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는 내리고 / 최영호 흐릿한 날들이 비처럼 음악처럼 쏟아진 그리움에 젖은 하루가 푸른 꿈을 그리다 발그레 수줍은 얼굴의 사랑이 뜨겁다 가을비는 내리고 그때부터 또다시 이별의 시간이 온몸을 던지는 순간부터 대체로 고달픈 일상이 잠시나마 쉼표와 느슨하게 꼬리를 내린다 세월 따라 조금씩 너를 향해 우두커니 홀로 그리움 품은 알알이 맺힌 눈물이 마르면 담뿍 젖은 껍질을 벗고 때로는 쓰리고 달콤한 사랑을 꿈꾼다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만 나는 나를 구속 합니다 그대로 인해 존재한 시간이 다시 오지 못해도 가시는 걸음 가볍게 행복한 눈물의 향기를 담아 가을이 영글어 한때 즐거웠던 그대 가시는 길에 꽃씨를 심는다. [시인] 최영호 경북 여천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1시집 ‘꽃뫼’, 2시집 ‘아름다운 사람들’, 3시집‘아름다운 사건’ [시감상] 박영애 가을이 떠나면서 비를 뿌린다. 이별이 못내 아쉽지만, 다시 돌아올 만남을 꿈꾸면서 자신의 흔적을 곳곳에 깊이 남겨 놓는가 보다. 행복했던 순간, 아팠던 순간, 환희의 순간을 뒤로하고 비와 함께 추억으로 남기고 자신의 소임을 다 한 듯 가을은 그렇게 우리
내 어머니 산 / 김노경 맑고 고운 하늘 아래 쏟아져 내리는 장대비만큼 소복이 쌓인 눈만큼 시커먼 어둠처럼 무서운 시간이 만들어낸 산이 있습니다 혼유석 담장으로 넘쳐나는 무조건 사랑 끊을 수 없는 정 한없는 희생 당신의 산이 여기에 있습니다 길이 없는 이 산에 길을 찾아 부여잡은 통곡 소리로 가슴 저린 고통처럼 통한의 눈물만큼 꽃상여 슬픔의 한으로 만들어진 산이 있습니다 나의 어머니 산입니다 나는 모릅니다 나는 알지 못합니다 나의 어머니 산을 말입니다 눈물이 나고 가슴이 멍해지는 시간만 있을 뿐입니다 [시인] 김노경 천안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시감상] 박영애 세상에 그 어떤 名山보다 더 높고 넓은 산이 있습니다.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아름다운 산, 오르려고 해도 정상까지 오를 수 없는 바로 어머니 산입니다. 그 산이 있어서 세상 모진 풍파 견딜 수 있고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산의 위대함과 소중함을 깨달을 때는 그 산이 사라진 뒤에 알 수 있게 되는지 안타깝기만 합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 저린 깊은 사랑 그 희생적인 사랑이 있기에 오늘도 든든한 버팀목이 됩니다. 사랑합니다. 어머니
산매화 / 김형태 빈 산등성이에 스며든 소소리바람 어디서 울리는 북소리가 산매화를 깨운다 매화가 어디 아픔도 없이 꽃 되었으랴 삭풍에 꽃눈 틔우는 산고를 송이마다 한 점씩 토해내지 않았으면 자취마저 떠난 동토에서 밤새 삭히던 그리움으로 한 점 외로움이 더해 겨우내 애달피 울던 동박새가 한 점 매화는 울음을 목젖으로 가두고 온몸을 떨면서 꽃눈을 열고 있다 가슴을 열고 손님을 영접하라 폭죽처럼 터지는 꽃망울에 봄이 앉았으니. [시인] 김형태 대전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시감상] 박영애 아픔 없이 피고 지는 꽃이 어디 있을까? 그 고통만큼 순간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하는 것이 꽃이라면 우리 삶 또한 그럴 것이다. 우리의 삶 속에 피고 지는 모든 것이 아픔과 이별, 고통과 기쁨이 동행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그 모진 고통과 추위 속에서 뚫고 나오는 산매화를 보며 지금의 힘든 시간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올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생애 속에서 무엇인가 흔적을 남긴다면 누군가의 가슴 속에 살아 있는 시 한 편 남기고 싶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
들국화 향기 / 박기숙 샛노란 들국화 향기 속에서 새들은 불꽃처럼, 나비처럼 높이 솟아올라 하늘을 비상한다. 새로운 창조의 숲을 맞이하기 위해서 황금 들판을 지나서 푸른 창공으로 아름다운 무희처럼 훨훨 날아오른다. 들국화 향기는 사랑의 실마리를 움켜잡고 뜨겁게 새로운 숨을 헐떡이며 힘차게 뿜어 댄다. 오! 강인하고 꿋꿋한 너의 모습 들국화여!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구나. 너의 모습은 고고 하다못해 청초하기까지 하구나. 여름의 향기는 아직도 장미 곁에서 발을 멈추고 떠날 채비를 하지 않고 휴식을 즐기고 그리워하네. 단풍잎은 곱게 물들어 가고 있는데 노란 들국화의 향기는 꿈속에서 아직도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있네.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듯이 행복한 모습으로 방긋이 미소를 짓고 있구나. [시인] 박기숙 경기 수원 거주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기다림이 머문 자리 [시감상] 박영애 국화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비 내리는 가을날이다. 꽃잎에 살짝 앉은 빗방울이 행복으로 다가온다. 고운 빛깔과 함께 삭막했던 마음도 누그러지고 촉촉하게 적시는 국화 향기가 코끝으로 전해져 평온함을 선물한다. 색색의 들국화가 더 청초해 보이
11월 어느 날의 이별 / 김수잔 온 여름 더위 먹고 취한 녹색들 나날이 색색 옷차림에 분주할 때 우리의 만남은 연둣빛 같았어라. 스산한 바람에 떨어져 나가는 낙엽들의 흐느낌 속에 우리도 어쩔 수 없는 이별 앞에 섰다. 함께한 시간 너무 짧아서 다시 만난다, 어떤 위로의 말도 시린 가슴에 그리움만 남기는 작별 쓸쓸히 떠나가는 낙엽들 봄이면 모체에 새 생명이 되듯 우리 만남도 다시 오리라. 우리의 이별 슬픔만이 아니다 설렘과 희망의 기다림이 되려니 그리움에 사랑하는 마음 차곡차곡 쌓아갈 11월 어느 날의 이별. [시인] 김수잔 현)캐나다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저서) 코론토의 해 뜨는 아침에 [시감상] 박영애 곳곳에 물들어가는 자연 풍광을 보면서 가을이 깊어감을 느낀다. 물들어가는 나뭇잎과 함께 사람들 마음도 곱게 물들어가고 시향도 가슴 깊이 들어오는 계절이기도 하다. 만남이 있으면 어느 시점에서 우리는 이별을 한다. 그 이별이 때로는 아프기도 하지만, 다시 설렘으로 기다리는 희망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 가을 아픈 이별보다는 내일을 기약하며 그리움을 안고 행복의 기다림이 되길 바란다. 지금 삶이 팍팍하고 힘들고 지치더라도
울고 있는 보름달 / 염경희 팔월 한가위라는데 눈물 머금고 홀로 이 떠 있는 보름달의 사연이 무엇일까 고향에 계신 부모님 자식 보고 싶은 마음 애써 추스르는 어설픈 미소인가 봐 오지마라 오지마라 요즘 역병이 무섭더라 속내 숨기고 행여나 올까 봐 사립문 열어 놓고 이제나저제나 행여 밤길 달려오려나 기다리는 어미 마음 보다 보다 못해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사연이었어 [시인] 염경희 경기 이천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우리나라의 명절인 추석을 맞이해 코로나19로 인해 함께하지 못하는 아쉬움과 아픔을 환하게 떠 있는 보름달을 보면서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어 많은 공감이 된다. 역병으로 인해 오고 가는 현실이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 혹여나 하는 마음으로 밤새 기다리는 그 마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일상의 소통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깨닫는 요즘이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현) 시인, 시낭송가, MC (현) 대한창작문예대학 시창작과 교수 (현) 대한문학세계 심사위원 (현) 대한문인협회
천년의 기다림 / 김락호 나는 한지의 이름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 종이이면서 땅에서 솟아오른 천년의 그리움이다. 바람 부는 길가에 서서 세상을 노래하다가 이제 더 이상 나무이고 싶지 않아 사람의 숨결 속으로 파고들었다. 나는 어떤 이에게는 가슴에 매달린 꽃이 되었다가 어떤 이에게는 고향을 기억하는 인형이 되었다가 마주 앉은 부부의 사랑 터가 되었다가 우아한 기품을 품고는 문설주의 친구도 되었다. 백번을 두드려 천번을 씻어 내린 모습으로 한 땀 한 땀 바늘이 지나간 자리엔 천사의 날개를 달고 절망의 고독 속에서도 변치 않은 아름다움을 품어 세상을 향해 던지는 미소에 수수함도 담았다 또 한 번 세상은 영혼을 위한 잔치를 준비하고 밝은 것 어두운 것도 없고 거친 것 무른 것도 없는 세상에 단 하나 오로지 천년을 살아갈 수 있는 모습으로 나는 비상을 꿈꾼다 천상의 생명이 가슴에 내려앉는 날 거친 닥나무 결에 숨어서 기다린 갈빛 세월을 신비로운 탄성의 미학으로 승화시키며 나는 춤춘다 당당한 옛스러움을 안고 찬란한 하늘을 날아오른다. [시인] 김락호 (현)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이사장 (현) 대한문인협회 회장 (현) 도서출판 시음사 대표 (현) 대한문학세계 종합문화
어미 새의 사랑 / 염인덕 꽃봉오리 피우기도 전에 가슴에 멍이 든 채 아름다운 태양의 빛과 지팡이를 너에게 꺼내 주었지 웃고 있어도 깊은 곳에 흐르는 빗물은 널 사랑하기에 밤하늘에 별과 함께 외로움을 달래며 살아왔건만 바람이 훔쳐 갔나 파도에 산산조각 되었는지 아픈 흔적들만 동그랗게 쌓여 있구나 나팔꽃처럼 예쁜 내 사랑아! 동백꽃이 피고 져도 우리의 사랑을 봉숭아꽃으로 빨갛게 물들이면서 아름답게 살았으면 좋겠다. [시인] 염인덕 서울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詩’가 있어 이 가을이 더 풍성하고, 마음이 더 곱고 아름답게 물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는 자연의 사랑, 그리고 어미의 사랑이 참 많이 닮았다. 그 사랑이 때로는 자신에게 아프고 고통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그 흔적들이 쌓여 누군가에게는 위로와 희망으로 용기를 준다. 알면서도 대가 없이 베푸는 끝없는 사랑이 있어 오늘도 더불어 살아갈 수 있고 또 아름다운 사랑을 나눌 수 있다. [낭송가] 박영애 충북 보은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부이사장 대한문인협회
그 집 앞 / 최이천 실개천 흐르고 실버들 늘어진 그 집 앞 대문이 열리면 웃는 박꽃이 보인다 그 모습 보고 싶어 황구에게 모자 흔들어 짖으라고 하면 통했는지 컹컹한다 부끄러움 용기를 덮어 몸 숨기고 얼굴만 조금 내밀어 그 집 대문 바라보면 청초한 박꽃 보인다 선녀냐 사람이냐 마음 다 훔쳐 가고 껍데기만 여기 서 있다 두리번거리던 하얀 박꽃 문 안으로 들어가 버리니 마음도 따라가 버리네 어찌하리 몸만 갈 수 없어 돌계단 앉아있으니 참새들 그 집 담 제집인 듯 넘나든다. [시인] 최이천 전남 여수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문득 고개 들어 본 하늘 어쩌면 그리 예쁜지 그냥 좋다. 그 청명한 하늘이 기분을 상쾌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계절 고향이 그리워지기도 한다. ‘그 집 앞’ 시심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정겨운 고향 풍경이 마음을 포근하게 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을 또 꺼내 보게 한다. 얼마 남지 않은 우리나라의 고유 명절인 추석이 가까이 왔다. 이번 추석은 코로나19 감염증 때문에 여러모로 편치 않고 또 이동을 자제하여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행복을 찾아 마음만큼은 풍성했으면 좋
오늘은 해가 떠 있습니다 / 이종숙 내가 가는 길에 당신이 서 있었습니다 물 건너고 재 넘어 신작로 길에 내가 가는 길에 당신의 손을 잡았습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다양한 다색으로 물들여 줄 당신이기에 따라 걷습니다 내가 걷는 이 길에 움푹 파인 웅덩이도 뾰쪽한 돌부리도 바람도 햇살도 그 어느 것도 같이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혼자가 아닌 같이 걷기에 인내하고 살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해가 떠 있습니다 [시인] 이종숙 경남 창원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대한문인협회 경남지회 총무국장 [시감상] 박영애 사람이 사람을 만나 사랑을 하고, 함께 같은 곳을 바라보고 삶을 동행한다는 것 참 아름다운 일이다. 그 동행이 때로는 힘들고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내 옆에 내 편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고 행복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같이 가는 그 길이 익숙하고 더 정겹게 느껴지는 행복한 동행이 되길 소망한다. 편하게 소통하면서 서로 나누며 살던 일상이 점점 어려워지는 지금 지나간 시간을 자꾸 되돌아보게 된다. 오늘이라는 시간 속에 사랑하는 사람과 또 하나의 행복을 만들어가며 밝은 햇살이 드리우는 날이 되길 바라며 고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