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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르포]“서점이야, 오락실이야?”…은행의 이유 있는 변신

서점·카페 복합점포부터 VR체험까지
문화마케팅으로 장기적 효과 ‘기대’

 

(조세금융신문=이기욱 기자) 최근 은행권이 문화마케팅을 향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등 주요은행들이 영업점을 문화체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시도를 연이어 보여주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새롭게 오픈한 은행의 문화 공간들을 직접 체험해봤다.

 

“그냥 들어가도 되나요” KEB 하나은행 광화문역 지점

 

KEB하나은행 광화문역 지점을 방문한 고객들은 입장하기전 잇따라 직원의 확인을 구했다. 일반 은행 영업점과는 상이한 모습에 적지 않은 놀람을 표출하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지난 오후 2시쯤 기자가 방문한 ‘KEB하나은행 컬처뱅크 2호점’은 은행이라기보다는 서점, 도서관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부 벽면과 중앙 테이블에는 책장과 수많은 책들이 비치돼 있고 영업점 곳곳에는 편하게 앉아서 독서를 할 수 있는 좌석이 마련돼 있었다.

 

여러 창구의 고객석이 비어있어 곧바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많은 고객들은 좌석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하나은행 고객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말에 안내를 맡고 있던 직원은 “누구나 편하게 시설들을 이용할 수 있다”고 답했다.

 

‘컬처뱅크’는 지난 12월부터 시작된 하나은행의 프로젝트다. 문화를 매개로 은행의 유휴 공간을 고객에게 돌려주고 은행을 더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지역 명소로 탈바꿈 시키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번 2호점은 힐링서점을 콘셉트로 독립서점 ‘북바이북’과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이곳을 방문한 고객들은 책뿐만 아니라 내부 카페를 이용해 커피 등의 음료도 구매해 즐길 수 있다. 사전 신청을 통해 작가들과 함께하는 ‘작가 스테이지’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은행 업무는 일반 지점과 동일하게 오후 4시에 마감되지만 서점공간과 카페공간은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주말 역시 서점, 카페는 정상 영업한다.

 

테이블에 앉아 독서 중이던 신유연(25·여) 씨는 “처음에는 신기하기도 하고 은행 직원분들이 맞은편에 있어 어색하기도 했다”며 “하지만 좌석이 편하고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책들도 많이 비치돼있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은행 특유의 조용한 분위기와 서점이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호평했다.

 

기존 지점 건물의 재탄생 'KB락스타 청춘마루'

 

국민은행은 하나은행과는 또 다른 문화 마케팅에 도전하고 있다. 학생, 직장인들이 몰리기 시작하는 오후 7시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KB락스타 청춘마루’를 방문했다.

 

KB청춘마루는 과거 40여 년 동안 국민은행 서교동 지점으로 활용되던 건물을 리모델링한 문화공간으로 공연, 전시, 강연 등 문화 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건물 한 곳의 자동화기기들이 영업점의 은행 업무를 대신하고 있었다.

 

청춘마루에 입장하기 전 가장 먼저 기자의 눈에 들어온 것은 국민은행을 연상시키는 노란색 계단이었다. 약 2~3팀의 일행들이 앉아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노란계단을 지나쳐 청춘마루 입구로 들어서자 직원들이 내부 시설에 대한 안내를 해줬다.

 

청춘마루는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으로 구성돼있다. 지하 1층은 세미나실과 스터디실, 디지털라이브러리 등이 있으며 지상 1층과 2층은 각각 카페와 전시관(갤러리)으로 구성돼 있다. 3층은 루프탑(옥상공간)이 있다.

 

지하 1층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VR체험공간이다. 한 일행이 VR게임 체험 시설을 이용 중이었고, 시간대 별로 나눠져 있는 예약목록에는 예약자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시설 외부에는 현재 체험 중인 게임 화면이 그대로 중계되고 있었다.

 

발길을 옮겨 지상 2층으로 가니 전시 공간이 보였다. 입구에는 청년들의 메시지가 담긴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전시회장에는 하상욱 시인의 재치 있는 시구들이 전시돼 있었다. 3층에는 홍대거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휴게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2층 전시장에서 만난 김혜영(23·여)씨는 “약속 전에 시간이 잠깐 남아 들렸는데 생각보다 좋은 공간들이 마련돼 있어서 놀랐다”며 “주요 프로그램들이 자주 바뀌고 관리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고객 이진희(24·여·가명)씨 역시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며 “지하 스터디룸이 특히 많은 이들에게 이용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용자들은 시설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전했지만 두 은행의 문화마케팅이 실제 고객 유치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KB청춘마루에서 만난 이진희 씨는 “제한이나 조건 없이 시설을 이용할 수는 있지만 이 시설로 인해 새로운 상품에 가입하거나 주거래은행을 바꿀지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하나은행에서 만난 신유연 씨 역시 “지나가다가, 혹은 남는 시간에 방문할 수는 있겠지만 이곳을 이용하기 위해서 별도의 비용을 지불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문화마케팅은 당장의 실적보다 은행에서 청년층들의 눈높이에 맞춰 먼저 다가간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며 “지금부터 청년들을 미래고객으로 삼고 접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다 보면 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은행은 “현재 문화 관련 영업점 신설 계획은 없지만 KB락스타 청춘마루가 더욱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통해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은행 측은 “앞으로도 스타일, 가드닝, 여행 등 다양한 주제의 문화 콘텐츠가 적용된 컬처뱅크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청년들의 경우 부모나 대학교의 주거래 은행 등으로 접근방식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문화마케팅을 통해 청년층과의 접점을 넓히고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는 등 장기적 효과를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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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의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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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onard
    • 2024-01-08 20:48:26

    그전에는, 중국의 영향으로, 불에 익히거나 데워먹어왔다는 말입니다. 임진왜란때, 명나라 병사들이, 한국인이 날것 회를 먹으면 빼앗아 던져버렸다는 일화가 있는걸로 보아, 불을 사용하여 음식을 조리하는 중화요리의 특성상, 공자님께서, 불을 발명한 이후, 한참지난 주나라 춘추전국시대에 날것 육회나 날 것 생선회를 가늘게 썰면 싫어하지 않으셨다고 하여, 그 회를 한국적 해석으로, 날 것으로 오해하면 않됩니다. 또한 공자님께서는 그 춘추전국 시대에도, 그 음식에 어울리는 양념장이 없으면 드시지 않으셨다고 합니다(不食 不得其醬)

  • leonard
    • 2024-01-08 20:47:01

    요즘, 일본의 영향을 받아, 회라 하면, 날것을 잘게 썬 것으로 오해하여, 유포되는데, 이는 잘못된 견해입니다. 한국이 회를 먹기 시작한것은 생고기를 먹는 몽고(중세시대 세계제국을 건설한 몽고족임. 몽고족뿐 아니라, 생고기 먹는 나라는, 부분적으로 유럽에도 있음)족의 지배시기인 고려말이라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숙회란 생회에 대비되는 말로 날것을 삶거나 데치거나 한것도 회라고 하는데, 몽고풍의 영향으로, 날것 고기나 생선을 가늘게 썰어서, 먹기 시작한 한국인이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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