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4 (일)

  • 흐림동두천 -1.8℃
  • 구름조금강릉 2.6℃
  • 흐림서울 -0.9℃
  • 구름많음대전 0.0℃
  • 맑음대구 1.9℃
  • 맑음울산 2.7℃
  • 광주 2.3℃
  • 맑음부산 3.7℃
  • 구름많음고창 1.6℃
  • 흐림제주 8.8℃
  • 구름많음강화 -0.8℃
  • 구름많음보은 -1.0℃
  • 흐림금산 -0.1℃
  • 흐림강진군 3.5℃
  • 맑음경주시 2.2℃
  • 맑음거제 3.3℃
기상청 제공

문화

[詩가 있는 아침]민들레 우체국

시 허영숙, 낭송 남기선, 영상 ssun

 

민들레 우체국 _허영숙

 

바람이 햇살 소인을 찍어 편지를 띄웁니다

 

어떤 사연은 무거워서 강물에 내려놓고

또 어떤 사연은 두근거려 산비탈을 넘지 못합니다

 

그대가 꽃의 마음을 물어물어 편지 한 장 원한다면

어머니에게 보내는 안부는 장독대 근처에 놓아두겠습니다

아버지의 삽자루가 꽂혀 있는 논둑에도 내려놓겠습니다

먼데서 가끔 달을 볼지도 모를 누이의 뒤란도 노랗게 밝혀야겠지요

 

사랑은 마른 논에 논물 들 듯 천천히 적시는 것이라고 쓴 편지는

더 오래 더 먼 기슭까지 보냅니다

 

차마 전하지 못한 편지들은 누군가의 안부를 기다리는 이의

간절한 담벼락에 내려놓겠습니다

봄이 끝나기 전에 어느 눈 밝은 이가 꺼내보겠지요

 

누가 펴 봐도 노랗게 웃을 얼굴을 기억하며 홀씨 하나하나의 안부를 섬깁니다

 

[詩 감상] 허 영 숙 시인

사람들에게는 가끔씩 안부를 묻고 싶은 사람이 있다.

누이여도 좋고 어머니여도 좋고 때로는 말로는 차마 꺼낼 수 없는 대상이기도 하다.

그리움이라고도 한다. 민들레는 바람의 소인을 찍어 씨앗을 곳곳마다 날려보내니

안부를 전하고자 하는 화자의 심정에 나의 그리움도 얹어 보낸다.

그 곳에 닿기를, 그리하여 눈 밝은 그가 한번쯤은 나를 떠올려주기를..

 

[시인] 허 영 숙

· 2006년 《시안》으로 등단

· 2018년 <전북도민일보> 소설부문 신춘문예 당선

· 시집 『바코드』 『뭉클한 구름』 등

· 2016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 수혜

 

[낭송가] 남 기 선

·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장

· 《아침의 문학》 전국시낭송대회 대상

· 산업체 심리상담사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전문가 코너

더보기



[이명구 관세청장의 행정노트] 낚시와 K-관세행정
(조세금융신문=이명구 관세청장) 어린 시절, 여름이면 시골 도랑은 나에게 최고의 놀이터였다. 맨발로 물살을 가르며 미꾸라지와 붕어를 잡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허름한 양동이에 물고기를 담아 집에 가져가면 어머니는 늘 “고생했다”라며 따뜻한 잡탕을 끓여주셨다. 돌과 수초가 얽힌 물속을 들여다보며 ‘물고기가 머무는 자리’를 찾던 그 경험은 훗날 관세행정을 바라보는 나의 태도에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물가에서는 마음이 늘 편안했다. 장인어른께서 선물해 주신 낚싯대를 들고 개천을 찾으며 업무의 무게를 내려놓곤 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낚시와는 자연스레 멀어졌고, 다시 낚싯대를 잡기까지 20년이 흘렀다. 놀랍게도 다시 시작하자 시간의 공백은 금세 사라졌다. 물가의 고요함은 여전히 나를 비워내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낚시는 계절을 타지 않는다. 영하의 겨울에도 두툼한 외투를 챙겨 입고 손난로를 넣은 채 저수지로 향한다. 찬바람이 스쳐도 찌가 흔들리는 순간 마음은 고요해진다. 몇 해 전에는 붕어 낚시에서 나아가 워킹 배스 낚시를 시작했다. 장비도 간편하고 운동 효과도 좋아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걸어 다니며 포인트를 찾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