튤립 사랑 / 배정숙 어쩜 이리도 이쁠까 올해도 찾아온 꽃님 울 엄마도 때 되면 오신다면 좋겠다 어쩜 이리도 색색이 고울까 시집간 울 언니 고운 얼굴에 촉촉한 입술 닮은 빨강 분홍 튤립 청정지역 튤립꽃들의 축제 때론 울 사랑꾼 새아기처럼 때론 수줍은 18세 울 언니처럼 보고 또 보아도 보고 싶은 오로지 내 사랑 튤립 튤립꽃 속엔 아기처럼 예쁘고 꽃보다 더 어린 울 엄마가 해맑게 웃고 계신다 튤립꽃 한 무리 물 따라 바람 따라 천년의 향기로 만년의 사랑으로 영원한 사랑 튤립 내 사랑. [시인] 배정숙 경기 남양주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정회원 [詩 감상] 박영애 시인 고운 자태를 뽐내며 여기저기 꽃들이 만발하는 계절, 보기만 해도 행복의 미소 절로 난다. 꽃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소녀가 되어 얼굴에 웃음이 만개하고 마음이 설레며 환호성을 지른다. 저마다 다른 모양으로, 또 다른 향기로 피고 지는 꽃을 보면서 우리의 인생과도 참 많이 닮아있음을 본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울려 사는 세상, 오고 가는 순서 없이 주어진 시간에 마음껏 풍성한 삶을 누리다 가기를 바랄 뿐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당신을 소환합니다 /김수용 은행잎 흩날리던 어느 가을날 하얀 교복에 짧은 단발머리의 모습으로 좋아한다고 고백하며 수줍어하던 순수했던 당신을 소환합니다 힘든 시기에 두 아이를 키우면서 언제나 변함없는 모습으로 정성 어린 밥상과 함께 넥타이를 매어주던 부지런했던 당신을 소환합니다 사업에 실패하여 방황하고 있을 때 힘든 내색 한번 없이 새벽일 다니면서도 힘내라며 빈 지갑을 채워주며 활짝 미소 짓던 인자했던 당신을 소환합니다 흰머리가 하나둘 늘어가면서 이제 잠시 쉬어가려는데 수고했다고 안아주고 싶었는데 육신의 고통에 당신은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순수했던 당신, 부지런했던 당신 인자했던 당신의 모습이 너무 그립습니다 소록소록 하얀 눈이 내리는 아침 그때 그 모습의 당신을 소환합니다 [시인] 김수용 인천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인천지회)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시집 “잊지 못할 그리움 하나”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일 년 열두 달 중 5월 하면 모임도 많고 챙겨야할 기념일도 가장 많은 달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전하지 못했던 감사의 마음과 따뜻한 사랑을 전할 수 있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올해 가정의 달을 맞이해서 그간 사회적
오늘 같은 날 / 전경자 파아란 하늘에 올라간 마음은 항상 난 네가 궁금했다 돋보기를 쓰고 바라보고 있는 하늘의 끝은 어디일까 오늘은 노란색 개나리꽃으로 피우고 내일은 연분홍 진달래꽃 피우고 모르는 척하는 하얀 목련꽃 봉우리 맺혀 당신을 기다리고 하루하루의 돌고 도는 인생은 내일은 내일 하리라 호탕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사라진 아쉬운 젊은 날들 미친 예술가로 취해도 보고 혼자서 기다리는 지금, 이 순간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지 말라고 해도 바람 따라가 버렸기에 오늘 같은 날 파아란 하늘에 올라간 마음 정원에 내리는 부족한 그 모습 비추어본다 잘 튀겨진 팝콘을 하늘을 가득히 채우고 사랑했던 날 바라만 보아도 행복해 팝콘을 연일 볶아서 그냥 매달아 놓은 팝콘 나무 너를 보면 행복해 [시인] 전경자 경기 의정부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총무국장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시집 “꿈꾸는 DNA”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조팝나무 꽃에 이어 요즘 한창 피는 것이 이팝나무 꽃이다. 바람을 친구 삼아 살랑살랑 흔드는 모습이 푸른 하늘과 단짝을 이루어 가슴을 흔든다. 꽃이 밥알을 닮았다고 해서 이밥이라고도 하며, 예부터 꽃이 많이 피면
우리 엄마는 / 국순정 우리 엄마는 호랑이가 무섭지 않습니다 안방에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시어른들을 모셔두고 지게 지고 산으로 향하고 호미 들고 삽 들고 들로 나가야 했습니다 우리 엄마는 쓸개가 없습니다 누르고 참았던 모진 세월 수모의 앙금 덩어리가 극심한 통증으로 남아 미련 없이 던져버리고 웃어주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죽고 싶어도 죽지 못했습니다 자식을 둘이나 앞세운 죄인이라 통곡조차 할 수 없어 냉가슴에 묻고 가슴앓이로 죽은 숨을 토해냅니다 우리 엄마는 바보입니다 따뜻하고 온화한 미소는 그 누가 보았는지 모를 살얼음 같던 청춘의 칼바람 운명의 수레바퀴에 묶인 족쇄를 끝내는 풀지 못하고 돌아온 주인에게 안방을 내어주는 우리 엄마는 허리가 땅을 향해 휘었습니다 눈만 뜨면 논과 밭을 기어 다니고 남의 집 일에 딸린 자식 돌보느라 굽어진 허리 펴보질 못하고 고목이 되었습니다 우리 엄마는 나의 통증입니다 엄마를 보는 내 눈은 가시에 찔린 듯 쓰리고 내 가슴은 망치로 맞은 듯 아픕니다 나는 그 아픈 통증을 너무도 사랑합니다 [시인] 국순정 경기 안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경기지회) 저서 : 시집 “숨 같은
동백꽃 / 박상현 붉은 입술마다 하얀 면사포 구슬구슬 맺힌 그리움 동박새 깃털마다 붉은 꽃물 아픈 이별 되어 약속은 툭툭 떨어진다 태양이 제비 같은 햇살을 꽃봉오리에 내려놓은 날 동백꽃 아래 앉아 작은 하늘을 바라보다 일어서니 목화꽃 닮은 씨앗이 그리움으로 달려있다 콘트라베이스 현에 지나가듯 꽃봉오리 떨어지는 소리에 뒤척이는 밤 함박꽃 닮은 눈송이 붉은 호롱 불꽃 위에서 춤을 춘다 보리순 땅 힘을 붙들고 일어서는 계절 봄비를 맞고 훌훌 떠나가는 꽃잎 뒤로 목련꽃이 하얀 면사포 쓰고 따라온다 [시인] 박상현 서울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서울지회) [詩 감상] 박영애 시인 동백꽃은 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겨울을 나면서 어느 꽃보다 먼저 활짝 피우는 강인함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다섯 장의 빨간 꽃잎이 더욱 선명하고 아름답다. 가끔 꽃 위에 눈이 쌓이면 시인이 표현한 것처럼 하얀 면사포를 쓰고 있는 듯하다. 다른 꽃처럼 낱장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 붉은 꽃이 꽃송이째 바닥에 떨어져 쌓이는 것을 보면 마음이 더 애잔하다. 시인은 그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아픈 이별 되어 약속은 툭툭 떨어진다’
당신의 이름표 / 김노경 그땐 몰랐어요 어두운 밤늦은 자장가를 고운 눈 당신의 젊은 미소를 내 발자국을 닮은 엄마의 소리 듣고 싶습니다 기나긴 여정 당신의 메마른 기침 소리 서럽게 복받치는 눈물 힘든 걸음으로 묻어놓고 돌아서는 당신을 붙들고 싶습니다 당신의 이름표 나는 없고 너만 있는 한숨 피눈물로 묶인 옷고름 슬프고 시리게 추운 뒷모습 그땐 몰랐어요 당신이란 것을요 혼자라는 이름으로 남겨진 당신 슬픔이 고여 아픔이 더해집니다 살면서 살아가면서 그땐 왜 몰랐을까요 정말 바보처럼 그땐 몰랐어요 [시인] 김노경 천안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 시집 <가슴에서 길을 나선다>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엄마에 대한 많은 시는 가슴을 먹먹하게 합니다. 지금과 다르게 어쩌면 힘들고 어려웠던 그 시절 속내 드러내지 못하고 아픔을 참고 견디며, 자신을 희생했던 한 여인의 삶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세월이 흘러 엄마의 나이가 될 때, 돌아보면 그 삶이 얼마나 고되고 힘들었을지 조금은 알게 되어 더 아프고, 죄송스럽고 후회스럽습니다. 어머니의 그 헌신적인 사랑과 외로움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따뜻한
봄비 만난 실개천 / 이동로 하트 모양으로 실개천에 떨어진 봄비를 사랑하며 살포시 품어주는 그대는 영원한 동반자로 흐른다 실개천의 버들강아지에 빗방울 아스라이 매달려 살랑거리는 바람결 타고 리듬에 맞춰 노래 부른다 빗물에 꽃봉오리 씻으며 노오란 산수유 활짝 피어 어여쁜 자태 곱게 피우니 홍매화 시샘하듯 엿본다 꽃샘추위에도 향기 내며 꽃망울 터뜨리고 싶어서 따뜻한 햇볕을 기다려도 봄비는 하염없이 내리네 [시인] 이동로 경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대구경북지회 지회장 저서 : 시집 “공감과 위로” [詩 감상] 박영애 시인 계절의 변화는 늘 놀랍고 신비롭다. 우리 눈으로 볼 때 변화가 없는 듯 보이지만, 어느 순간이 되면 확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겨울을 이기고 봄이 되면 꽃이 피고 새싹이 나오듯 지금의 현실이 힘들고 어렵지만, 우리의 삶도 환한 꽃으로 다시 피어나길 소망해 본다. 봄비와 함께 행복이 스며들기를 바라면서 이동로 시인의 ‘봄비 만난 실개천’ 시를 감상해 본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별헤는 밤_윤동주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追憶)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憧憬)과 별 하나에 시(詩)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小學校) 때 책상(冊床)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詩人)들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北間島)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아버지의 군고구마 / 이재환 겨울 해 질 녘 사랑방 아궁이에 불 지펴 쇠죽 쑤시던 아버지 모습이 생각납니다 부지깽이로 불 쑤시며 아궁이 불 속에 고구마를 구워 주시던 구수한 냄새가 그립습니다 뜨거울까 봐 호호 불어가며 고구마 껍질을 벗겨주시던 아버지 아버지 손은 까맣게 그을린 천정처럼 주름지고 검게 변하고 노랗게 익은 고구마를 주셨지 아궁이의 군고구마는 아버지의 가슴속 사랑이었던 그때 그 고구마 맛 잊을 수가 없네 [시인] 이재환 강원 횡성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강원지회)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아버지의 군고구마’ 시를 접하고 마음이 참 따뜻해진다. 지금은 많은 아빠들이 자녀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스스럼없이 놀아주고 하지만, 가부장적 문화를 가지고 살았던 시대에는 그런 모습이 참 낯설었다. 물론 지금도 성향에 따라 다르기는 하겠지만, 전체적인 삶의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어릴 적 아궁이에 불을 피우고 그 불씨 속에 고구마와 감자를 구워 먹던 생각이 난다. 입 주변은 까매져도 호호 불면서 먹는 그 맛은 일품이었다. 지금의 군고구마와는 맛이 차원이 다르다. 어찌 보면 지금 군고구마가 먹기도 좋고 더
못다 쓴 편지 / 윤무중 오늘도 잠 못 들어 뒤척이다가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매일 무슨 사연 있길래 내 가슴에 간직한 사연을 말하려 하지만 못다 한 말이 많습니다 사랑한다 말하려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아마도 내가 쓰는 편지는 내 생전에 다 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솔직히 고백하면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 믿습니다 그날은 아마도 내가 기억할 수 없을 때가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사랑하는 님이여, 그 많은 사연을 누에가 명주실을 뽑아내듯 그것이 진정한 내 마음이라는 믿음에 행복이고 사랑이라면 지금까지 써 온 보람으로 생각합니다 못 다 쓴 편지라 할지라도 지금처럼 사랑이 영원하다는 것을 솔직히 고백하고 싶습니다 [시인] 윤무중 서울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서울지회)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제1시집 《사랑한 만큼 꽃은 피는가》 제2시집 《손길로 빚어 마음에 심다》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손편지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던 시절이 언제인가 싶다. 지금은 통신의 발달로 편지를 보내고 답장을 받기까지 기다리는 시간의 여유 없이 모든 것이 SNS를 통해 속전속결로 이루어지고 언제든 영상으로 얼굴 보면서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