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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전문가 칼럼] 오직 인자(仁者)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할 수 있다

 

 

 

(조세금융신문=나단(Nathan) 작가) 

 

子曰; “唯仁者, 能好人, 能惡人”

자왈; “유인자, 능호인, 능오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오직 인자(仁者)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할 수 있다.”_이인里仁 4.3

 

공자가 가장 강조한 화두는 ‘인仁’입니다. ‘인’은 남을 사랑하고 어질게 행동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덕(德)의 가장 중요한 기초입니다. 그런데 ‘오직 인자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 말은 결국 인자는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고, 이들을 좋아하고, 싫어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요? 통치자의 예를 든다면, 애민의 정신을 가진 지도자는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서 정책을 펼치고, 사리사욕을 탐하는 신하들을 벌하고, 반면 청렴한 신하는 중용하는 자세를 갖고 있을 겁니다. 이런 지도자가 누군가에게 상을 내리거나 벌한다면 사람들은 그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여길 겁니다.

 

만약 반대의 지도자라면 사람들은 그가 판단하고 집행하는 것에 대해서 믿지 못할 겁니다. 주지육림에 빠진 고대 상(은)나라의 주왕이 신하를 벌한다면 백성들은 청렴한 신하가 벌을 받았다고 한탄할 것입니다. 실제로 주왕은 충신들을 잔인하게 살해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자’라는 것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올바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그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사람을 제대로 알아본다는 것

 

대표적인 인자인 공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제후들에게 유세하면서 바른 정치를 하기를 주문했습니다. 그의 이상적인 도덕정치가 채택은 되지 않았지만 후세의 사람들은 공자의 노력을 높게 평가합니다. 또한 공자가 좋아하는 사람, 반면 혐오하는 사람에 대해서도 공감을 합니다.

 

공자가 좋아한 사람 중에서 대표적으로 그의 제자 자로가 있습니다. 자로는 원래 협객(俠客)이었습니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솔직한 성격이었습니다. 그가 처음 공자를 만났을 때가 흥미롭습니다. 《사기》에서 전하는 일화입니다.

 

공자가 제자들에게 강론을 하고 있을 때, 자로는 그를 골탕 먹이기 위해서 느닷없이 뛰어들었습니다. 수퇘지 가죽을 걸쳤고, 산도적 같은 괴상한 차림을 한 채 말입니다. 한 마디로 야인(野人)이 따로 없습니다. 이런 괴상한 옷차림에 보통 사람 같으면 겁을 먹었겠지만 공자는 태연자약했습니다.

 

공자는 그를 만나자 먼저 무릎을 꿇고 절을 했습니다. 평소 위선자들을 놀려주는 것이 주특기였던 자로였기에, 공자의 공손한 인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생께서는 왜 나이 어린 저한테 절을 하시나요?”

공자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습니다.

“사람의 만남은 예(禮)로부터 시작합니다. 초면에 상견례를 할 때는 손위, 손아래가 없습니다.”

 

자신의 학식을 드러내거나 잘난 체하지 않는 공자의 모습을 보며, 자로는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마침내 키가 유난히 큰 자로는 역시나 키가 큰 공자에게 무릎을 꿇고 제자가 되기를 청했습니다. 공자는 겉으로는 우락부락한 자로를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내면을 들여다봤습니다.

 

그가 한마디로 ‘진眞국’임을 알아차린 것입니다. 자신을 찾아와서 난장판을 벌인 것도 결국 그가 마음을 기댈 곳이 없어서 누군가의 가르침을 원했기 때문입니다.

 

공자는 사람을 제대로 봤습니다. 자로는 나중에 공자가 14년간 중국 전역을 주유하면서 유세를 할 때, 그의 보디가드 역할을 제대로 했습니다. 오죽하면 자로가 무서워서 공자에 대한 험담을 못할 정도였습니다.

 

공자는 자로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서 제자로 받아들였지만 그의 장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그는 자로의 거침없는 성격이 걱정이었습니다. 그가 제 명에 죽기 힘들 것이라고 예견했을 정도입니다(선진 11.12). 역시 예상대로 자로는 제 명(命)대로 살지 못했습니다. 위나라에서 벼슬을 할 때 내분이 일어났고, 이를 공개적으로 책망하다가 반란군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했습니다.

 

공자가 제일 총애했던 제자 안연이 요절했을 때 “하늘이 나를 죽이는 구나, 하늘이 나를 죽이는 구나”라고 한탄했고, 자로가 죽었을 때도 “하늘이 나를 끊어버리는구나. 하늘이 나를 끊어버리는구나”라고 절규했습니다. 이러한 상실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공자는 그 다음해 7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공자와 자로의 일화를 이렇게 길게 설명한 이유는 그만큼 사람을 제대로 알아본다는 것이 힘들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속아왔습니까? 반대로 별로 신임하지 않던 사람이 의외로 의리를 지키고 어려움에서 구해준 적이 있지 않은가요?

 

나의 기준을 잡고, 인자(仁者)가 된다는 것

 

누군가의 성품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 연륜이라는 것이 쌓이게 마련입니다. 소위 ‘빅데이터’가 쌓이는 것처럼 어느 정도 패턴이 보입니다. 특히 사업이나 장사를 하는 분들은 그러한 ‘촉’이 누구보다 발달했을 겁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이러한 ‘촉’이 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지 못해서 애를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칫 사기나 배신을 당하기도 합니다.

 

사람을 많이 알고 만난다고 해서 안목이 길러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 자신이 ‘인자’가 되지 않으면, 인자를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기지 않습니다. 결국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도(道)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기준이 뚜렷해야 합니다. 나의 마음이 흔들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면 상대방을 판별할 수 있는 능력도 사라집니다. 즉,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감언이설(甘言利說)에 따라서 마음은 갈대처럼 휘둘립니다. 소나무처럼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그 답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은퇴 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찾지 못해서 단순히 생계나 더 큰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경험에도 없는 장사나 사업을 하다가 자칫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줏대가 잡혀 있어야 자신을 유혹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는 누구인지 비교적 잘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안목(眼目)’이 생기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는 모든 사람을 좋아할 수 없습니다. 세상에는 선인이 대부분이지만 악인도 있기 때문입니다. 가치관에 기반한 안목을 토대로, 우리는 선한 것을 좋아하고 악한 것은 미워할 수 있습니다. 미워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내가 그와 같게 되지 않기를 경계해야 합니다.

 

 

 

 

[프로필] 조형권(나단) 작가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논어를 읽다》 출간, 교보문고 MD의 선택

•《적벽대전 이길 수밖에 없는 제갈량의 전략기획서》 출간, 교보문고 북모닝 CEO도서 선정

•《공부의 품격》 출간

•(현)SK그룹 내 마케팅 임원

•성균관대학교, EMBA 석사 졸업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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