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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팔리지도 않는데'...전세사기 피해주택 경매차익으로 피해자 지원?

민주당 주도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 표결 하루 앞두고…정부 대안 발표
근생빌라·신탁사기 주택도 매입키로…"22대 국회서 특별법 재논의" 제안
피해자 단체 "뒤늦은 대책 발표…선구제 후회수에 협조하라"

 

(조세금융신문=구재회 기자)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표결을 하루 앞둔 가운데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매 차익을 피해자에게 돌려주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LH가 경매에서 사들인 기존 거주 주택에 최대 10년간 임대료 없이 살거나, 바로 경매 차익을 받고 이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전세사기 피해지원 특별법 개정안에 담긴 '선(先)구제 후(後)회수' 방안에 반대해온 정부는 오는 30일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 특별법 개정을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정부는 27일 국토교통부를 비롯한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피해자 주거 안정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는데,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지원 형태로 피해자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 이번 대책의 핵심이다. 특별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임박해지자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고려해 정부안 형태로 또다른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행 전세사기 특별법은 LH가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넘겨받아 경매에서 피해주택을 사들인 뒤 이 주택을 피해자에게 임대하도록 하고 있다. 임대료는 시세의 30∼50% 수준인데, 피해자에게는 임대료를 받지 않겠다는 게 정부 방안이다. 재원으로는 LH가 경매 과정에서 얻은 차액(LH 감정가 - 경매 낙찰가)을 활용한다.

 

지난달 기준으로 최근 6개월간 전국 연립·다가구주택 경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 금액의 비율) 평균은 67.8%다. LH가 감정가 1억원인 전세사기 피해주택을 6천780만원에 낙찰받을 경우 3천220만원을 피해자 지원에 쓴다는 뜻이다.

 

전세사기 피해가 빈발한 서울 강서구의 연립·다가구 낙찰가율은 69.9%, 인천 미추홀구는 63.8%로, 경매차익이 감정가의 30%가량 나올 것으로 국토부는 보고 있다. 피해자가 임대료 없이 지낼 수 있는 기간은 10년. 이후에도 계속 거주를 원한다면 시세에서 50∼70% 할인된 임대료로 10년 더 머무를 수 있다.

 

경매 차익이 부족하다면 재정으로 임대료를 지원한다. 피해자가 퇴거할 때는 임대료를 지원하고 남은 경매 차익을 지급해 보증금 손해를 일부 회복할 수 있도록 한다. 피해자는 LH가 피해주택을 낙찰받은 뒤 바로 퇴거하고 경매 차익을 지급받을 수도 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피해자는 경매에서 자신의 권리에 따라 배당받은 금액에 더해 경매차익만큼을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면서 "주거 안정을 확실히 보장하는 게 정부안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LH의 매입임대주택 확보를 위한 예산으로 올해 5조3천억원이 책정된 만큼 경매차익 배분에 따른 추가 재정 투입은 없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문제는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LH의 피해주택 매입은 단 1건에 그칠 정도로 저조했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람만 1만7천여명인데, 지난해 다세대 빌라 경매는 서울에서 4천건, 전국 5천건가량이 성사돼 경매시장에서 물량이 빠르게 소화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피해자들이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길어지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금은 피해주택의 경·공매 유예로 경매가 본격화되지 않아 LH 매입 실적이 저조한 것"이라며 "이번 방안으로 우선매수권을 LH에 넘기는 사례가 늘어나면 LH가 적극 경매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그간 LH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 '근생빌라' 등 위반 건축물, 신탁 전세사기 피해주택도 LH가 매입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 위반 건축물의 경우 이행강제금 부과 면제와 한시적 양성화 조치까지 검토한다.

 

신탁 전세사기 주택은 LH가 공개 매각에 참여하고, 매입 시 남은 공매 차익을 활용해 피해자를 지원하기로 했다.

 

다가구주택은 전세사기 피해자 전원이 동의할 경우 LH가 경매에 참여해 매입하고, 경매 차익을 피해액 비율대로 나눈다. 이렇게 하면 지금은 피해주택이 매각돼도 한 푼도 건지지 못하는 후순위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일부 건질 가능성이 생긴다.

 

선순위 임차인이 거주 중인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우 LH가 보증금을 인수하지 않는 조건으로 경매에서 매입한다는 방안도 나왔다.

 

예컨대 선순위 임차인 전세보증금이 1억원인 피해주택을 경매에서 제3자가 8천만원에 낙찰받았다면 낙찰자는 2천만원을 추가로 내어줘야 임차인을 내보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찰이 반복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임차인이 '셀프 낙찰' 받는 사례가 많다. 이때 임차인이 2천만원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8천만원만 받겠다고 한다면 해당 주택을 LH가 매입하겠다는 것.

 

경·공매가 끝났거나 안전 문제가 있어 LH의 피해주택 매입이 어려운 피해자에게는 대체 공공임대주택에 10년간 무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10년이 지난 이후에는 시세의 50∼70% 임대료로 10년 더 거주할 수 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정부안을 중심으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면서, 공공이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일부를 먼저 돌려준 뒤 피해주택을 매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추후 자금을 회수하는 '선구제 후회수'는 시행에 어려움이 있어 혼란만 가중될 거라고 재차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은 민생 현안이므로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 신속히 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22대 국회가 구성됨과 동시에 정부안을 중심으로 여야와 긴밀히 협의하고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해 전세사기 피해자의 주거 안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단체는 "정부가 국회 협상 과정에서도 내놓지 않던 지원 대책을 뒤늦게 발표해 여론 물타기를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는 "정부가 특별법 개정안 통과 직전 수차례 반대 토론만 열어오다 독자안을 발표, 국회 입법권을 깡그리 무시하는 태도를 지탄한다"며 개정안과 정부 대책이 서로 보완될 수 있도록 정부가 거부권 행사가 아닌 특별법 개정에 협조하는 전향적 자세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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