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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국세청판 비열의 거리’…尹정부 국세청장 인선과 '인사혼란'

‘빅3’ 국세청 기획조정관의 몰락…기피되는 노력
정실과 권세의 수도 ‘서울국세청’
기피되는 세종 본부…요직은 그들만의 리그
국세청은 기획부서 아닌 집행기관
철학보다 균형 요구되는 곳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근 수 년간 국세청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졌다. 관행으로 유지되던 질서가 깨지고, 노력이 비웃음을 당하고, 힘든 일 하는 사람은 홀대받고, 줄 없는 사람은 내쫓긴다.

 

어느 시대라도 부당함이 없었던 때는 없었다. 권력이 있는 한 이는 필연적이다. 권력은 소수에게 힘을 몰아주고, 다수는 배제되게 되어 있다. 그렇다해도 권력이 정당성을 인정받을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확실한 결과를 내거나 확고한 원칙이 있거나. 하지만 지금 국세청에는 '비열의 거리'가 남았다는 비판이 높다. 왜 이런 비판마저 나오게 됐는지 그간의 취재 내용을 공개한다.

 

 

“사람은 말이야, 성공하려면 두 가지만 알면 돼. 성공을 위해 자신에게 필요한 사람이 누군지, 그 사람이 원하는게 뭔지. -영화 비열한 거리(2006)에서-”

 

어느 순간엔가 한국 언론에서 연고주의(Cronyism)에 대한 언급이 사라졌다.

 

학벌 차별, 출신 갈라치기, 혈연 밀어주기 등…. 더 노골적이며, 더 뻔해졌지만,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언급을 꺼려했다.

 

오랜 지기(chroios)의 폐쇄성은 우리 사회를 더욱 옥 죄었고, 대중은 선거를 통해 만연된 폐쇄성에서 벗어나고자 몸부림쳤지만 기대했던 변화는 2022년 4월 말 현재에도 오지 않았다.

 

경제에서는 혈연일가의 세습체계(Crony Capitalism)가, 정치‧관가에서는 정당 막론하고 폐쇄적 인사(Political Cronyism)가 더욱 강고해졌다.

 

노력이 비웃음을 받고, 제 식구만 챙기는 정실(Crony)의 세상.

 

국세청은 그 중 하나였을 뿐이다. 다만, 스피커들은 침묵했고, 비명에 소리는 없었다.

 

 

◇ 호남의 부상과 공정

 

2018년 7월 국세청 조사국장에 임명된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한때 공정인사의 상징으로 환영받았다.

 

김대중 정부 이주석 조사국장 이후로 15년만의 첫 호남 출신 조사국장.

 

전국 팔도 가운데 가장 홀대받던 전북 출신 인사가 국세청 고위직 정점에 오르자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파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수 정부에서 홀대를 받던 호남 출신들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대거 부상했다. 때마침 국세청 행정고시 35~38회 등에는 호남자원이 풍부했다.

 

김희철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의 서울지방국세청장 임명을 시작으로, 이은항(전 국세청 차장), 이준오(전 중부지방국세청장), 김재철(현 중부지방국세청장), 이현규(현 인천지방국세청장), 이판식(현 광주지방국세청장), 신희철(현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 양동훈(현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장), 송바우(현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등 호남출신 인사들은 국세청의 유력자로 부상하며, 새로운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호남 외에도 한승희(전 국세청장), 김현준(전 국세청장, 현 LH사장), 임광현(현 국세청 차장), 노정석(현 부산지방국세청장), 오호선(현 국세조세관리관) 등 비호남 출신 파워그룹도 그 두각을 드러냈다.


정실에는 꼭 부작용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정권이 유지되려면 일정 수준의 권력강화가 필요하고, 권력을 강화하려면 마찬가지로 일정 수준의 정실 형성이 불가피하다.

 

정실은 문희철 전 차장처럼 배경없이 고위직에 오르는 등 능력이 있어도 기회를 못 받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예외는 극히 적었다. 그들만의 리그가 본부 주요국장, 그리고 기업이 몰려 있는 서울‧중부국세청 요직들을 휩쓸었다.

 

인사 기조가 균형에서 독점으로, 기준이 실력‧노력에서 인맥으로 기울어지고 있다는 불안한 경고였다.

 

 

◇ 국세청 기획조정관의 몰락

 

정부든 기업이든 기획실의 위상은 단연 최상이다.

 

예산‧정책기획‧업무총괄 및 성과평가‧대외협력‧조직정비‧혁신 등 기획실 내 업무 중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기획실장은 권력자의 최측근이며, 국세청의 경우 본부 기획조정관은 국세청장, 국세청 차장과 함께 세종청사 12층에서 함께 자리하는 유일한 국장이다. 국세청 조사국장, 국세청 법인납세국장과 더불어 국세청 3국장으로 위세를 떨치기도 했다.

 

그랬던 국세청 기획조정관의 몰락은 현재 국세청 인사 변화에 대한 단적인 증거다.

 

문재인 정부 첫 기획조정관(2017년 7월 임명)을 전북 부안 출신 김명준 전 서울지방국세청장이 맡았지만, 이후 정실 그룹들은 국세청 기획조정관을 다신 맡지 않았다.

 

처음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김명준 기획조정관 뒤를 이어 2018년 7월 임명된 강민수 국세청 기획조정관(현 대전지방국세청장). 부산 동래고 출신인 그는 행시 37회 가운데 가장 빨리 국장 승진을 한 축에 속했지만, 지난 보수정부에서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었다.

 

신선하다는 평을 받았고, 인맥이 없어도 기회는 주어진다는 신호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가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자리를 발령받자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징세법무국장은 체납‧징세 등 소위 통계 관리를 하는 데다가 행정심판‧조세소송 등 조사국 뒤처리를 담당하는 등 공은 잘 드러나기 어렵고 일 많고 힘든 보직인 탓이다.

 

그럼에도 그는 코로나19 초기 국세청 세정지원의 틀을 잡으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고 국세청 3국장 중 하나인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에 오르면서 재평가를 받는 듯 했다.

 

그러나 능력과 헌신은 정실 앞에 무력했다. 1급 승진에 번번이 누락되던 그는 2021년 7월 변경백(대전지방국세청장)으로 밀려났다. 중앙무대에 관계되지 말라는 메시지를 받은 셈이었다.

 

2019년 7월 정철우 기획조정관(현 국세공무원교육원장) 임명도 처음에는 파격으로 해석됐다.

 

TK출신 행정고시 37회 맏형인 그는 지난 보수정부에서 중앙무대에 오르지 못했었는데 2차 세계대전 미국의 조지 S. 패튼 장군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개성이 남달랐다. 그와 함께 일한 선배공무원은 ‘알아서 매우 잘 하는 사람, 하지만 상관이 추가 지시를 하면 안 될 사람’이라는 이중적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그가 국세청 기획조정관에 올랐을 때 국세청 내부에서 부정적 감정이 적지 않았지만, 기대감도 있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범이 드디어 날개를 달았다는 평가가 나왔었다.

 

2020년 9월 정철우 국장 역시 전임자 강민수 국장처럼 국세청 징세법무국장 바통을 이어 받으면서 재차 이상한 조짐이 감지됐다. 불안한 예감은 2021년 7월 인사에서 사실로 드러났다. 정년 임박한 시점에서 ‘대기석’인 국세공무원교육원장으로 발령나며 불투명한 앞날을 선고받은 것이다.

 

2020년 9월 TK출신 김진현 기획조정관(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은 처음에는 국세청 국장 말석(소득지원국장)을 받았고, 개인납세국장을 거쳐 기획조정관에 임명됐다. 그는 2021년 12월 법인납세국장에 임명되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강민수 대전청장의 전례가 있는 만큼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었다.

 

이쯤되자 하나둘 눈치 빠른 사람들이 눈치를 채기 시작했다. 기획조정관이 본부 3국장 대우를 못 받는다는 관측이 나오긴 했지만, 그보다 명확한 건 비호남‧호남 정실 그룹들의 기획조정관 기피가 뚜렷해졌다는 것이었다.

 

 

 

2021년 12월 정재수 기획조정관 임명 인사 발표는 이러한 의혹을 ‘빼박’으로 못 박았다.

 

정재수 국장은 정철우-김진현에 이은 세 번째 TK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실력자이자 행시 39회 유력 주자로 조명받던 그는 문재인 정부 내내 침묵으로 세월을 보내면서 비선호 보직을 전전했다.

 

국세청 기획조정관과 정실그룹. 어떠한 계산서가 있었길래 그들은 비정실들에게 이 자리를 몰아주게 된 것일까.

 

기획조정관의 업무는 모두 중요하지만, 국세청은 기획부서가 아니라 집행부서다. 그러다 보니 대외 조정이 중요한데 그만큼 국회와 정당을 오가야 한다. 기차를 타고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동안 육체는 고단하고 정신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업무도 지시보다는 외부에 사정해야 할 때가 많으며 국세청 관계개선을 위한 저녁 술자리 단골멤버도 기획조정관이다.

 

국세청장이나 그 위에서 알아주지 않으면 인정을 받을 수 없는 자리. 호남 출신 국세청장이 없는 호남 정실과 비호남 정실 간 어정쩡한 동거 상황과 권력 평형 상태에서 문재인 정부 국세청 기획조정관은 계속 비호감이 되어 갔다.

 

“옛날에는 빽을 써서라도 국세청 기획조정관에 들어가려던 시절도 있었죠. 지금은 안 그럽니다. 조사국장, 법인납세국장, 국제조세관리관, 징세법무국장한테도 밀리는 게 기획조정관입니다. -익명의 공무원-”

 

 

◇ 정실 1번지 ‘서울’

 

윗물의 변화는 아랫물로 빠르게 번져갔다.

 

중간 관리직, 그 이하 하위직까지 정실을 만나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 늘고, 줄 못 댄 사람은 선배든 실력이 있든 사람 취급 못 받는다는 푸념이 점차 공공연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비판의 농도가 가장 짙은 곳은 세종 본부가 아닌 대한민국 권력 1번지 서울이었다.

 

“선배공무원을 이렇게 무시하던 때가 있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젊은 친구들인데 줄 잘 타서 올라가면 선배공무원들을 없는 사람 취급하죠. 그러다가 그 선배가 정말 노력해서 올라가잖아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연락을 하고 꼭 만나자고 반가워해요. 그러려니 하지만 이게 현실이구나하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죠. 그런 사람들 상당수가 서울국세청에 모여 있어요. -익명의 공무원-”

 

“왜 다들 서울국세청에 모여 있나요(기자).”

 

“서울에 있어야 사람을 만날 수 있으니까요. 세종에서는 못 해요. 6시 업무 마치고 기차 타고 올라와서 사람을 만난다? 일주일에 몇 번이나 가능할까요. 물리적으로 될 수가 없어요. 서울에서 벗어나면 권력하고도 멀어지는 거에요. -익명의 공무원-”

 

“그래도 승진하려면 세종 본부에 가야 하잖아요(기자).”

 

“가기야 가죠. 행시들은 어쩔 수 없이 가긴 가야 하니까. 그래도 되도록 안 가려고 하죠. 서울에 있어도 되는데 뭐하려 힘든 세종에 가요? 과장, 팀장, 반장…. 다는 아니지만, 수두룩 해요. 이게 정말 안 좋은 게 안 그러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사람들도 줄 대는 사람들한테 무시받고 그러면 어떻게 되겠어요. 나도 줄 대야 하나, 자꾸 그렇게 생각하게 되죠. -익명의 공무원-”

 

 

◇ 새 정부, 새 국세청장 그리고 정실 교체

 

정실을 꼭 부패라고만 단정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진보든 보수든 뭐든 간에 권력이 존재하는 한 정실은 없어질 수 없다. 일을 하려면 권력이 필요하다. 정실 강화는 권력 강화이며, 자리를 나누면 권력은 약화된다.

 

윤석열 정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권 초반 그리 높지 않은 지지도로 출범하는 데다 정권의 색깔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다시 칠해야 한다. 새로운 정실의 부상과 권력강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정실을 구성해도 ‘잘 했다’는 말을 들으려면 제일 먼저 좋은 결과를 내야 하고, 정실로만 인사를 해서는 안 된다.

 

정실들은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일 뿐 권력의 원천은 아니다. 권력의 원천인 정권은 다수에게서 나온다. 권력의 목적은 정권의 성과물을 다수와 공평하게 누리는 것이다.

 

정실은 늘 소수일 수 밖에 없고, 정권의 힘(인사)이 정실에만 쏠린다면 견제와 균형은 힘을 잃고, 대다수 사람들은 불공정에 빠진다. 권력을 일부 약화시킨다해도 인사 균형은 조직을 견고하게 만들고 부패를 최소화한다.

 

특히나 국세청장과 국세청은 더더욱 그러하다. 그들은 대통령과 철학을 공유해야 마땅할 장관(기획자)이나 정당, 비서진이 아니다. 그들은 국가 중추 신경의 집행자들이며 그들을 통해 지키는 가치는 균형이다.

 

“어떤 것도 그들을 몰아낼 수 없다 하여도. 그렇다해도 우리는 영웅이 될 수 있다. 단 하루 뿐일지라도. -피터 가브리엘의 곡(曲) 영웅들(Heroes)에서-”

 

새 정부, 새 국세청장의 성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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