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 이레피아노학원 원장) ‘아라베스크’란 이슬람 문화에서 나온 것으로, 신을 연상시키는 추상적인 장식을 말합니다. 주로 식물의 가지나 잎사귀의 소용돌이가 반복되는 무늬인데 ‘이슬람문화의 정수’로서 대접받고 있습니다. 이슬람교의 전파와 함께 유럽으로 건너간 아라베스크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19세기초까지 이슬람풍의 유행으로서 큰 인기를 끌었었지요. 작곡가 드뷔시에게 이 ‘아라베스크’는 특별하게 영감적이었나 봅니다. 드뷔시는 이슬람 아라베스크 문양의 어떠한 모티브가 반복되고 결합되는 미술적인 느낌을, 피아노라는 악기로 표현하고자 작곡에 착수했습니다. 19세기 예술사조인 인상주의풍으로 표현하기로 한 것이죠. 쉽지 않았겠지만 그 시도는 성공적이었습니다. 두 곡의 아라베스크가 그에게 ‘로마대상’을 안겨주었으니 말이죠. 그가 작곡한 최초의 피아노곡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보이는 대로, 들리는 대로 느끼는 편안함 드뷔시의 곡들은 당시에 주로 쓰이던 전통적인 작곡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의 결과물입니다. 해결되지 않는 모호한 화성을 그대로 사용함으로써 순간의 그 느낌 그대로의 효과를 노렸던 거죠. 드뷔시의 주된 사조인 인상주의 예술은 눈으
(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 이레피아노학원 원장)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조선 전기 세종시대로 추정되는 금속활자가 천문시계, 물시계 주전, 총통과 함께 출토되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높은 수준의 인쇄술, 과학기술을 짐작케 하는 조선시대의 귀한 유물입니다. 특히 이 중 580여점에 해당하는 한자 활자는 장영실이 참여한 ‘갑인자’로 추정되어 그 가치가 더합니다. 이것은 구텐베르크의 인쇄 시기보다 이른 금속활자본이 되는 상당한 유물입니다. 주요관청의 터가 아닌 곳에서 항아리에 담겨 땅에 묻혀있는 것으로 보아 이 귀한 유물을 외세의 침탈로부터 숨기기 위해 누군가 일부러 매장한 것으로 여겨집니다. 드라마틱하기 그지없습니다. 그것이 이제서야 봉인해제되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높은 문화의 힘’ 김구선생이 그토록 바랬던 ‘높은 문화의 힘’이라는 것은 결코 단기간에 이룩하기는 어려운 것이지요. 한 민족이 가지는 독특한 생활상과 민족성이 수준 높은 국민들에 의해 오랜 시간 다듬어지고 숙성되어야만 할테니... 그런 의미에서 요즘은 선조들에게 참 고맙습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존재조차도 희미한 좁은 땅덩어리에서 그 수많은 외침을 받아가면서도 자존심 하나로 땅과, 말과,
(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 이레피아노학원 원장) 오랜만에 오페라음악 한 곡 들려드립니다. 모르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 것 같은 너무나 귀에 익은 노래입니다.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 나오는 ‘네순 도르마’, 우리나라에서는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제목으로 많이 알려져 있지요. ‘투란도트’는 오페라에 등장하는 주인공인 공주의 이름인데, 투란도트와 그녀를 둘러싼 왕자 칼리프, 그리고 그의 시녀 류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줄거리 배경은 중국의 베이징. 베이징의 황녀인 투란도트는 자신에게 청혼해오는 남자들에게 세 가지의 수수께끼로 테스트를 합니다. 문제를 맞히면 결혼이지만 맞히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하는데도 계속해서 남자들이 도전을 하고 또 참수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왕국을 잃고 떠돌다 이곳까지 오게 된 왕자 칼리프 또한 이 청혼의 대열에 동참하게 됩니다. 그는 특유의 기지로 결국 문제를 모두 맞히기는 했으나 투란도트는 예상 밖의 결과에 당황해하며 이름도 모르는 사람과 결혼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고 결혼을 거부합니다. 칼리프는 투란도트에게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면 결혼을 포기하겠다고 합니다. 그러자 투란도트는 이름을 알아낼 때까지 ‘아무도
(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 이레피아노학원 원장) 우리나라의 5·18 민주화 운동을 떠올리게 하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그에 대응하는 시민의 저항에 대한 탄압이 국제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힘들게 얻은 몇 년간의 자유를 다시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위대들은 목숨을 걸고 저항하고 있습니다. 사회 각계각층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힘을 쓰고 있는 상황입니다. 러시아의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들으며 나라의 정치적 이데올로기 속에서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이 어떠했을까 생각해봅니다.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 2번 이번에 소개해드리는 곡은 재즈모음곡 제2번의 8개곡 중 6번째 곡입니다. 2차대전 때 악보를 잃어버렸다가 찾게 된 사연이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이 곡은 작곡가 쇼스타코비치가 과거 소련의 스탈린치하에서 만든 곡입니다. 그도 공산정권하에서 끊임없는 감시와 협박을 받으며 외줄타기하듯 아슬아슬하게 음악을 이어갔습니다. 조금이라도 부르주아적인 서방의 냄새가 풍기면 혹평과 비난이 쏟아지며 억압을 당하고, 그 후 다음 작품이 스탈린의 마음에 흡족하면 다시 풀어지는 식이었지요. 자신을 포함해서 그의 주변인물들이 대
(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 이레피아노학원 원장) 음악이 가장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 ‘저기 높이 솟은 산이 되기보다 여기 오름직한 동산이 되길...’ 좋아하는 노래의 한 구절입니다. 음악이 내게 높이 솟은 산일까요, 오름직한 동산일까요? 음악을 감상만 할 때는 형이상학적인 울림을 주는 바라보기 좋은 산이겠지만 그것이 변하여 내 옆의 나지막한 동산이 된다면, 그리고 그 산을 오를 수도 있다면... 높은 산이 오름직한 동산으로 변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음악을 ‘연주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음악인이라면 들려주는 것도 좋지만 음악으로 손잡고 들어가 함께 연주하고 즐기게 해주는 노력도 분명 필요하겠죠. 악기연주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거창한 것도 아닙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그 좋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어 준 공신. 서울 팝스 필하모닉 지휘자이자 생활음악의 전도사, ‘제임스 정’을 소개합니다. 제임스 정 “음악을 이루는 형태가 다를 뿐 클래식과 생활음악은 하나입니다. 그것이 클래식이든, 생활음악이든 어떤 음악일지라도 감상하고 직접 연주할 수 있도록 활동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일찍이 관악과 지휘를 전공하고 정통 클래식의 길을 걷
(조세금융신문=김지연 음악전문기자 · 이레피아노학원 원장)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기세가 확 수그러들 줄 알았는데 코로나19의 산발적인 감염이 도통 잡히질 않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행 이후 하루도 긴장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것에 서글퍼집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재난에 대해서 단지 고통뿐 아니라 이전에 없었던 생소함을 느낀다는 것이 더 당혹스럽습니다. 어떻게 마음을 먹고 대처해야 할지 매뉴얼이 없으니 더 불안할 수밖에요. 그만큼 현대사회는 죽음에 맞닥뜨릴만한 재난이 그리 많지 않은, 나름 편안한 세상이었다는 것의 반증이기도 합니다. 변변한 약조차 없이 페스트 등 각종 역병을 겪고, 끊임없이 계속되는 전쟁에 지친 중세 유럽인들은 이런 재난을 더 이상 슬퍼할 것만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죽음이 다가올까봐 전전긍긍하기보단 삶의 한편에 죽음을 아예 올려놓는 자세로 두려움을 극복해 보고자 했던 것이지요. 삶과 죽음은 결코 분리된 것이 아님을 늘 상기하고 차라리 편하게 대하기로 한 것입니다. 죽은 자들이 한밤중이 되면 무덤에서 일어나 춤을 춘다는 유럽의 설화는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훌륭한 영감의
요즘 사람 셋만 모이면 나오는 공통의 화젯거리가 부동산과 주식입니다. 주식시장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집콕이 늘어나면서 특히 언택트, 비대면 관련종목이 많이 사들 여지고 있다 합니다. 주택자금 마련을 위해 주식거래를 하고, 그 주식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도 서슴지 않습니다. 주택구입을 위한 ‘영끌’이라는 단어는 이미 식상해진지 오래입니다.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불붙듯 달아오르면서 증권사에 낸 개인 빚은 지난 1년 동안 10조원에 달하고, 마이너스 통장개설도 늘었다는데 특히 20~30대의 마이너스 통장금액은 4조가 훌쩍 넘었습니다. 돈, 선의 화신이 될 수도 있고 악의 뿌리가 될 수도 있는 영물입니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을 보면 마치 생명이 있는 듯 느껴지기도 합니다. 더 얻기 위해 심사숙고하며 투자했으니 예상대로 그대로 벌어들이면 좋겠지만, 자칫 조금이라도 잃게 된다면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겠죠. 베토벤의 잃어버린 동전 이 음악에 대해서는 비화가 있답니다. 베토벤이 어느 날 동전 한 닢을 잃어버렸는데, 그 한 닢을 찾기 위해 구석구석 뒤졌답니다. 카펫도 들춰보고 가구도 옮겨보고 쉽게 나타나지 않는 동전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고... 하지만 동
학창시절 읽던 순정만화계의 전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복간본으로 북펀딩에 들어갔다는 반가운 기사를 접했습니다. 1986년에 발표되어 무려 35년 만에 독자들을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이지요. 이 책은 일개 순정만화라기에는 무척 스케일이 컸고, 페미니즘적인 진보성향이 뚜렷한 메시지들이 철학적인 문장으로 덧입혀져, 읽고 나면 뿌듯함마저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추억의 그 책에는 이런 유명한 문구가 있습니다. ‘운명이란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중년으로 접어든 이 나이에도 뇌리에 남아있는 글의 기억입니다. 어쩌면 이만큼 살다 보니 정말 맞는 말이어서 더 새록새록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 맞아, 생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어. 예측불허인 것이 운명이니까 일단 살아봐야만 답을 아는 것이거든...’ 안개 속 같은 불확실한 미래 앞에 방황하던 나의 청년시절이 떠올려지며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젊어진 내가 무슨 음악을 듣고 힘을 낼 수 있을까…. 내가 나에게 주고 싶은 음악선물. 몬티의 ‘차르다시’ 젊음, 자유를 떠올릴 때 함께 연상되는 음악입니다. 차르다시는 헝가리에 사는 집시들의 민속춤곡을 지칭하는데 귀족음악에도 도입이 되어
‘겨울바람(부제)’은 1836년에 작곡된 쇼팽의 피아노 에튜드 중 한 곡입니다. 에튜드 중에서도 까다롭기로 유명한 곡이지요. 쇼팽은 에튜드를 작곡할 때 그저 테크닉을 기르기 위한 훈련곡으로서의 기능만이 아닌, 예술적 아름다움까지 겸비해놓고 어느 무대에서든지 연주곡으로도 손색이 없게 작곡하였습니다. 곧 겨울바람이 불어 닥칠 터이니 미리 마음준비 단단히 해놓으라는 듯 한 전주와도 같은 4마디의 Lento(매우 느리게), 그리고 그 후에 Allegro con brio(힘차고 빠르게)로 이어지는 오른손의 거침없는 질주는 곡이 끝날 때까지 한 순간도 쉴 틈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연주자도 청중도 정신을 못 차리게 합니다. 오른손이 바삐 휘몰아치는 동안 왼손은 무겁고 웅장한 저음부에서 노래를 만들어 갑니다. 의미심장하면서도 농도 짙은 유연성이 필수인 왼손의 노래는 오른손의 16분음표의 부서지는 듯 한 빠른 진행과 대비가 됩니다. 쇼팽의 겨울 ‘겨울바람’이라는 제목은 대부분의 쇼팽곡들이 그렇듯 쇼팽이 애초에 제목을 지어놓고 만든 것이 아니고, 곡의 느낌을 살려 후대의 음악인들에 의해 붙여진 것입니다. 하지만 유독 폐가 약해서 겨울의 추위와 바람을 두려워했던 쇼팽이기에 겨울
아를은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의 한 작은 도시입니다. 유서 깊은 아담한 도시로서 로마 시대의 원형경기장을 보존하고 있어 꾸준히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곳입니다. 그 화려하고 강렬한 빛에 반해서일까요. 고흐과 고갱을 비롯한 많은 화가들이 예술의 유토피아를 그곳에서 만들려는 소망으로 모여들었던 도시이기도 합니다. 고흐는 그의 가장 빛나던 시절들을 이곳에서 보내면서 그의 작품의 1/3을 여기서 완성했습니다.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밤의 카페테라스, 노란 집 등등... 남프랑스 출신의 대문호 알퐁스 도데 역시 프로방스에 대한 애정으로 이곳을 무대로 하여 <별>, <마지막 수업>, <아를의 여인> 등 서정성이 짙은 인상주의적인 작품을 남겼는데, 이 작품들 속에는 이곳 프로방스 근교 시골 농가의 모습과 자연, 그들의 소박한 정서 등이 녹아들어 있습니다. 아를의 여인 아를의 여인은 본래 알퐁스 도데가 자신의 단편소설을 각색한 희곡의 제목입니다. 그리고 비제는 그 연극을 위한 음악을 작곡하여 무대에 올렸는데, 당시에는 도데의 연극이나 비제의 음악 둘 다 특별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답니다. 연극의 실패 이후에도 비제는 자신의 음악을 알리
노래하며 달려봐요! 높아진 하늘, 선명한 뭉게구름... 오랜만에 자전거를 끌고 나왔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자전거 하이킹하기 딱 좋은 날씨입니다. 실내에서의 모임이 제한되다보니 자연히 외부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자전거가 있다 해도 일 년에 굴리는 횟수가 몇 번 안 됐었는데 마음도 몸도 답답해서 자연히 하이킹이나 해볼까 마음이 갑니다. 역시 궁해야 통하는 법인가 봅니다. 요즘 우리나라도 전국 어느 지역이든지 자전거도로가 참 잘 닦여있는 것을 봅니다. 제가 사는 곳도 웬만하면 자전거길로 갈 수 있도록 도로와 도로가 잘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천변을 따라가다 보면 시원하게 물도 흐르고, 이름 모를 들풀들도 알아서 피어주어 한 폭의 캔버스 그림이 따로 없습니다. 지금이 전염병 세상이란 것도 잠시 망각하게 되네요. 모처럼 나가니 가족 단위의 자전거팀이 줄줄이 지나가는 것이 유독 눈에 들어옵니다. 아이 포함 서너 명 정도의 가족자전거 부대를 보노라니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이 스칩니다. 도레미송(Do Re Mi song) “When you know the notes to sing, you can sing most anything!”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은 군
코로나에, 역대급 장마에, 폭염에… 올여름도 쉽지 않았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야 여름이니 당연히 그럴 만하지만, 산놀이, 물놀이, 여름잡기 사냥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지나가네요. 못내 아쉬운 마음을 가진 채 가을을 맞이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오니 기분이야 훨씬 쾌적하지만, 여름의 더위사냥 실컷 했었다면 이 초가을의 바람이 훨씬 더 반갑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입니다.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온 가을.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9월 음악 ‘사냥’과 함께 문을 열어보시죠. 차이콥스키는 1876년 상트페테르부르크(SaintPeterburg)의 《누벨리스크》라는 잡지에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음악을 연재해달라는 제의를 받습니다. 편집장이었던 니콜라이 베르나르드의 제안이었고 그가 선택한 시를 주제로 해서 피아노 소품을 작곡하여 싣는 일이었죠. 짧은 길이에 대부분 ABA 구조로 단순구성의 작곡인 것에 비해 꽤 많은 액수의 작곡료가 주어지니 차이콥스키에겐 무척 탐나는 조건이었습니다. 곡을 빨리 완성하고 작곡료 지급일을 더 당겨서 받기 위해 편지를 쓴 적도 있을 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더라도 이런
많은 사람들로부터 ‘들으면 행복해지는 음악’으로 꼽히는 간주곡입니다. 느린 안단테의 3박자여서인지, 아름다운 선율의 흐름 때문인지, 조용히 감상하다보면 긴장했던 육신이 무장해제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저 ‘좋다’라는 표현만으로는 뭔가 부족하고, 좀 더 깊이 있는,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마음속에서 끌어 올려지는듯합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는 마스카니가 27세의 젊은 나이에 작곡한 1막짜리 오페라로서 ‘시골 기사’라는 뜻입니다. 본래 오페라 음악은 대부분 아리아가 유명합니다만, 이 오페라에서는 예외적으로 간주곡이 널리 알려져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막이 내린 후 무려 20회나 되는 커튼콜을 받았고 한낮 시골학교 음악교사였던 마스카니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는 기회를 제공해주었습니다.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성공과 함께 ‘1막짜리 짧은 오페라’의 인기는 그 이후 ‘레온카발로’의 <팔리아치>, ‘푸치니’의 <외투>와 같은 주옥같은 작품들에게로 이어져 새로운 유행의 시대를 열었습니다. ‘베리스모(verismo-현실주의)’라고 하죠 특별한 과장이나 군더더기가 없이 사진처럼 현실 그대로를 옮겨 놓은 듯한 예술의 명칭입니다. 이 작품은
긴장된 몸을 릴렉스하며 무심코 흘려듣기엔 재즈만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듣다 보면 어느새 몸이 리듬을 타고 손가락이든 발가락이든 꿈틀거리며 바운스를 맞추곤 합니다. 요즘 제 인싸템이네요. ‘재즈’ 하면 다양한 악기를 즉흥으로 연주하는 연주자와 흐늘흐늘 리듬을 타는 흑인들의 자유로운 몸짓이 함께 연상이 됩니다. 누구도 흉내내기 힘든 그들만의 부드러운 흥이 매력적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을 죽게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일이 불쏘시개가 되어 미국 전역에 시위가 벌어지고 인종차별에 대한 흑백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명작오페라 ‘포기와 베스’는 다문화 다인종의 콜라보입니다 〈포기와 베스〉는 흑인의 삶과 슬픈 사랑을 다룬 미국오페라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소개해 드리는 ‘썸머타임’은 〈포기와 베스〉의 1막 1장에 나오는 노래로써 지금까지도 다양하게 편곡되어 사랑받고 있는 유명한 곡이죠. 작곡가인 ‘거쉰(Gershwin)’의 음악은 흑인의 재즈를 빼놓고는 설명할 수가 없습니다. 그는 실제로 찰스톤 근처에 살면서 그들의 음악과 생활방식을 모두 배워가며 작곡하였다고 합니다. 흑인의 블루스 어법을 가져와서 재즈와 클래식의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구해줘! 홈즈’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의뢰인의 요구에 맞춤으로 집을 구해주는 프로입니다. 연예인 코디들은 여러 조건을 꼼꼼히 따져 집을 컨택하는데, 그 중 매우 중요하게 보는 것 하나가 바로 ‘뷰(view)’입니다. 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집 뒤에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집 앞에는 개울이 흐르는 전통적인 배산임수 ‘전원뷰’이고, 하나는 밤의 반짝이는 불빛이 화려한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뷰’입니다. 그런데 도시출신인 필자의 눈엔 초록의 시골보다는 잠들지 않고 계속해서 깨어 있는 부지런한 밤을 가진 도시의 불빛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디다. 기성세대들에게서 퇴직 후 노년을 준비해 시골에 주택을 지어놓고 전원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마치 태어난 강의 냄새를 찾아가는 연어처럼 어릴 적 향수를 다시 만끽하고 남은 인생을 보내려 고향의 분위기를 찾는 ‘회귀현상’이라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한참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물오른 청장년세대들은 도시출신이 많아요. 그렇다면 이들 도시인들이 고향이랍시고 추억의 강물냄새를 찾아 ‘회귀’할 곳이 어딜까. 애매합니다. 요한 파헬벨의 캐논을 소개합니다. 원래는 현
인류의 평화와 안식이라는 것이 참으로 멀게만 느껴집니다. 자연재해, 전쟁, 기근, 그리고 코로나…. 어느 누군가는 그러더군요 “인류역사는 B·C와 A·D, A·C로 나뉜다.” 여기서 A·C는 코로나 이후를 말하는 것 이구요. 많은 미래학자들이 “앞으로는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힘들 것이다”라고 예측합니다.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라 삶의 모습을 통째로 재편성해야 할 만큼 막강한 ‘코로나’라는 존재 앞에서 인간이 한없이 초라하고 작아지는 느낌입니다. 이럴 땐 어떤 음악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지요. 잠시 인형의 세계로 들어가 생각을 환기시켜 보면 어떨까요? 경쾌한 리듬에 맞추어 춤추는 인형들의 세계 말입니다. 페트루슈카(Petrushka) 1911년 작곡되어 파리의 샤틀레 극장에서 초연이 된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 음악중 하나입니다. 한낮 춤추는 인형에 불과하지만 인간처럼 감정을 지닌 세 인형의 사랑과 질투, 그리고 죽음을 발레작품으로 나타냈습니다. 인형극장의 세 인형 페트루슈카와 여자 발레리나, 무어인은 서로 삼각관계입니다. 페트루슈카는 발레리나를 사랑하여 끊임없이 구애를 하지만 그녀는 무어인과의 사랑을 선택하고 이에 페트루슈카
칩거 생활이 생각보다 오래 갑니다. 휴업이 길어지면서 재택근무 태세에 들어가며 촘촘히 계획을 세웠습니다. 평소에 못 읽었던 문학작품 읽기는 기본이고, 그동안 미루어두었던 어학공부, 몇 가지 악보 만들고 정리하기 등등... 나름 ‘계획이 다 있었지요’ 하지만 2주를 살고 나서 돌아보니 그런 프로젝트적인 일보다는 당장 눈앞에 내키는 대로 한 일이 더 많았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테라스에 나가 기지개 펴고 커피 마시기, 생각날 때만 먹던 영양제 매일 꼭꼭 챙겨 먹기, 볕 좋은 날 옥상에서 일광욕하기, 그리고 참, 생과일도 자주 갈아 마셨네요. 애초에 계획했던 것의 3분의 1도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지만, 생각보단 마음의 조급함도 없고 제법 안정감도 있습니다. 프로젝트 하나 완성했을 때 느꼈던 ‘안도감’이란 것과는 다른 색깔의 평안인 듯합니다.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생각보다 이 난국에도 살만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이 노래 한 번 들어보면 어떨까요? 이은주 명창의 ‘태평가’입니다. 명창 이은주는 1925년 출생하여 17살 어린 나이에 인천의 한 극장에서 ‘수심가’를 불러 입상을 하며 인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화려해 보이는 판소리 가수이지만 그녀 개인의 삶도 결코 녹록지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악기, 기타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명저 「먼 북소리」의 서두에 보면, ‘어딘가 아주 먼 곳에서 들리는 북소리를 듣고 그 소리에 이끌려 떠난다’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는 귓가에 맴도는 북소리를 듣고 유럽으로 훌쩍 떠나 그 곳에서 몇 년의 정착생활을 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두 권의 베스트셀러를 더 남기지요. 기타소리가 귓가에 아련해 눈을 감으니 어느 덧 마음이 알함브라로 향합니다. ‘알함브라궁전의 추억’이라 하면 기타의 명곡 중의 명곡이죠. 깊은 애수가 서려있다는 표현이 적절할까요. 트레몰로 주법의 화려함이 단조의 화성과 어우러져 마음을 진동시키는 묘한 매력을 뿜어냅니다. 유네스코 세계 유산. 알함브라 ‘알함브라’는 스페인의 마지막 이슬람 왕조인 나스르 왕조의 무하마드 1세 ‘알 갈리브’가 13세기 중반에 세우기 시작하여 14세기에 완성한 건축물입니다. 이슬람의 마지막 왕인 ‘보압딜왕’이 전쟁에 패해 궁전을 떠나면서 “스페인을 잃는 것은 아깝지 않은데 알함브라를 다시 볼 수 없는 것은 안타깝고 원통하다”라고 했을 정도로 아랍문화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간직한 성이지요. 보압딜왕이 떠난 후 입성한 에스파냐군은 당초의 약
미국이 쏜 포탄에 이란의 군대 수장이 죽임을 당하고, 이란이 쏜 미사일에 민간인 여객기가 추락하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습니다. 나라간의 피 흘리는 전쟁이 드문 작금의 현대사회에서 포탄이나 미사일이 날아다니며 국제적 긴장이 고조된 이 상황이 낯설고 두렵기만 합니다. 분쟁이 있는데에 모두 그만한 이유가 없을 까마는, 이유야 어쨌든 사람이 피를 흘리게 되는 대립은 더 이상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평화의 대사, 글렌 굴드 ‘글렌 굴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북미권에서 바흐음악의 일인자로 명성을 날리고 있던 젊은 피아니스트였습니다. 그는 바흐의 곡을 재해석하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연주를 하였는데, 바흐의 음악이 어렵고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버리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인물입니다. 굴드는 타고난 음감과 독창적인 테크닉으로 바흐의 음악을 연주하였지요. 그의 연주를 알아본 CBS의 음반기획자는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음반을 내어 발표하였는데 이 음반은 음악역사상 가장 유명한 음반이 되었고 지금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는 기인과 같은 괴짜기질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연주할 때 허밍음으로 노래를 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가끔 들으면 으스스하기도 하지요. 녹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는 증거일까요? 요즘은 자꾸만 자연을 가까이 하고픈 마음이 커져갑니다. 아마도 도시의 팍팍한 생활이 주는 스트레스를 견딜 에너지가 나이가 들수록 고갈되어가나 봅니다. 한 댓 평이라도 나만의 텃밭이 있다면 손발 열심히 꼼지락거려 채소라도 심어보고 싶고, 아니면 아예 큰맘 먹고 근교에 텃밭 딸린 주말주택이라도 한 채 마련해보면 어떨까 꿈도 꾸어 봅니다. 자연과 가까이할수록 맘이 편해지는 요즘입니다. ‘신을 만나고 싶다면 자연으로 가라’는 말을 누군가 내게 들려준 적이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가끔 찾는 대자연은 해결되지 않던 삶의 난제들에 대한 해답을 주기도 하더군요. 음악인이자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도 존경받는 베토벤이야말로 자연이 다시 일으켜 세운 인물입니다. “전능하신 신이여, 숲속에서 나는 행복합니다. 여기서 나무들은 모두 당신의 말을 합니다. 이곳은 얼마나 장엄합니까!” 청력 상실로 인해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던 베토벤의 고백입니다. 유서를 작성할 정도로 극도의 우울에 시달리던 베토벤의 입에서 ‘행복’이라는 단어까지 나오다니요. 그랬던 그가 부상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자연이 준 힘이었습니다. 대인 기피증으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