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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클래식&차한잔]요한 파헬벨의 캐논(Pachelbel-Canon in D Major)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구해줘! 홈즈’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의뢰인의 요구에 맞춤으로 집을 구해주는 프로입니다. 연예인 코디들은 여러 조건을 꼼꼼히 따져 집을 컨택하는데, 그 중 매우 중요하게 보는 것 하나가 바로 ‘뷰(view)’입니다.

 

뷰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뉘는데 하나는 집 뒤에 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집 앞에는 개울이 흐르는 전통적인 배산임수 ‘전원뷰’이고, 하나는 밤의 반짝이는 불빛이 화려한 야경이 아름다운 ‘도시뷰’입니다.

 

그런데 도시출신인 필자의 눈엔 초록의 시골보다는 잠들지 않고 계속해서 깨어 있는 부지런한 밤을 가진 도시의 불빛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옵디다. 기성세대들에게서 퇴직 후 노년을 준비해 시골에 주택을 지어놓고 전원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경우를 흔히 봅니다. 마치 태어난 강의 냄새를 찾아가는 연어처럼 어릴 적 향수를 다시 만끽하고 남은 인생을 보내려 고향의 분위기를 찾는 ‘회귀현상’이라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한참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물오른 청장년세대들은 도시출신이 많아요. 그렇다면 이들 도시인들이 고향이랍시고 추억의 강물냄새를 찾아 ‘회귀’할 곳이 어딜까. 애매합니다.

 

요한 파헬벨의 캐논을 소개합니다.

 

요한 파헬벨 Johanne Pachelbel (1653 ~ 1706)
▲ 요한 파헬벨 Johanne Pachelbel (1653 ~ 1706)

원래는 현악 합주곡으로 작곡되었는데 뉴에이지 아티스트 조지윈스턴(George winston)이 피아노곡으로 편곡하면서 많이 알려지게 되었고 수많은 작곡가들의 손을 거쳐 다양한 악기와 형태로 연주되고 있습니다.

 

‘캐논(canon)’은 곡의 어떤 제목이라기보다는 형태의 이름입니다. 쉽게 말하면 ‘돌림노래(round)’라 할 수 있죠. 주제 선율과 화성이 약간의 형태를 바꾸면서 계속 반복됩니다. 하지만 반복이라 하여 결코 지루하진 않아요. 바쁜 음표들이 쉴 새없이 기보되어 부지런히 변화하며 달려 다니니 말입니다.

 

캐논을 들으면 딱 도시인의 생활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시골처럼 비바람 부는 천재지변과 같은 난해한 코드가 갑자기 튀어나와 일상을 흔들지도 않고, 어느정도 예측 가능한 단순한 코드가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그러는 동안 멜로디는 세련된 변화를 거치며 긴장을 주었다 풀었다 하지요. 주어진 화성대로만 열심히 하면 나름 성과도 있고 만족도 됩니다.

 

제법 화려하고 멋진 마무리에 얌전하고 차분한 엔딩은 비슷한 듯 달랐던 하루를 ‘열심히 일하느라 수고했어’ 고요히 위안도 해주는 것 같습니다.

 

캐논과 같은 도시생활이라면 이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고향’이라 하여 꼭 ‘꽃피는 산골’이 아니어도, 딱히 돌아갈 지점이 명확하지 않다 하여도, 내 즐거운 어린 추억이 존재하는 곳이라 하면 그곳이 어디든 내게 회귀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고향의 품이 되어주겠지요.

 

어설프게 전원생활 동경하여 남의 고향 가서 적응하느라 고생만 하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우리 도시인들에겐 내게 익숙한 도시의 품도 이것이 편하다면 얼마든지 좋은 것입니다.

 

저녁에 창가에서 여전히 분주한 불빛과 자동차의 움직임을 보면서 캐논변주곡 한 번 들어보세요. 열심히 산 오늘 하루 지금서 있는 이 지점도 후에 돌아보면 내게 회귀하고픈 강물 냄새나는 고향의 품이 되어 줄 것입니다.

 

‘요한 파헬벨의 캐논’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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