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이재명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정부 조직개편안이 공식 발표되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국정기획위원회가 지난 13일 123개 국정과제를 발표하고 14일 해단했으나, 최대 관심사던 정부 조직개편안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또한 최종 결정을 유보한 채 장고에 들어가면서, 관련 논의는 당분간 진통을 겪을 것으로 관측된다.
◇ 정부 조직개편 발표 왜 미뤄졌나
당초 국정위가 지난 13일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향후 5년간 이재명 정부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정부 조직개편안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판에 조직개편안 발표가 제외됐다. 대통령실에서 최종 검토를 마치지 않았고, 국정위 내부에서도 개편 방향에 대한 시각차가 여전했기 때문이다.
국정위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기반으로 검찰청 폐지 및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 금융위원회 해체 및 금융감독위원회 부활, 기획재정부 분리 등을 골자로 한 개편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정위가 대통령에게 개편안을 보고한 직후 대통령실 측은 일부 내용에 대해 “원점 재검토하라”는 지침을 내렸고, 이후 별도의 최종 보고는 없는 상태다. 국정위는 결국 조직개편에 대해 “별도의 트랙에서 다뤄질 문제”라며 후속 판단을 대통령실에 넘기고 해단했다.
◇ 금융위 개편 논의, 최대 난제로 부상
이번 개편안 논의의 핵심 축 중 하나가 금융당국 개편이었다.
국정위가 검토한 안은 금융위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획재정부로 이관하고, 금융감독원과 감독 기능을 통합해 금융감독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식이다.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분리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들고, 이들 기관을 금융감독위원회를 산하에 두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안이 실행되면 2008년 폐지됐던 금감위가 17년 만에 부활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개편안을 둘러싸고 국정위 내부는 물론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태다.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면 컨트롤타워가 모호해지고, 기관 간 업무 중복과 혼선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적 쟁점도 크다. 과거 법제처는 금융사 제재가 국민 권리와 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므로 민간기관인 금감원이 단독 수행할 경우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해석한 바 있다. 이러한 법적 불확실성도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대통령 인사, 금융위 존속 시그널?
일각에서는 최근 이 대통령의 발언과 인사 결정을 두고 금융위 존속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금융위가 주도한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출규제, 중대재해 기업 제재 등 정책을 공개적으로 칭찬했다. 특히 지난 13일 이억원 전 기재부 1차관을 신임 금융위원장으로 지명하면서, 금융위 해체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 후보자는 재정 및 경제 정책 전반에 정통한 관료 출신으로 기재부 예산실장과 1차관 등을 역임한 인물이다. 당시 대통령실은 “금융정책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금융위 조직 자체가 당분간 유지될 것이란 해석이 분분했다. 조직 해체가 예정된 기관에 새 수장을 임명하는 것이 이례적이라는 측면에서, 금융위 해체에 속도를 내기보단 일단 현 체제를 유지한 채 개편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대통령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하며 “정부조직 개편안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체제 유지는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인사 발표 직후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 정부조직 개편안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현재 금융위는 활동하고 있으므로 금융위원장 지명은 당연한 수순”이라고 언급하며 향후 개편 여지를 남겼다.
◇ 조직개편 시기 미뤄질 듯…핵심은 ‘성과’
조직개편이 늦춰진 배경에는 산적한 경제 현안도 있다. 관세 재협상, 부동산 추가대책, 세제 개편, 2차 민생지원금 등 시급한 과제들이 경제부처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만큼 당장 조직개편에 착수하기엔 리스크가 크다는 판단이 나온다.
조직개편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시행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조직법과 금융위 설치법, 은행법 등 다수 법률 개정이 선행돼야 하고 예산 및 인력 조정도 필요하다. 국회예산정책처는 기재부 분리에만 약 477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금융위가 ‘기재부 이관’ 또는 ‘해체’라는 기로에 선 가운데 결국 조직개편의 핵심은 금융당국의 정책성과와 실효성에 달려있다. 현재로선 이 대통령이 금융위의 정책 능력을 주의 깊게 평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맞춰 금융위는 6·27 대출 규제 등 고강도 금융정책과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를 위한 맞춤형 지원책을 내놓으며 존재 가치를 입증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실력으로 존재 이유를 증명하겠다’는 내부 기조도 확인된다.
금융위가 당분간 시간을 벌었지만, 이 시간은 단지 ‘유예’에 불과하다. 국민 체감형 정책으로 존재 가치를 입증하지 못한다면, 조직개편의 칼날이 다시 금융위를 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금융위의 정책 성과가 조직개편의 향배를 결정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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