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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세금 횡령한 세무공무원…국세청, 나랏돈으로 연금까지 챙겨 줬다

열 네 차례나 횡령했는데 피해 정도 경미하다며 국비 지원
세금 횡령 막을 방법 없는데…징계 규정 허술

[이미지=셔터스톡]
▲ [이미지=셔터스톡]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체납 세금을 빼돌린 세무공무원에 대해 국세청이 양형기준을 활용해 나랏돈으로 공무원 연금을 챙겨 준 사실이 드러났다.

 

국세청 측은 처음에는 최고 수준의 징계(파면)가 내려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해명했다가 본지 취재가 진행되자 파면보다 한 단계 아래인 해임 처분을 내렸다고 인정했다.

 

대구국세청 산하 경북 구미세무서 세무공무원 A씨.

 

A씨는 2017년 7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납세자 7명으로부터 열 네 차례에 걸쳐 체납세금 4780만원을 개인 명의 계좌로 송금받아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가 2020년에야 적발, 2021년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에 대한 징계 처분은 해임으로 내려졌다.

 

해임은 파면보다 한 단계 낮은 조치로 제한적이나마 나랏돈으로 공무원 연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조치다.

 

공무원 연금은 직원이 반, 정부가 반을 내주는데 파면이 되면 나랏돈으로 지원한 연금을 전액 못 받게 된다.

 

그러나 해임이 되면 정상 퇴임한 공무원의 절반 수준의 나랏돈 지원을 챙길 수 있다.

 

문제는 국세청 징계위원회가 A씨의 세금 횡령에 대해 실수나 피해가 약한 행위라고 판단 내렸다는 것이다.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별표 1에 따르면, 공무원의 공금횡령 중 파면을 내릴 때에는 비위에 따른 피해가 심각하고, 행위에 고의가 있는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

 

반면, 피해 정도가 심해도 과실이거나 고의로 비위행위를 저질러도 피해 정도가 예사로우면 형사처벌을 받아도 해임으로 징계 수준을 낮출 수 있다. 이는 국세청 공무원이나 지자체 세무공무원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세무공무원의 세금 횡령이 구조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이다.

 

체납 세금은 영구적으로 징수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부과된 시점으로부터 5년~10년(5억원 이상)이 지나면 소멸된다.

 

그나마 거둘 가능성이 있는 체납 건수에 대해선 소멸 전 집중 정리에 나서는 데 체납담당 세무공무원이 체납자와 짜고 체납세금 일부를 뒷돈으로 받고 입을 닦아버리면 정부기관은 이를 알기가 매우 어렵다. 이 상황에서 소멸 시효까지 넘어가면 완전 범죄까지 성립된다.

 

따라서 체납 세금 횡령은 체납금액과 무관하게 추후 유사 범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볍게 볼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그러나 현 상황대로라면 가중처벌 대상이 아니라면 징계 수위를 해임으로 낮춰 나랏돈으로 공무원 연금을 챙겨주게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국세청은 취재 초반 A씨가 최고 수준의 징계(파면)을 받은 것 같다고 해명하다가 본지 취재 결과 해임 임이 드러나자 뒤늦게 해임이 맞는 것 같다고 입장을 바꾸었다.

 

“당시 최고 수준이라고 한 건 추정이었고…(국세청 관계자).”

 

한편, 세종세무서 소속 세무공무원 B씨가 억대 체납세금을 빼돌려 주식투자 등 개인 목적으로 사용하다가 최근 국세청 내부 감사에 적발돼 검찰 고발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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