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김병환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금융 취약계층 보호 및 불법 사금융 근절 대책 당정 협의회에 참석해 서민들을 위한 금융 지원 대책에 나섰다. [사진=연합뉴스]](http://www.tfmedia.co.kr/data/photos/20250105/art_17382232019145_bddf8c.jpg)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최근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부진과 고환율·고물가로 인한 원가부담 가중과 판매부진, 여기에 소득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빚(다중채무)을 내 버티고 있는 자영업자와 청년층에 대한 금융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 조치에도 최근 5년 동안 이른바 ‘악성 채무’가 2조원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현금흐름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사회초년생과 고령층의 빚 증가 속도가 특히 가팔랐다.
게다가 ‘다중채무자(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총 대출액은 줄었지만, ‘다중채무자’ 중 90일 이상 채무를 이행하지 못한 ‘악성 채무’는 오히려 2조원 이상 늘어나 2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임광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NICE평가정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다중채무자 총 대출액은 19조3974억원으로 2020년 17조633억원 대비 2조3341억원이 늘어 13.7%나 증가했다.
다중채무자가 신용정보원에 채무불이행으로 등록되거나 나이스평가정보에 90일 이상 연체한 것으로 등록되는 경우를 ‘다중채무 연체’, 흔히 악성 채무로 분류하는데,
2020년부터 2024년(11월)까지 연령대별 다중채무 연체액 증가율은 ▲20대 20.1%(7153억원→8590억원) ▲30대 1.7%(3조1859억원→3조2406억원) ▲40대 6.6%(5조7530억원→6조1329억원) ▲50대 15.9%(5조171억원→5조8129억원) ▲60대 40.1%(2조3920억원→3조3520억원) 등으로 20대와 60대의 연체 증가 속도가 두드러졌다.
20~30대 노년층까지 다중채무자 증가...특히 20대와 60대 연체율 증가 속도 가파른 까닭은?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이들 세대는 소득 수준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데다 소득 흐름마저 불안정해 원리금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뿐만 아니라 주거까지 불안정해서 ‘빚을 내서 빚을 갚는’식으로 은행 대출과 카드값을 상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
금융취약계층에게 급전을 빌려주는 서민정책상품 이용자 두 명 중 한 명꼴로 20~30대였을 정도로 이들의 자금 사정은 좋지 않은 실정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60대 이상의 노인층도 마찬가지다. 2024년 11월 기준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1124조원에 달하고 있고, 특히 60대 이상 대출 잔액은 1년 만에 22조 8천억원이 증가했다. 은퇴 후 고정 수입이 없는 상태에서 대출을 받아 상환을 하다보니, 대출 금액은 더욱 늘어나고, 수입은 줄어드는 현상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강일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개인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50대 이상 고령자들이 대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개인사업자는 336만8133명으로, 이들의 개인사업자대출과 가계대출을 합한 잔액은 1125조3151억원이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빚을 진 50·60대 개인사업자는 203만2393명이었고, 50대가 빌린 돈은 366조3836억원(32. 6%), 60대 이상도 370조9036억원(33.0%)으로, 전체 대출금액의 65%가량을 차지했다. 은퇴 등으로 소득 절벽에 대비하고자 사업을 택한 고령자들이 자영업자 대출의 상당 부분을 지고 있는 셈이다.
고령층 자영업자들의 대출 규모 증가세도 눈에 띈다. 60대 이상 대출 잔액은 2023년 12월 말 기준 348조369억원에서 약 1년 만에 22조8667억원(6.6%)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층 대출 증가율이 0.2%인 반면, 60대 대출 규모가 유독 두드러진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지난해 3분기 말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이 1.70%로, 2015년 1분기(2.05%) 이후 최고라고 밝혔다. 같은 시기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이거나 저신용인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1.55%에 달해, 2013년 3분기(12.02%) 이후 11년 만에 최고였다.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가장 시급한 것은 저신용자에 대한 금융 부담 완화”라며, “고신용자도 고환율·고물가에 따른 원가 상승 부담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3고 현상에서 벗어나야 함을 지적 한 바 있다.
이강일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경기 위축으로 자영업이 위기에 처한 가운데 노년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이들에 대한 자영업 지원책과 함께 서민금융 지원책 등 금융 안정망 강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임광현 의원 역시 “청년층, 노년층이 빚의 늪에서 허덕이는 상황은 앞으로 더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 월급방위대에서 개인형 퇴직연금 분리과세 2000만원 상향, ISA 활용 청년 자산 형성 지원 등 맞춤형 지원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병환 금융위원장, “내달 중 ‘서민금융 지원책 발표’도 계획”
젊은층과 고령 자영업자의 대출 위기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인데다, 최근 저소득·저신용 자영업자 차주가 증가하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이들을 위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높은 이자 부담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 대한 자금지원 필요성과 함께 일부 취약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완화된 금융여건 하에서 적극적인 채무조정과 함께 재취업 교육 같은 재기 지원이 요구된다는 것.
이에 금융위원회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을 기존 30조원에서 40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등 자영업자 재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또 소액채무자 채무면제 등 장기연체 중인 취약층에 대한 과감한 지원과 단기연체 중인 취약계층에 대한 선제적 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채무조정을 성실히 이행하는 청년층에 대한 채무조정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취업성공자에 대한 채무조정 인센티브 강화 등 채무자 특성에 따른 지원책도 강화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2일 서민 등 취약계층이 겪는 어려움을 완화하고 근본적인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마련한 ‘서민 등 취약계층 맞춤형 금융지원 확대 방안’ 후속 조치들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 개인회생·파산종합센터를 방문해 ‘불법사금융 근절과 대부시장 활성화를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서민금융 지원책을 다음 달 중에 발표하겠다고 밝히는 등 정부 역시 끊임없이 대책을 강구한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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