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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손보 콜옵션 연기에 보험사들 타격…후순위채 유통금리 상승

불완전판매 이슈 부각 가능성...700억 보유 개인들 우려
금감원, 이달 롯데손보 경영평가실태 등급 산정…적기시정조치 가능성도

 

(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 이행을 연기한 이후 자본건전성이 취약한 보험사들의 후순위채 유통금리가 상승하는 등 당장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22년 흥국생명 콜옵션 미행사 당시와 달리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향후 보험사의 채권 발행과 유통에 타격이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 8회 후순위채는 채권 가격이 내려갔는데도 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거래됐다.

 

민간채권평가사 4사 평균 가격은 지난 2일 1만120.8원에서 이달 9일 9천900.8원으로 떨어졌다. 9일에는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 4사 평균 평가금리) 대비 최대 73bp(1bp=0.01%p) 높게 거래됐다. 이는 신용위험 우려가 커지면서 매도세가 몰린 탓이다.

 

롯데손보가 당초 8일로 예정했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 일정을 하루 전날 연기하면서도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감독원이 이에 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는 등 마찰을 빚었다.

 

이후 롯데손보뿐만 아니라 푸본현대생명, KDB생명 등 자본 건전성이 취약한 보험사가 발행한 후순위채 위주로 유통금리가 오르는 모습이다.

 

'푸본현대생명 20(후)'는 지난 7일 민평금리 대비 79bp 높게 거래됐고, 이튿날인 8일에는 민평금리 대비 92.2bp 높게 거래됐다.

 

'KDB생명보험 12(후)'는 지난 2일만 하더라도 민평금리보다 0.1bp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다가 지난 8일엔 민평금리보다 39.8bp 높게 거래됐다.

 

작년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지급여력(K-ICS) 비율은 157.3%, KDB생명의 K-ICS 비율은 158.24%로 당국 권고치 15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롯데손 의 작년 말 기준 K-ICS 비율인 154.59%와 차이가 크지 않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보험사의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발행 여건이 악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롯데손보 콜옵션 사태가 K-ICS 비율이 경계선에 걸쳐있는 회사에서 일어난 만큼 앞으로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어 경계감이 높아졌다"며 "시간을 두고 비슷한 회사들은 스프레드(금리차)가 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계리적 가정 변경 등 제도 변화로 보험업계 전반의 자본 부담이 급격히 커졌는데 단기간에 유상증자만을 강요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특히 중소형 보험사의 건전성이 특히 취약해졌고, 푸본현대생명과 흥국생명도 콜옵션 행사가 대기한 상황에서 경과조치 도입 등 당국 차원의 실질적인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롯데손보 외에도 올해 푸본현대생명(650억원)과 흥국생명(700억원) 등 보험사들이 후순위채 콜옵션 일정을 앞두고 있다.

 

롯데손보 후순위채를 보유한 개인투자자의 피해도 문제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900억원 규모로 발행된 롯데손보 8회 후순위채의 9일 기준 개인 보유 잔고는 676억원 수준이다. 나머지 물량은 법인 투자자 112억원, 증권 62억원, 종금 50억원 등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후순위채 만기는 10년이지만 콜옵션이 5년 뒤에 걸려있었기 때문에 다들 5년물로 생각하고 샀을 것"이라며 "일부 판매처에서는 실질적으로 5년짜리 채권이라는 얘기가 있었을 것이고,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불완전 판매 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롯데손보가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해 유상증자나 차환에 나서느냐다. 시장에서는 최대주주가 사모펀드라는 특성상 당장 유상증자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손보는 사모 방식의 후순위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후순위채 물량이 시장에서 소화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금감원은 지난 8일 브리핑에서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조기상환 추진에 강한 유감을 표하면서 "롯데손보 재무상황 평가 결과가 확정되는 대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신속히 취하겠다"며 적기시정조치 등 규제를 시사한 바 있다.

 

금감원은 작년 롯데손보 정기검사와 올해 2∼3월 수시검사를 통해 건전성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경영평가실태 등급을 매기기 위한 평가를 실시했다. 경영평가실태 평가 결과 자본 적정성 부문의 평가등급이 4등급 이하를 받으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금감원이 이달 경영평가실태 평가 등급을 확정하면 이르면 상반기 내 적기시정조치가 부과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경영평가실태 평가 결과를 정리 중이고 이르면 5월 말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적기시정조치 여부 등을) 단정할 수는 없고, 롯데손보의 구체적인 자본 확충 계획 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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