“자로야, 네가 말한 바는 훌륭하지만 그 정도만으로 어찌 좋다고 할 수 있겠는가?”

공자는 자로를 칭찬하면서, 그가 우쭐한 모습을 보면 바로 철퇴를 내리쳤습니다. 그러면서 제자가 진정한 도道를 깨우치기를 바랐습니다.

 

결국 내면이 빛나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것은 영혼이 충만감을 느꼈을 때입니다. 책을 읽고 좋은 문장을 발견해서 반복해서 읽고 사색하면 영혼이 충만해집니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면서도 충만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안연과 같이 위대한 가치를 위해서 하루 한 끼, 하루 한 번 마시면서 힘겹게 살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학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는 삶에는 절로 고개가 숙여집니다.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출간, 교보문고 북모닝 CEO도서 선정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
[초대석]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 최시헌 회장, 김선명 대표 "변화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최고의 세무서비스"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사진=이학명 기자) 지난 2023년에 이어 2025년에 치러진 한국세무사회 제33대와 제34대 임원 선거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돼 3년째 주요 회직을 수행해 온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부회장이 올해 1월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를 설립하고 최고의 세무 컨설팅과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본격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국세공무원을 마감한 최시헌 세무사가 회장직을 맡았고, 세무 고시 출신의 김선명 세무사는 대표세무사로서 법인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김준성, 김민식, 박정준, 민규태 세무사 등 4명의 젊은 세무사가 합류해 분당 본점과 분당 서현, 경기 광주, 서울 용산 등을 거점으로 하여 활발한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 낙엽이 거리를 뒤덮고 있던 11월 중순, 분당 본점에서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세무사를 만나 와이즈앤택스의 설립 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법인을 어떻게 이끌어 갈 예정인지 알아봤다. Q. 우선 성공적인 법인 설립을 축하합니다. 올해 1월 각자 활동하시던 세무사사무소를 합쳐서 새로운 세무법인을 설립하셨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최시헌 회장) 저는 20년 연말 대구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공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