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05 (금)

  • 맑음동두천 -2.8℃
  • 맑음강릉 4.7℃
  • 맑음서울 -0.7℃
  • 맑음대전 1.7℃
  • 맑음대구 2.9℃
  • 맑음울산 3.4℃
  • 맑음광주 4.8℃
  • 맑음부산 4.6℃
  • 맑음고창 4.1℃
  • 구름많음제주 8.6℃
  • 맑음강화 -0.5℃
  • 맑음보은 0.6℃
  • 맑음금산 1.9℃
  • 맑음강진군 5.0℃
  • 맑음경주시 3.5℃
  • 맑음거제 4.6℃
기상청 제공

금융

[르포] KB국민은행 옥상에 사는 꿀벌들을 아시나요?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서울 여의도, 도심 한복판에 12만 마리 꿀벌이 서식 중인 양봉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기후 온난화로 토종 꿀벌이 멸종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을 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궁금증이 생겼다. 산세 좋고 공기 맑은 곳에 마련된 양봉장의 모습이 머릿속을 잠깐 스쳤다. 꿀벌들이 빌딩 숲이 우거진 여의도에서 어떤 형태로 터전을 마련했는지, 잘 적응하고 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어졌다.

 

기자는 도심 양봉장이 있는 KB국민은행 본관(구관) 옥상을 찾아 궁금증을 해결했다. 이름은 ‘케이비(K-Bee) 양봉장’으로 KB금융이 도시 양봉 사회적 기업인 어반비즈와 함께 만든 곳이다.

 

도심 속 꿀벌을 만나기 위해선 여러 관문을 통과해야 했다. 본관 후문에 들어선 뒤 보완 절차를 밟고 옥상까지 엘리베이터로 이동했다. 본관 옥상은 통제 구역이지만, 사전 허가를 받은 직원 및 관계자는 이곳을 찾아 꿀벌을 볼 수 있다.

 

기자가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 옥상으로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 얇은 빗방울이 떨어졌다. 혹여 비 맞은 꿀벌들이 양봉장 안으로 자취를 감출까 걱정하며 서둘러 방호복을 껴입었다.

 

옥상 정문에서 오른쪽으로 돌아서니 6군으로 마련된 양봉장이 눈에 들어왔다. 높다랗게 자리 잡은 빌딩들이 내려다보고 있는 곳에 꿀벌들의 집이 있었다.

 

이질적인 풍경이었지만 동시에 조화롭다 느껴지는,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바삐 돌아가는 산업 현장에서 양봉장의 목가적 경관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서 그런 것 같았다. 오랜만에 발견한 생동감이 주는 반가움 때문인 것 같기도 했다.

 

 

천천히 양봉장 가까이 다가갔다. 평화롭게만 보였던 그곳은 사실 그들만의 일상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는 중이었다. 꿀벌 수십 마리가 양봉장 입구를 꽉 메워 둘러싸고는 손가락 한 마디 반 크기만 한 말벌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말벌 한 마리의 공격으로 벌통 하나가 초토화 되기도 한다는 걸 생각하면 꿀벌들은 매 순간 생사의 갈림길에서 촌각을 다투는 전쟁을 치르는 중인 것이다. 대견했다.

 

그때 박진 어반비즈서울 대표가 훈연기로 쑥 연기를 피웠다. 쑥 연기는 사나워진 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쑥 연기에 취한 꿀벌들의 움직임이 조금씩 둔해지자 박 대표는 벌통에서 벌집을 꺼내 들었고, 꿀벌이 부지런히 모은 꿀이 가득 찬 벌집이 보였다.

 

과연 꿀벌들은 도심 한복판에서 튼튼한 집을 짓는 데 성공한 것이 맞았다.

 

 

KB국민은행 본관 옥상에 집을 짓고 사는 꿀벌들은 1~2km 떨어진 샛강공원과 여의도공원까지 찾아가 몸무게의 절반이나 되는 양의 꽃꿀을 채취해 이고지고 날아온다. 이들 일벌들은 곧바로 집안에 있던 일벌들에게 입을 맞춘다. 바깥 일벌들이 입맞춤을 통해 집안 일벌들에게 꽃꿀을 전달하고, 집안 일벌들이 자신의 침을 꽃꿀에 섞은 뒤 비어있는 육각형 벌집 각각에 뱉어낸다. 집안 일벌들은 이 과정에서 날갯짓을 반복하며 꽃꿀에 포함된 수분량을 낮추는데 이때 벌의 몸이 필터 역할을 하면서 꽃꿀에 있는 안 좋은 성분이 걸러진다.

 

박 대표는 “도심에서도 얼마든지 꿀벌이 건강하게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도심은 양봉의 최적지이기까지 하다고 설명했다. 고온 건조한데다 도시 계획상 넓은 지역에 걸쳐 다양한 꽃과 식물이 식재돼 있어 먹잇감 역시 풍부하다는 것이다. 도심 속 공해가 꿀의 질을 떨어트리는 요인이 되진 않는지도 궁금했는데, 농촌에서 다량으로 살포되는 살충제를 생각하면 도시 꿀벌들은 오히려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꿀을 모으고 있다고 했다.

 

도심에서 꿀벌들을 양육하는 게 위험하진 않을까. 박 대표는 “이런 우려는 당연히 있을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실제로 이런 염려를 염두에 두고 양봉장을 설치한다. 건물 중 사람의 출입이 제한된 곳 등 안정성을 기준으로 장소를 선정한다”며 “옥상에 사는 꿀벌들은 근처 공원까지 날아갔다가 다시 옥상으로 돌아온다. 사람들을 마주칠 확률은 매우 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해외의 경우 도심 양봉장에 대한 구체적 규제 및 조례가 있다. 기본적으로 양봉을 하는 사람에게 양봉 교육을 이수토록 하고, 한 번에 만들 수 있는 벌통 수를 제한하며 이웃집과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지 등이 그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이런 규제들이 미비한데, 앞으로 법적 테두리가 만들어지면 오히려 도심 양봉장에 대한 오해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벌집 한 조각을 떼어내 맛을 봤다. 향긋한 향과 녹진한 단맛에 저절로 눈이 감겼다. 도시가 주는 전혀 다른 의미의 풍요로움이었다. 건강했고, 신선했다. 도시의 회색빛 속에서 자라난 생명의 산물에서 다채로움이 느껴졌다.

 

문뜩 양봉 농가에서 최근 심심찮게 ‘꿀벌 실종사건’이 보고된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박 대표는 이를 두고 “기후 온난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겨울에도 기온이 따뜻하니 봄인 줄 착각한 일벌들이 집을 나섰다가 몽땅 얼어 죽기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도 강조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꿀벌이 없으면 세계 100대 농산물의 생산량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고, 과학자 아인슈타인도 꿀벌이 멸종하면 4년 안에 인류도 사라진다고 예언했다.

 

수분(受粉) 매개체인 꿀벌이 생태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결국 꿀벌과 인류는 공생해야 한다.

 

KB금융이 KB국민은행 본관 옥상에 양봉장을 마련한 것도 서로에게 이익을 주며 함께 살아가자는 차원에서다.

 

KB금융 관계자는 “꿀벌 생태계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국민들의 실천을 모으기 위해 케이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런 노력이 선한 영향력으로 이어져 꿀벌을 살리기 위한 실천들이 국민 모두의 생활 곳곳에서 등불처럼 번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
[초대석]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 최시헌 회장, 김선명 대표 "변화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최고의 세무서비스"
(조세금융신문=이지한 기자, 사진=이학명 기자) 지난 2023년에 이어 2025년에 치러진 한국세무사회 제33대와 제34대 임원 선거에서 부회장으로 선출돼 3년째 주요 회직을 수행해 온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부회장이 올해 1월 세무법인 와이즈앤택스를 설립하고 최고의 세무 컨설팅과 세무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꿈을 안고 본격 출범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대구지방국세청장으로 국세공무원을 마감한 최시헌 세무사가 회장직을 맡았고, 세무 고시 출신의 김선명 세무사는 대표세무사로서 법인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김준성, 김민식, 박정준, 민규태 세무사 등 4명의 젊은 세무사가 합류해 분당 본점과 분당 서현, 경기 광주, 서울 용산 등을 거점으로 하여 활발한 업무를 전개하고 있다. 낙엽이 거리를 뒤덮고 있던 11월 중순, 분당 본점에서 최시헌 부회장과 김선명 세무사를 만나 와이즈앤택스의 설립 과정을 돌아보고, 향후 법인을 어떻게 이끌어 갈 예정인지 알아봤다. Q. 우선 성공적인 법인 설립을 축하합니다. 올해 1월 각자 활동하시던 세무사사무소를 합쳐서 새로운 세무법인을 설립하셨는데요. 어떤 계기가 있었습니까? (최시헌 회장) 저는 20년 연말 대구지방국세청장을 끝으로 공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