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詩人)의 마을 / 민만규 흐드러진 하얀 백합 꽃밭 고랑 이랑 사이로 까만 전투복을 입고 향기 품은 시제(詩題)들이 줄지어 고개를 내민다 애잔한 그리움을 싣기도 하고 애틋한 사랑을 담기도 하고 이별의 슬픔을 품기도 하고 시대의 아픔을 대변하기도 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기도 한다 봄꽃이 앞다투어 피듯이 실시간 제각각 다른 향기로 불 꺼진 시인 마을에 깜박깜박 노랑 불을 밝힌다 시인의 정성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새 생명으로 탄생한 시(詩)들은 예쁜 이름표를 달고 세상을 향해 꽃망울을 터트린다 애지중지 선택받은 시는 시낭송가의 고운 음률을 타고 너울너울 날갯짓하며 푸른 창공을 날아올라 지구촌 곳곳에 행복의 시 향기를 나눈다 [시인] 민만규 대구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대한문인협회 대구/ 경북지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오늘이 좋다. 어느 봄바람 보다 더욱 상쾌하고, 뜨거운 여름날의 태양보다 더 열정적이고, 각양각색의 곡식이 익어가듯 찾아오는 마음의 풍요로움, 때로는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듯 가슴 저민 이별과 사랑 그리고 만남과 그리움 그 모든 것을 담아내고 우려내는 시가 있
호수에 내 마음이 흐른다/ 김영주 호수의 숨결이 윤슬에 비치는 날 풀잎을 닮은 가녀린 모습으로 호수 가에 서면 수면 위 잔잔하게 퍼져가는 물결로 생명을 불어넣는 숲길에 싱그러운 바람이 인다 버거운 시간의 텃밭에서 한 동안 잊고 있다가도 햇살이 설레게 비단결처럼 좋은 날이면 가슴에 품고 살아온 네 모습이 못 견디게 보고픈 모습 되어 호수에 아롱 그린다 잔잔한 호수는 쓸쓸한 인생의 마음과 같아 생각과 기쁨과 사랑은 삶의 물과 같아 흘러가는 세월 맑은 소중한 물을 채워야지 맑게 채워지지 않으면 생명을 잃은 호수가 되잖아 파아란 하늘 아래 나는 철새 때가 어디론가 흘려가는 흰 구름 따라 이야기 나누며 네가 그리울 때 눈시울 적시며 바라보는 푸른 산 아래 맑은 호수 위 하늘을 맴돌며 날고 있다. [시인] 김영주 부산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부산지회 기획국장 [시감상] 박영애 잔잔하게 흘러가는 호수를 바라보면서 바쁜 삶 속에 잠시 쉼 하기도 하며,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한다. 때로는 그 호수를 보는 자체만으로 힐링이 되는 순간이 참 좋다. 그러나 가끔 부유물이 고여 있는 호수를 보면 나도 모르게 미간이 찌푸려지고 마음마
사람 노릇 해봅시다 / 윤무중 꽃향기 묻어나는 아름다운 시절 훈훈한 흙냄새 번지는 세상인데 너를 보고 나를 탓하거늘 나를 보아 너의 탓으로 하니 삶이 고달파 편안히 잠들 수 있을까 서로서로 질투와 시기를 일삼아 내 잘난 것처럼 내 잘못이 없는 것처럼 어떤 것이 옳고 그른 것인지 헷갈리는데 사람 노릇 한번 해보자고 큰소리로 목청 높여 왔지만 지치고 지쳐 메아리가 되었는가 불평이 온천지에 뒤덮여도 나 몰라라 하면 온전히 잠들지 못해 뒤척이고 시간이 흐를수록 멍들고 상처일 뿐 삶이 버거워질 테니 이제 사람 노릇 한번 해보면 어떨까 인정이 넘치는 호시절도 있었지만 시간의 너울과 함께 돌아올 수 없을 만큼 흘렀는지도 모른다 한때 그릇된 오류였는지 인정에 불신의 갈등이 쌓였는지 인간성 회복을 위한 메마른 대지에 단비가 내리기를 바란다. [시인] 윤무중 서울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저서 제 1시집 “사랑한 만큼 꽃은 피는가” 제 2시집 “손길로 빚어 마음에 심다” [시감상] 박영애 시간이 흐를수록 코로나 영역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 지금 누구나 할 것 없이 처해있는 상황이 참 답답하고 힘이 든 시점이다. 요즘처럼
유혹의 길 / 장화순 탑 정 저수지 구석구석 웃음으로 피어난 꽃잎에 수정으로 맺은 새벽이슬 송알송알 그리움의 노래 부르고 자맥질하는 작은 꽃잎 유혹의 손짓 유영에 나그네 가슴 괜스레 흔들려 짐짓 아니 척 모르 척 멈칫멈칫 서성서성 꽃잎과 눈 맞춤 한다 아침 윤슬에 빼앗긴 마음 저수지에 내려앉아 하루를 노닐다 산등성이 노을빛에 놀라 하늘은 그제야 아쉬운 이별을 한다 [시인] 장화순 대전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대전. 충청지회 기획국장 대한시낭송가협회 정회원 대한창작문예대학 6기 졸업 저서 시집 “무채색의 공간” [시감상] 박영애 시는 감성의 소산으로서 사람의 마음을 同化시킨다. 요즘같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만남이 그리울 때 ‘詩’는 더욱 가슴으로 다가온다. 장화순 시인의 ‘유혹의 길’ 시를 보면서 시어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꽃잎에 맺은 새벽이슬은 그리움을 노래하고 그 노래에 마음 빼앗긴 화자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헤어 나올 줄 모른다. 그러다 노을이 지고 나서야 어쩔 수 없이 아쉬운 이별을 고하고 또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미련(봄에 찾아 온 눈꽃) / 강사랑 뜻밖의 손님이다 오리라 생각 못 한 잊혀진 임 어쩌자고 이제 와서 눈물로 하소연하는지 겨울, 다 주지 못한 사랑 아쉬움 안고 술에 취해 휘청거리며 눈꽃 되어 한없이 울고 또 울고 눈가에 촉촉이 눈 꽃물 스미었다 봄을 등에 업고 찾아온 아직도 모자란 사랑에 농부는 밭을 갈고 농부 아내는 물을 끓이고 수줍은 꽃들은 발그레 얼굴을 내민다 3월 회색 하늘이 땅에 닿는 날 눈꽃은 아쉬움도 미련도 없이 먼지가 되고 바람 되어 작년 가을에 떨어진 풀씨의 호흡으로 묻힌다. [시인] 강사랑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기지회 정회원 한 줄‘詩’ 짓기 전국 공모전 대상 순 우리말 글짓기 전국 공모전 수상 2018년 경기지회 향토문학 글짓기 경연대회 대상 한국문학 발전상 수상 한국문학 예술인 금상 수상 저서 1시집 겨울등대, 2시집 꽃이 오는 길에 봄이 핀다 [시감상] 박영애 살아가다 보면 생각지도 못한 많은 일이 우리 앞에 펼쳐진다. 갑작스럽게 생긴 일에 대해 가끔은 놀라고, 슬프고, 기쁘고, 고통스럽기도 하고 적지 않게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때로는 선물처럼 행복을 안겨 주기도 한다. 지금 우리
풀 꽃 / 주야옥 비를 맞아도 바람이 불어도 슬픔은 말하지 않는 거야 너처럼 말하는 순간 듣는 너도 힘들다는 것을 알거든 네가 비를 맞듯 바람에 쓰러져도 그냥 시간 속에 나를 묻으며 그렇게 사는 거야 내가 힘들 듯 다른 이도 더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시인] 주야옥 인천 거주 대한문학세계 시, 동화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인천지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연일 이어지는 장맛비에 평생 살아 온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고 이재민이 되기도 하고 또 한해 지은 농작물이며 심지어 목숨까지도 앗아가는 이 현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다. 아무리 삶의 질이 높아지고 기술이 발달 되어도 자연의 힘 앞에서는 정말 연약하기만 한 존재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하천이 범람하여 풀들을 휩쓸고 지나가도 아무 일 없듯이 꿋꿋하게 다시 일어서는 것을 보면서 그들의 힘은 참으로 강인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것에도 굴하지 않고 그 자리에 서서 삶을 지켜나가는 모습이 대단하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어려운 고비들이 참 많이 있다. 어쩌면 올 2020년처럼 불안하고 힘든 적도 없던 것 같다. 그럼에도 삶은 이어지고 시간은 여전히 흐른다. 아프고 견디기 힘든 시간이지만,
걸어 온 뒤안길에서 / 임판석 버텨 온 세월 덮어 누웠다 뛰어넘어 스치는 인고와 만고의 진실 안으로 잇따른 세월을 역주행해 본다 들녘 지나 창가로 지나간 무언의 세월 쥐어 만지며 말을 걸어 본다 물어볼 말도 답 없고 모른 척하기에 뜯어 먹히고 빼앗긴 젊은 청춘의 황금시대를 당겨 본다 되돌려 줄 수는 없는지 세상의 힘듦과 세월의 고달픔 삶의 어려움을 쉼 없이 다림질과 담금질로 다듬어 씻어 낸 그 세월이 훤히 보인다 따져 볼 겨를도 없이 살아내며 따라 왔다네 저묾이 깃든 손에 쥔 남은 한 줌 다시 못 올 세월만이 말없이 깊어 간다 어쩔 수 없어 어쩔 줄 몰라 바라만 보고 있다 황혼이 저물어 가는 세월의 뒤안길에 서서 [시인] 임판석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혀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경남지회 정회원 [시감상] 박영애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면서 무엇인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 멈추지 않고 그 일에 도전을 한다면 결코 그것은 늦은 것이 아니다. 반면 실행은 하지 않고 계속 생각만 반복해서 한다면 그것처럼 한심한 것도 없다. 누구나 나이는 먹고 세월은 흐른다. 세월의 연륜만큼이나 우리 삶에 여러 가지가 쌓이게 된다. 그것이 아름답게 맺어진 열매일 수 있고
정동진_이은주 아픈 기억의 조각마저 꼬깃꼬깃 주워 담은 배낭을 객차 옆 자리에 앉히고 삶의 변덕스러움과 모자람을 침묵이 주는 사색의 풍성함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자 문명이라는 푹신한 둥지를 떠난다. 어둠 속에서도 차창 밖 도시는 불을 밝히고 산에 둘러싸인 농촌은 빛을 상실한 채 방황하며 자유를 갈구한다. 지속하고 싶은 머무름을 뒤로하고 사라진 간이역을 그리워하는 사이 목적지에 내린 그 날, 한날한시에 현실은 또 다른 그리움이 되고 바다는 나만의 바다가 된다. [시인] 이은주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부산지회 정회원 대한시낭송가협회 정회원 대한창작문예대학 졸업 2019년 문예창작지도자 자격 취득 [시감상] 박영애 반복적인 일상을 벗어나 여행을 한다는 것은 참 행복이다. 그리고 살아가는 데 있어 많은 에너지를 충전해 준다. 더욱이 글쟁이들에게는 더 많은 시제를 얻을 수 있는 값진 기회이기도 하다.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이라도 잠시 일상을 벗어나 떠날 수 있음에도 무엇이 삶을 그리 옭아매 놓고 있는 것인지 쉽게 떠날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어쩌면 우리의 삶 속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에 따라서 그 또한 달라질
풍상의 바다_혜화 한정서 동네 앞바다가 가장 넓은 줄 알았던 어릴 적 밀려오는 파도에 물장구치며 놀던 그것이 전부였는데 희로애락 속에 숙명 같은 고달픈 굴레를 벗어버리고 싶어도 심연에 깊숙이 빠져들어 폭풍에 흔들리는 통통배 같던 삶 나는 안다 온갖 풍상을 짊어진 듯한 너그러움에 6남매가 울고 웃던 추억이 녹아있는 저 바다가 지켜줬다는 것을 바다의 깊은 속내를 어찌 알까마는 바닷속 풍경을 어렴풋이 헤아리며 그 옛적 상념으로 눈물짓는다 그 바다는 오랜 세월 진주를 품더니 감사함을 기억하는 진주들이 세상 속의 보석으로 자리 잡아 멋진 매력을 발산하는 걸 알았나 보다 한 많은 세상을 품던 거룩한 삶마저 끄트머리의 망부석 같던 6남매가 풍상의 바다에 감사함을 전한다 [시인] 한정서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광주 전남지회 총무국장 대한창작문예대학 졸업 현)플라톤 아카데미 봉선 독서논술교습소 원장 현) 독서 토론, 논술 지도 교사 [시감상] 박영애 평온한 듯 보이지만 그 잔잔함 속에 무서움이 숨어 있는 바다. 한없이 모든 것을 품어 안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성난 괴물이 되어 한순간에 모든 것을 삼키기도 하고, 휩쓸고 가기도
만추의 길목 / 전병일 만추의 휴일 천변을 걷는다 가는 길 억새는 붉은 옷 갈아입고 흰 모가지 갈바람에 나부끼다 억세 사이 갈대임은 무거운 수술을 달고 고개 숙여 인사한다 철모르게 꽃을 피운 뚱딴지 허리 잘려 재생한 개망초와 기생초도 늦은 꽃을 피우느라 바쁘다 흐르는 여울물가 청둥오리 가족들 잠수질에 물살을 가르고 흰 왜가리 먹이 찾아 황소걸음 한다 버드나무 가지 위에 모여든 텃새 겨울맞이 작전 회의 지저귄다 만추의 휴일 겨울의 길목에 가을도 가고 해와 달도 간다 [시인]전병일 대한문학세계 시, 수필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전주전북지회 정회원 대한창작문예대학 졸업 2019년 한국문학 올해의 시인상 2020 명인명시 특선시인선 선정 [시감상] 박영애 ‘만추의 길목’ 작품 속에서 가을이 점점 멀어지고 겨울이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삶 속에서 자연의 변화를 살펴보면서 작가만의 시각으로 그 속에 의미를 부여하고 저마다의 모습을 보면서 또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으로 표현했다. 시인의 눈은 일반인보다 예리하고 더 깊은 사고력과 관찰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버드나무 가지 위에 모여든 텃새 / 겨울맞이 작전 회의 지저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