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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이슈분석] “정보는 돌고 문서는 사라졌다”…4대銀 LTV 담합 공방

정보 공유가 경쟁 제한했나…LTV를 둘러싼 해석 간극
공정위 과징금 2720억원에 은행권 법적 대응 예고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판단을 두고 4대 시중은행과 규제 당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정위가 4대 시중은행의 부동산 담보인정비율(LTV) 정보교환이 부동산 담보대출 시장의 경쟁을 제한했다고 보고 2720억 1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는데, 해당 은행들은 여신 실무상 불가피한 검증 절차였다고 반박하고 있다. 관행과 위법의 경계를 둘러싼 법리 다툼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과징금 규모는 하나은행(869억 3100만원)이 가장 많고 다음으로 국민은행(697억 4700만원), 신한은행(638억 100만원), 우리은행(515억 3500만원) 순이다.

 

◇ 단순 참고 수준이라고?…교환 방식과 밀도 눈여겨 봐야

 

공정위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부동산 담보대출의 핵심 거래조건인 LTV 정보를 장기간 교환 및 활용해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제재 대상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3월까지다. 공정위는 개정 공정거래법이 시행된 이후의 정보교환 행위를 문제 삼았다.

 

공정위가 주목한 부분은 단순한 참고 수준을 넘어선 정보 교환의 방식과 밀도다.

 

각 은행의 LTV 기준은 지역 및 부동산 유형별로 세분화돼 있으며, 교환된 정보는 수백 건에서 많게는 7000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을 구분하지 않고 사실상 전 담보대출 영역을 포괄했다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특히 공정위는 은행 실무자들의 정보 교환 방식과 절차를 담합 판단의 근거 중 하나로 짚었다. 실무자들은 필요할 때마다 직접 만나 인쇄물 형태로 LTV 정보를 받아온 후 이를 엑셀 파일로 옮겼고, 받아온 문서는 파기하는 등 행태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최소 수백 건에서 최대 수천 건에 이르는 LTV 정보가 수시로 교환됐고, 인수인계를 거치며 장기간 지속됐다”며 “정보 교환이 경쟁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기능했다”고 설명했다.

 

즉 공정위는 이러한 정보 교환 방식이 단순 참고나 관행 범위를 벗어나, 거래조건에 관한 정보를 통해 경쟁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고 결론 내렸다.

 

또 공정위는 이 과정에서 각 은행의 LTV 결정이 독립적으로 이뤄지기보다, 타 은행의 기준을 의식해 조정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봤다. 개별 은행이 LTV가 타 은행보다 높을 경우 대출금 회수 리스크를 고려해 이를 낮추고, 반대로 낮을 경우에는 영업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상향 조정하는 방식이 반복됐고 그 결과 은행 간 LTV가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됐다는 설명이다.

 

공정위는 담합의 최종 피해자가 대출 차주라고 보고 있다.

 

LTV가 낮아질수록 차주가 받을 수 있는 담보대출 규모는 줄어들고, 이는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로의 이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의 경우 은행 선택권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4대 은행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 시장에서 각각 60%, 50%를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들 은행의 LTV가 유사하게 유지되면, 시장 전반의 거래조건이 사실상 고정되는 효과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 은행권 반발…제재 확정되면 RWA·CET1 부담

 

4대 시중은행은 정보 교환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담합으로 보는 공정위 판단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LTV는 낙찰률, 지역별 가격 변동, 담보 유형 등 유사한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수치가 자연스럽게 비슷해질 수 있고 타행 수치를 참고한 것은 ‘오류 검증’ 차원이라는 주장이다.

 

또한 LTV는 금리처럼 직접적인 가격 변수가 아니고, 대출금리는 코픽스 등 기준금리에 가산·우대금리를 더해 결정되는 구조인 만큼 LTV 정보 교환이 곧바로 소비자 피해로 연결된다는 해석에는 무리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다만 은행권이 이번 사안을 가볍게 넘기지 못하는 이유는, 과징금 액수 그 자체보다 후속 파장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공정위 제재가 확정되면 과징금으로 인한 영업외비용 부담이 급증하고, 금융감독원 기준에 따라 과징금이 위험가중자산(RWA)에 포함될 수 있는데 이 경우 보통자본비율(CET1)을 유지하기 위해 자본 확충에 나서거나 대출 규모를 축소하는 등의 부담이 불가피하다.

 

4대 은행은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하는 대로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LTV 관련 담합 의혹이 제기된 초기부터 사실관계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소명해왔다”며 “향후 유사 사안에 선례가 될 수 있는 만큼 행정소송을 포함한 법적 대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해당 사안을 담합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면서 “의결서에 담긴 판단 논리와 법적 쟁점을 면밀히 검토한 뒤 대응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개정 공정거래법 이후 금융권 정보 교환 관행이 본격적으로 사법 판단 대상이 된 대표적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과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사건에서 공정위가 4년 조사 끝에 결국 증거 불충분으로 사실상 무혐의 결정을 내린 전례를 들어 이번 제재 역시 뒤집힐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1심부터 대법원까지 이어지는 수년간의 장기 공방도 동시에 거론된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정보 교환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지, 그로 인한 경쟁 제한과 소비자 피해의 인과관계가 어디까지 입증되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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