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에도 두께가 있다 / 김태윤 여름 빛살이 희디흰 날 산을 걷다 보면 유독 더 시원한 나무 그늘이 있다 그 곁의 나무와 별반 다를 게 없는데도 그렇다 가만, 가만 생각하니 그늘에도 두께가 있다 수십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저 나무는 이가 빠지고 한쪽 가슴이 금이 가고 이 나무는 모진 풍파로 눈이 멀었고 머리카락이 더러 말라졌다 그 흔한 상처 하나 없는 얇은 그늘보다 해를 거듭하며 비바람 눈 서리를 버텨낸 두꺼운 그늘이 이 사이로, 금 간 가슴 골짜기로 눈이 차갑고 모공이 서늘하도록 시원한 바람이 스며든다 사람 사는 것이 저 나무와 다르랴 똑같이 보이는 그늘이지만 그늘에도 두께가 있다. [시인] 김태윤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대구경북지회) [詩 감상] 박영애 시인 무더운 여름에 나무 그늘은 많은 행복감을 안겨 준다. 더위를 피해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곳, 오고 가는 정감 속에 인생을 나누고 마음을 나눈다. 그 그늘을 만들기까지 나무는 많은 시간을 견디고 모진 풍파 세월을 이겨냈을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의 이야기도 함께 들었을 것이다. 그 일이 기쁜 일이든지, 슬픈 일이든지 어떤 이야기든 들어주기만
가을의 약속 / 전남혁 오실까... 오라는 그대 아니 오시고 갈바람에 낙엽이 쌓여가겠지요 헐벗은 플라타너스는 슬픈 노래를 불러줄 것처럼 가지에 매 맞은 바람이 잉잉 되기 시작할 거예요 평생을 두리번거려도 찾지 못한 그대여!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는 속 뵈는 스켈레톤의 정직한 배신과 진실을 살필 기회를 얻지 못하고 갈색 구두를 신고 오신다는 그 길목에서 약속 시각의 무고(無告)함을 잊은 체 그렁그렁 서성이다가 비창(悲愴)을 몰고 온 바람이 가을비와 재회할 때면 비바람 속을 누워갈지언정 그댈 찾아 먼 길 나설 겁니다. [시인] 전남혁 전북 변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詩 감상] 박영애 시인 조석(朝夕)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비가 내리는 오늘 ‘가을의 약속’ 시향에 마음 젖어본다. 그 시향과 더불어 마음은 벌써 가을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추억하며, 풍성함이 넘치는 계절 우리의 마음도 좀 더 풍요롭고 생채기 난 마음이 치유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가을 고독 / 손영호 내가 가을을 좋아하는 것은 고독을 즐기기 때문이다 붉게 물든 단풍잎이 외로운 마음에 채워 넣고 떨어지는 가을 낙엽에 이별을 고해 본다 떠남의 빈자리에 쓸쓸함이 메워질 때 홀로 인 듯 불어오는 바람 속살에 스미어 해지는 살갗이 단풍잎처럼 붉게 물드는구나 가을을 보내고 저 붉게 물든 단풍잎이 날리어 찬 바람이 스칠 때 나는 붉게 물든 상처를 고독으로 씻어 내린다 이 쓸쓸함을 가을 속으로 보내기 위하여. [시인] 손영호 경북 울진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 저 서 - <제1 시집 ‘세월이 바람인 것을’> <제2 시집 ‘시간은 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詩 감상] 박영애 여름 한 철 짝을 찾기 위해 구애하는 매미의 간절함이 오늘따라 더 애달프게 들리는 것은 그들이 곧 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계절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가을은 외로움과 고독을 즐기는 계절이라고 볼 수도 있다. 시적 화자 또한 그 고독을 마음껏 즐기면서 가을을 보내고 있다. 이번 가을은 좀 더 행복을
청춘 세월 / 사방천 세월은 청춘을 열심히 살라 하더니 황혼길 접어드니 마음대로 살라 하네 몸은 늙고 허리는 굽어 지팡이 의지하니 할 일 없고 갈 곳 없는 골방 신세 청춘 시절 어느덧 다 지나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청춘이라 푸른 하늘 뭉게구름 자연의 소리에 구름 타고 바람에 실려 산천경개 둘러보니 심산유곡(深山幽谷) 물소리 새소리는 옛날 같은데 도화(圖畵)같이 곱던 얼굴 주름만 늘어가고 검은 머리 백발 되니 혈기 왕성하던 청춘은 간 곳이 없네 [시인] 사방천 경기도 양평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 저 서 - <제1 시집 ‘세월 잘못 만나’> <제2 시집 ‘풍류’> <제3 시집 ‘인내와 노력하면 꿈은 이루어진다’> [詩 감상] 박영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마음은 늘 청춘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하지만, 생각으로는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은 청춘 못지않지만, 몸이 마음을 따라가 주지 못하는 것이 현실임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마음이 아리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부정할 수 없는 모습이 가끔은 외롭고 우울하기도 하지만, 그 연륜이 삶을 더
해장국 / 한명화 다슬기 다글다글 금천 강가 구르던 이야기들을 팔팔 끓는 물에 한 움큼 우려내고 녹색빛 국물에 부추 숭숭 뚝배기 한 사발 간밤의 대작(對酌)으로 세상 멸균하며 세상살이 고달픔을 목청 높여 의기투합한 그 기억들을 풀어낸다 오래전 어느 날을 쏙 빼다 박은 듯한 오늘의 아침은 아직도 비워내지 못한 미련의 속 쓰림일까 왠지 어머니가 챙겨주시던 조촐한 밥상과 거친 손마디가 오늘따라 그리운 날이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하얀 김 사이로 밤새 눌어붙은 딱지들이 뜨끈한 국물의 간을 맞춘다 [시인] 한명화 시인 대한문학세계 시 부분 등단 대한문인협회 서울지회 정회원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창작문예대학 졸업 문예창작지도자 자격증 취득 무용가, 시인, 시낭송가 설봉전국시낭송대회 심사위원 [詩 감상] 박영애 한바탕 푸념이라도 하듯 속 시원하게 쏟아내고 간 소낙비를 보면서 시원함을 느낀다. 그 비와 함께 수제비 동동 띄워 보글보글 올갱이국을 끓여 주시던 어머니의 손맛이 더욱 생각난다. 거리두기 강화로 사람 만나기도 힘든 세상이 오리라 누가 생각했는가. 제약 없이 사람을 만나고 정을 나누던 그 시간이 몹시 그리운 날, 따뜻하게 속을 달래주는
서울역에 오면 / 김기월 지나간 인연 이제는 오래된 인연 하나 우연히 스치듯 만날까 설렘 가득 안고 오는 곳 기차 안에서 옆자리에 앉는 사람이 문득 그 사람이길 그 사람이었으면 이별도 없는 덫 서울역에 오면 뭉게뭉게 그리움이 떠다니고 고드름 걸린 산사 어느 처마 밑처럼 숙연해지는 마음 붙잡아 기적을 바라며 단 한 번만이라도 우연히라도 그대를 만났으면. [시인] 김기월 강원도 홍천 출생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정회원 대한시낭송가협회 시낭송가 2019 서울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공모전 "서울역에 오면" 선정 게시 경기도 양평역 시 ''양평역'' 시화 게시 인천시청역사 "서울역에 오면" 시화 게시 <저서> -늘 처음이었어, 오늘처럼 [詩 감상] 박영애 문득 기차를 타고 떠나고 싶은 그런 날이 있다. 가끔은 낭만과 추억을 찾아가고 싶을 때 그리고 마음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할 때, 얽혀 있는 무엇인가로부터 자유롭고 싶을 때 기차를 타고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김기월 시인의 ‘서울역’ 시를 감상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그 서울역에 얼마나 많은 사연과 추억이 담겨있을지 잠시 생각에 젖어본다. 그곳에는 셀 수 없는
가지치기 / 정상화 감나무 가지 잡고 갈등에 빠져 허우적거리다 튼실한 꽃눈 남기고 잘라버린다 좀 전까지 한 몸이 선택되지 못한 체 짤려진 아픔 되어 툭 떨어진다 품었던 꿈과 함께 피어서 추한 꽃의 설움보다 피지 않음이 다행이고 억지로 피어지는 고통보다 스스로 피어짐이 아름다운 것을 죽을 때까지 끊을 수 없는 연의 끈 자른 농심의 가슴엔 동행할 수 없는 이별의 눈물 흐른다 떨어져 썩은 네 육신 부활할 때쯤 탐스런 감 탱글거리겠지 어차피 세상은 적자생존인 것을 [시인] 정상화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울산지회 지회장 <저 서> -제1시집 "스스로 피어짐이 아름다운 것을" -제2시집 "산다는 것은 한 편의 詩" -제3시집 "그러하더라도 사랑해야지" -제4시집 "아름다운 인연을 만나는 것은" -제5시집 "곱게 물들었으면" [시감상] 박영애 정상화 시인의 ‘가지치기’ 시를 보면서 농부 시인의 마음이 가슴 깊게 잘 전달된다. 씨앗을 심고, 또 새싹이 나와 커가는 것을 보면서 때로는 정성 들여 가꾸어 놓은 농작물을 선택해서 버려야 할 때가 있다. 그 버림은 더 좋은 열매를 얻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
괜찮다 / 천준집 바람 불어도 괜찮다 나도 때로는 흔들리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소낙비가 온몸을 적셔도 나는 괜찮다. 온몸에 묻은 구린내를 씻을 수만 있다면 누군가 내가 미우면 가슴에 돌을 던져라 나는 괜찮다... 돌 던진 이의 가슴 속 비수가 뽑힐 수만 있다면 나는 괜찮다 오늘도 바람은 분다 비를 뿌린다 가슴은 젖어도 그래도 나는 괜찮다 나는 괜찮다 폭풍우가 그치면 무지개는 피어날 테니.... [시인] 천준집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대한문인협회 대구경북지회 정회원 현/대한문인협회 대구경북지회 홍보국장 현/대한문인협회 윤리위원장 <개인 저서> - 제1시집 “그리움 한 잔” - 제2시집 “당신은” - 제3시집 “그대 내게 가장 가까이에 있습니다” [시감상] 박영애 ‘괜찮다’ 이 말 한마디가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지금이다. 장마철에 많은 비가 내리고 또 국지성 소나기가 예고도 없이 곳곳에 쏟아져 내리기도 한다. 비가 많이 내려 하천이 넘치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광이 많은 쓰레기더미를 볼 수 있다. 보이지 않던 지저분하던 것들이 비에 쓸려 무리를 짓는 것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가끔은
상흔을 품다 / 박영애 호흡하기조차 힘든 어둠이 잠식해버린 몸뚱어리 사랑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칠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기억이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으로 빠지게 한다 차라리 망각의 강을 건너 모든 것을 지울 수 있다면 심장이 타들어 가는 아픔을 잠재울 수 있을까? 깊은 상념은 포식자처럼 영혼을 갉아먹고 육신은 점점 메말라 가게 한다 멀리 닭 우는 소리와 고통의 밤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난다. [시인,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금주의 시 선정위원장 (현) 시낭송 교육 지도교수 (전) 대한시낭송가협회 회장 (2014~2020) (현) 대한시낭송가협회 명예회장 (현) 문화예술 종합방송 아트TV '명인 명시를 찾아서' MC [시감상] 박영애 얽히고설킨 수만 가지의 상념들이 가끔은 깊은 수렁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듯 삶이 힘들고 지칠 때가 있다. 빠져나오려고 할수록 더 깊이 빠지는 늪처럼 깊이 생각할수록 더 고통스러운 시간인 것을 알면서도 바보처럼 또 그 시간
아내 때문에 울었습니다 / 이상노 아내의 허리를 주무르다 울었습니다 토실토실하던 허릿살은 다 어디 가고 앙상한 모습에 그만 내 가슴이 울었습니다. 두 아들을 곧게 키워낸 일류의 산처럼 위대했던 아내의 젖가슴이 힘없이 야윈 모습을 보고 애잔하여 내 가슴이 울었습니다. 바다처럼 깊은 아내의 가슴속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가슴을 억누르며 내 허물을 다독였던 백옥같이 하얀 가슴이 시커먼 숯검정이 되어 있어 미안한 마음에 내 가슴은 또 뜨겁게 울었습니다. 시곗바늘을 뒤로 돌려볼까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시곗바늘은 너무 많이 돌아가 있었습니다. 그냥 처음의 마음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시인] 이상노 충남 당진 거주 대한문학세게 시 부문 등단 (사)창잔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대전충청지회) 2021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선정 [시감상] 박영애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 평생을 함께 같은 길을 간다는 것은 특별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부부가 되어 ‘喜怒哀樂’ 삶을 살아가면서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어느 순간 바라본 아내의 모습에 한 남자의 가슴이 울고 있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아내로, 엄마로, 또 며느리로 살아오면서 당신의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