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25 (일)

  • 맑음동두천 -8.2℃
  • 맑음강릉 -3.1℃
  • 맑음서울 -7.6℃
  • 맑음대전 -3.4℃
  • 맑음대구 -2.4℃
  • 맑음울산 -2.0℃
  • 맑음광주 0.2℃
  • 맑음부산 0.1℃
  • 맑음고창 -1.4℃
  • 구름많음제주 4.4℃
  • 맑음강화 -6.7℃
  • 맑음보은 -4.8℃
  • 맑음금산 -4.4℃
  • 구름조금강진군 0.2℃
  • 맑음경주시 -2.3℃
  • 맑음거제 0.4℃
기상청 제공

금융

[르포] KB국민은행 옥상에 사는 꿀벌들을 아시나요?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서울 여의도, 도심 한복판에 12만 마리 꿀벌이 서식 중인 양봉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기후 온난화로 토종 꿀벌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궁금증이 생겼다. 산세 좋고 공기 맑은 곳에 마련된 양봉장의 모습이 머릿속을 잠깐 스쳤다. 꿀벌들이 빌딩 숲이 우거진 여의도에서 어떤 형태로 터전을 마련했는지, 잘 적응하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졌다.

 

기자는 도심 양봉장이 있는 KB국민은행 본관(구관) 옥상을 찾아 궁금증을 해결했다. 이름은 ‘케이비(K-Bee) 양봉장’으로 KB금융이 도시 양봉 사회적 기업인 어반비즈와 함께 만든 곳이다.

 

도심 속 꿀벌을 만나기 위해선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본관 후문에 들어선 뒤 보완 절차를 밟고 옥상까지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본관 옥상은 통제 구역이지만, 사전 허가를 받은 직원 및 관계자는 이곳을 찾아 꿀벌을 볼 수 있다.

 

기자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 옥상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얇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혹여 비 맞은 꿀벌들이 양봉장 안으로 자취를 감출까 걱정하며 서둘러 방호복을 껴입었다.

 

옥상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6군으로 마련된 양봉장이 눈에 들어왔다. 높다랗게 자리 잡은 빌딩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곳에 꿀벌들의 집이 있었다.

 

이질적인 풍경이었지만 동시에 조화롭다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바삐 돌아가는 산업 현장에서 양봉장의 목가적 경관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서 그런 것 같았다. 오랜만에 발견한 생동감이 주는 반가움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천천히 양봉장 가까이 다가갔다. 평화롭게만 보였던 그곳은 사실 그들만의 일상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꿀벌 수십 마리가 양봉장 입구를 꽉 메워 둘러싸고는 손가락 한 마디 반 크기만 한 말벌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말벌 한 마리의 공격으로 벌통 하나가 초토화 되기도 한다는 걸 생각하면 꿀벌들은 매 순간 생사의 갈림길에서 촌각을 다투는 전쟁을 치르는 중인 것이다. 대견했다.

 

그때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가 훈연기로 쑥 연기를 피웠다. 쑥 연기는 사나워진 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쑥 연기에 취한 꿀벌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둔해지자 박 대표는 벌통에서 벌집을 꺼내 들었고, 꿀벌이 부지런히 모은 꿀이 가득 찬 벌집이 보였다.

 

과연 꿀벌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튼튼한 집을 짓는 데 성공한 것이 맞았다.

 

 

KB국민은행 본관 옥상에 집을 짓고 사는 꿀벌들은 1~2km 떨어진 샛강공원과 여의도공원까지 찾아가 몸무게의 절반이나 되는 양의 꽃꿀을 채취해 이고지고 날아온다. 이들 일벌들은 곧바로 집안에 있던 일벌들에게 입을 맞춘다. 바깥 일벌들이 입맞춤을 통해 집안 일벌들에게 꽃꿀을 전달하고, 집안 일벌들이 자신의 침을 꽃꿀에 섞은 뒤 비어있는 육각형 벌집 각각에 뱉어낸다. 집안 일벌들은 이 과정에서 날갯짓을 반복하며 꽃꿀에 포함된 수분량을 낮추는데 이때 벌의 몸이 필터 역할을 하면서 꽃꿀에 있는 안 좋은 성분이 걸러진다.

 

박 대표는 “도심에서도 얼마든지 꿀벌이 건강하게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도심은 양봉의 최적지이기까지 하다고 설명했다. 고온 건조한데다 도시 계획상 넓은 지역에 걸쳐 다양한 꽃과 식물이 식재돼 있어 먹잇감 역시 풍부하다는 것이다. 도심 속 공해가 꿀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진 않는지도 궁금했는데, 농촌에서 다량으로 살포되는 살충제를 생각하면 도시 꿀벌들은 오히려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꿀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도심에서 꿀벌들을 양육하는 게 위험하진 않을까. 박 대표는 “이런 우려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실제로 이런 염려를 염두에 두고 양봉장을 설치한다. 건물 중 사람의 출입이 제한된 곳 등 안정성을 기준으로 장소를 선정한다”며 “옥상에 사는 꿀벌들은 근처 공원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옥상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을 마주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의 경우 도심 양봉장에 대한 구체적 규제 및 조례가 있다. 기본적으로 양봉을 하는 사람에게 양봉 교육을 이수토록 하고,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벌통 수를 제한하며 이웃집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 등이 그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런 규제들이 미비한데, 앞으로 법적 테두리가 만들어지면 오히려 도심 양봉장에 대한 오해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벌집 한 조각을 떼어내 맛을 봤다. 향긋한 향과 녹진한 단맛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도시가 주는 전혀 다른 의미의 풍요로움이었다. 건강했고, 신선했다. 도시의 회색빛 속에서 자라난 생명의 산물에서 다채로움이 느껴졌다.

 

문뜩 양봉 농가에서 최근 심심찮게 ‘꿀벌 실종사건’이 보고된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박 대표는 이를 두고 “기후 온난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겨울에도 기온이 따뜻하니 봄인 줄 착각한 일벌들이 집을 나섰다가 몽땅 얼어 죽기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꿀벌이 없으면 세계 100대 농산물의 생산량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고,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꿀벌이 멸종하면 4년 안에 인류도 사라진다고 예언했다.

 

수분(受粉) 매개체인 꿀벌이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결국 꿀벌과 인류는 공생해야 한다.

 

KB금융이 KB국민은행 본관 옥상에 양봉장을 마련한 것도 서로에게 이익을 주며 함께 살아가자는 차원에서다.

 

KB금융 관계자는 “꿀벌 생태계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국민들의 실천을 모으기 위해 케이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이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져 꿀벌을 살리기 위한 실천들이 국민 모두의 생활 곳곳에서 등불처럼 번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보름달과 떡볶이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나는 아직도 하늘보다 땅을 먼저 떠올린다. 살던 마을의 흙길, 그 흙냄새, 그리고 흙이 묻은 엄마의 손 말이다. 초등학교 시절, 하교 길에는 늘 엄마의 등이 있었다. 남의 밭에서 품앗이로 파를 캐시던 엄마는 흙 묻은 장갑을 벗을 새도 없이 나를 불러 세웠다. 작은 비닐봉지 하나를 내밀며 “먹어라.” 하시던 그 숨결이 지금도 귀에 선하다. 그 안에는 한 개의 보름달 빵이 들어 있었다. 반은 내가 먹고, 반은 집 강아지에게 주며 해맑게 웃던 날들이 있었다. 누나는 자기 몫이 없다며 종종 투덜댔지만, 나는 달콤함에 빠져 그 말도 흘려들었다. 세월이 꽤 흐른 뒤에야 알았다. 그 빵은 엄마가 간식으로 받은 것 중 스스로 드시지 않고 남겨두신 ‘내 몫’이었다는 사실을. 그걸 알고 난 뒤로 보름달 빵을 쉽게 먹지 못했다. 입에 넣으면 미안함이 먼저 차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마음의 모양도 조금씩 변한다. 지금은 보름달을 떠올리면 미안함보다도 어머니가 남겨주신 ‘둥근 마음’이 먼저 떠오른다. 그 마음이 나를 오늘 이 자리까지 데려왔다고 생각하면, 보름달은 늘 감사의 모양이다. 어린 시절의 음식은 뭐든지 다
[초대석] 정재열 관세사회장 "마약· 특송·외화 밀반출 등 국경관리...관세사가 앞장"
(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1976년 관세사 제도가 처음 생길 때 우리나라 수출액이 80억 달러였습니다. 지금은 1조 3,000억 달러를 넘보는 세계 10위권 무역 강국이 됐죠. 지난 50년이 우리 존재를 증명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50년은 국가 무역 안전망의 ‘재설계’ 기간이 될 것입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심장부, 강남. 빌딩 숲 사이로 겨울바람이 매섭게 몰아치던 날, 기자는 한국관세사회 회장실을 찾았다. 문을 여는 순간, 바깥의 냉기와는 대조적으로 따뜻한 온기가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지독한 독감으로 고생했다는 소식이 무색할 만큼, 정재열 회장은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그 미소 뒤에는 창립 50주년이라는 거대한 역사의 변곡점을 지나온 수장으로서의 고뇌와 확신이 함께 담겨 있었다. 마주 앉은 그는 차 한 잔을 건네며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경제와 궤를 같이해 온 한국관세사회의 발자취를 차분히 되짚었다. 그의 시선은 과거의 성과에 머물지 않았다. ‘새로운 100년’을 향한 다짐 속에서, 혁신을 향한 굳건한 의지는 또렷이 전해졌고, 그 울림은 강남의 차가운 겨울 공기마저 녹이기에 충분했다. 80억 달러 수출국에서 1.3조 달러 무역 강국으로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