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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 칼럼] 군자는 그릇에 갇혀서는 안 된다

 

(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子曰; “君子不器”

자왈; 군자불기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 - 〈위정〉편 2.12

 

《논어》에서 그릇에 대한 이야기는 〈공야장〉편(5.3)에서 한 번 더 나옵니다. 공자의 수제자 자공은 자신의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스승의 평가를 받고 싶었습니다. 역시 솔직하고 대담한 제자였습니다. 공자는 “너는 그릇이다”라고 했고, 자공은 “어떤 그릇입니까?”라고 질문했습니다. 제자의 끈질긴 질문에 공자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호련(瑚璉)이다”

 

여기에서 호련은 종묘 제사 때 음식을 담는 귀중한 그릇을 말합니다. 자공에게는 칭찬의 말이었습니다. 자공은 만족했지만, 이것은 완벽한 인정이 아니었습니다. 〈위정〉편에서 공자가 말한 진정한 군자의 덕목은 ‘그릇에 갇히지 않는 것’입니다. 그릇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릇은 나의 경험과 지식, 생각을 통해 형성된 가치관입니다. 나만의 가치관’이 생기는 것은 좋지만, 그것이 ‘고집(固執)’으로 이루어질 때 문제입니다. 고집은 말 그대로 ‘굳게(固) 잡는다(執)’는 의미입니다. 꼭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지만, ‘불통(不通)’이 붙으면서 ‘고집불통’이 되면 심각합니다. 나의 생각과 의견을 굽게 붙잡고, 상대방과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서 꼰대가 되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꼰대는 고리타분하고, 권위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의미합니다. 물론 “라떼는 말이야”라고 말하는 어른을 무작정 비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오랜 경험도 충분히 소중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심할 때가 문제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우선시하고, 대화보다는 일방적인 강요, ‘남보다는 내가 맞다’고 주장할 때입니다. 요새 우리는 그러한 사회적 현상을 자주 접하고 있습니다. 넓은 포용력과 유연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작은 그릇은 나의 성장에도 한계를 만듭니다

 

작은 그릇은 상대방과의 소통과 관계에서도 한계를 줄 수 있지만, 나 자신의 발전에도 문제가 됩니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에 갇혀서 더 이상 성장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거기에 익숙해지고 편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자신을 틀 안에 점차 가두게 됩니다.

 

저는 가끔씩 이런 이야기를 듣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것이 공부”라고요. 아마도 학창시절 16년 또는 그 이상을 공부에 시달리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공부는 대학 입시나 취직을 위한 성격이 강합니다. 실용적인 공부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오히려 회사를 다니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합니다. 평생 공부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나의 업무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학문도 공부를 하면 시야를 넓히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부에는 시기가 따로 없습니다. 50이 아니라 60, 70에도 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책과 미디어를 통해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면서 열정적으로 사는 멋진 어른들을 만납니다. 그런데 막상 그것이 우리라고 하면 손을 내젓습니다.

 

그렇다고 그릇을 송두리째 바꾸라는 것은 아닙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그것조차 없다면 한 마디로 원칙이 없는 줏대 없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자신만의 원칙이 필요합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하나의 틀 안에 가두어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집니다. 새로운 도전을 안 하고, 자신과 남을 쉽게 정의합니다. “나는 원래 ~ 해”, “너는 경험이 없어서 잘 몰라” 등등.

 

최상의 선(善)은 물입니다

 

중국의 철학자 노자가 ‘물’을 강조한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입니다.

“최상의 선(善)은 물이다.”

 

물은 흘러야 합니다. 물이 흐르지 않고 고이면 썩게 마련입니다. 그러려면 ‘그릇’이 커야 합니다. 그릇이 작으면 물은 금방 고이게 됩니다. 생각과 의견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유롭게 흘러서 강에 이르고, 결국 바다를 만나게 됩니다. 그것이 포용력과 유연성 그리고 창의성입니다.

 

돈을 잘 쓰고, 호탕하게 보인다고 그릇이 큰 것은 아닙니다. 그것은 단지 겉으로 드러난 모습일 뿐입니다. 조용히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하면서 새로운 것에 도전을 멈추지 않고 넓은 아량과 포용을 보이는 사람이 진정으로 그릇이 큰 사람입니다.

 

기원전 400여 년 전에 공자는 군자불기, 이단을 공격하는 것은 해롭다고(위정 2.16) 말하면서 포용의 정신을 강조했지만, 이러한 가르침이 후대에 오면서 퇴색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자신이 공부한 학문과 믿음이 다른 사람의 것보다 우수하고 낫다고 생각하고 대립했습니다.

 

물론 건전한 논쟁은 필요하지만 역시 그것이 과할 때 문제입니다. ‘형식’에 대한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자가 강조한 것은 ‘인(仁)’의 정신이고, ‘예(禮)’는 단지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이라고 했습니다. 즉, 형식보다는 마음을 중요시했고, 이러한 그의 가르침은 장례 절차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자는 〈팔일〉편에서 “상례도 편하게 처리하는 것보다는 슬퍼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후대로 내려오면서 ‘마음’을 중요시하기 보다는 불필요한 허례허식이 생기고, 이로 인해서 많은 후손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도 사실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경험이 늘어나다 보면 결국 모든 것은 다 변하게 마련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원한 것은 없기 때문입니다. 절대 진리라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반야심경》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말인 “색증시공공즉시색(色卽是空空卽是色)”이라는 말이 바로 이와 같습니다.

 

색즉시공에서 ‘공(空)’은 공허하다는 의미가 아니고, 형태가 없다는 것입니다. 즉 계속 변한다는 의미입니다. 우리가 살면서 맞다고 믿는 것 중에서 틀린 것도 너무 많습니다.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이 곧 행복이라고 믿음이 꼭 정답은 아니라는 것처럼 말입니다. 삶의 질이 향상되는 것은 맞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않다면 물질적인 풍요를 온전히 즐기고 감사할 수 없게 됩니다.

 

결국 이 세상에 절대적인 것이라는 것이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만물이 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좀 더 겸허하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나의 그릇을 크게 갖고 포용하고, 도전하는 정신이 필요합니다.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출간, 교보문고 북모닝 CEO도서 선정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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