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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단독] 식대 비과세 인상…국민연금 등 연 4조원 재정 날렸다

근로자에 5000억 생색 감세, 기업에 2조원 퍼주기
국민 재산에서 연간 1.5~2조원 이상 손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공적보험 재정손실 우려를 보고 받았지만, 정확한 추계없이 식대 비과세 인상을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에 5000억원의 감세 효과가 있지만, 4대 보험으로 가지고 있어야 할 국민재산에서 연간 수조원의 돈이 줄어들 수도 있는 것을 충분한 고려없이 진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

 

정부가 서민지원이란 명목 하에 근로자 식대 비과세 수당을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끌어 올리는 안을 여야가 동의한 것이다.

 

정부는 근로자들에게 5000억원의 감세 혜택이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법안에는 한 가지 치명적인 부작용이 있다.

 

월급에는 여러 비과세 수당이 붙어 있는데. 특정 비과세 수당이 늘어나면 국민연금‧건강보험‧산재보험‧고용보험 납입금이 줄어든다. 식대, 차량보조금, 출산‧육아 수당이 대표적이다.

 

원래는 비과세 수당만큼 급여를 올리라는 취지지만, 실제 대부분의 회사들은 기본급을 쪼개 비과세 수당에 포함시킴으로써 회사 부담금을 줄이는데 사용한다.

 

 

중요한 건 회사가 내는 4대 보험 납입금이 줄어들수록 근로자들에게는 손해라는 것이다.

 

4대 보험료는 근로자와 회사가 반반씩 내고, 그 이득은 모두 근로자가 차지하는 구조이다.

 

예를 들어 납입금이 10만원이라면 근로자가 5만원, 회사가 5만원을 내고 근로자가 10만원의 혜택을 누린다.

 

그런데 비과세 수당이 늘어나 납입금이 0원이 되면 근로자는 자기부담금 5만원 + 미약한 세금혜택을 보겠지만, 회사가 대신 내주던 5만원이 통으로 사라진다.

 

내는 만큼 받는 국민연금은 직격을 받으며, 간접 혜택을 받는 건강보험이나 고용보험 등도 타격을 입는다. 이들 공적 보험들은 재정에 줄어들면 그만큼 개인 부담금을 늘리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내던 돈이 줄어드니 그만큼 이득이 늘어난다.

 

기재부는 이러한 부작용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지난 7월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 제출한 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8페이지.

 

 

‘(식대 비과세 인상으로) 근로자의 총 급여액이 감소됨에 따라 (중략) 4대 보험료(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업재해보상보험, 고용보험)의 감면 효과도 가져오게 됨.’

 

방기선 기재 1차관도 지난달 29일 민생특위 2차 회의에서 식대 비과세 인상이 기업에 이득이 될 수 있다는 뉘앙스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만약에 기업가―고용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전체적인 총액을 정해 놓고 그 부분에서 사실 10만원을 식대로 올려줄 겁니다, 제가 만약에 기업가라면.”

 

 

하지만 우려를 제기한 국회 전문위원 측도, 우려를 전달받은 국회와 기재부 측도 국민연금 등에서 실제 어느 정도의 손실이 나는 지는 확인하진 않았다.

 

“4대 보험에 내는 돈이 줄어들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서에 작성한 건 맞지만, 별도 추계는 하지 않았다.” (국회 전문위원실)

 

“민생특위에선 빠르게 민생지원을 하자는 취지에서 식대 비과세를 늘리려 한 것에 중점을 맞췄고, 4대 보험에 대해선 전문위원실에 질의하시는 게 맞다고 본다.” (국회 민생특위 관계자)

 

“4대 보험에 들어가는 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는 전달받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기재부 세제실은 세금 효과를 분석하는 곳이고, 연금 재정 등은 소관 업무가 아니라서 4대 보험 관련 계산하진 않았다.” (기재부 세제실)

 

 

◇ 근로자 5000억 세금 깎아 주고, 기업 2조원 부담금 깎는다

연금 재정 등은 연간 4조원 손실

 

그렇다면 대체 국민연금 재정 등은 손실을 얼마나 보게 된 것일까.

 

지난 2020년 전체 근로자수는 1949만5359명(연말정산 기준).

 

전체 근로자에게 모두 월 10만원 비과세가 적용된다고 가정하고, 여기에 국민연금 요율 9%를 적용할 경우 식대 비과세 10만원 인상 시 발생하는 국민연금 손실액은 연간 2조1055억원에 달한다.

 

근로자들은 5000억원 감세효과 얻자고 기업이 주는 1조원과 운용수익을 그대로 포기한 셈이 된다.

 

국민연금 운용수익은 1988년 국민연금 설치 이래 지난해까지 연 평균 6.76%에 달한다. 이 수익은 고스란히 노후 국민연금 계좌에 꽂히는 돈이며, 단기 적금 수익률의 2~3배다.

 

문제는 이건 순수히 국민연금만 따진 거고, 건강보험, 고용보험 등 다른 공적 보험은 계산하지 않은 수치란 것이다.

 

4대 사회보험 정보연계센터에서 제공하는 간이 계산기에 따르면, 과세소득에서 산재보험을 제외한 국민연금, 건강보험, 장기요양보험, 고용보험의 통상적인 요율은 18.896%.

 

식대 비과세 10만원이 생기면 월 1만8896원이 이들 공적보험에서 빠지며, 이것을 전체 근로자들에게 적용하면 연 4조4206억원의 공적보험 재정손실이 발생된다.

 

반면 기업 부담금은 2조2103억원이 줄어들게 된다.

 

요약하자면, 근로자 5000억원 감세를 미끼로 기업부담금 2.2조원을 깎아주기 위해 매년 국민연금 등 공적보험 재정에 4~5조원의 압박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킨 셈이 된다.

 

심각한 건 이게 매년 현재진행형으로 누적된다는 것이다. 1년이면 4.4조원, 5년이면 22조원, 10년이면 44조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이 사이 기업 혜택은 1년 2.2조원, 5년 11조원, 10년 22조원이 된다.

 

이 법을 심사했던 국회 민생특위 위원들과 기재부는 모두 상정 외 일이라고 해명했다.

 

“그 계산이 정확한 계산인지는 좀 더 확인해야 할 문제고….” (정부 관계자)

 

 

◇ 총괄하는 기재1차관도

정책조정하는 정책기획관도 몰랐나?

 

이것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국민연금 재정 등에 치명적인 손실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을 정부나 국회가 별도 고려나 특별히 우려하지 않고 추진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금개혁 등 4대 보험 건전화를 공약으로 당선됐고, 당선 이후 연금재정 약화를 이유로 ‘내는 돈은 많고, 받는 돈은 줄어드는’ 연금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도 경제구조개혁국에 연금보건과(가칭)을 만들어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와 발맞추기 위한 준비 중이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연금 문제에 대해 국회 전문위원이 경고했고, 기재부 세제실이 인지했다면, ‘식대 비과세 국민연금재정 약화 이슈’는 반드시 고려했어야 하는 사안이었다.

 

민생특위 국회의원이나 기재부 세제실이 민생지원에 집중하느냐 미처 챙기지 못했다면, 최소한 방기선 기재1차관, 하다못해 강기룡 기재부 정책기획관은 무조건 챙겼어야 했다.

 

그러나 민생특위에 참여한 두 고위직은 해당 사안에 대해 아는 듯 모르는 듯 슬쩍 넘어갔다.

 

몰랐다면 능력에 문제 있는 거고, 알았다면 공직자로서 공직윤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엇박자 행정에 비판을 가했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연금재정에서 2조원, 기타 공보험에서 2조원 등 총 4조원 손실이 날 수 있는 세법 개편을 해놓고서는 제대로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과의 약속인 공적보험 재정을 이렇게 조 단위로 손실내고 기업 지원에 나서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전문위원은 “연금재정과 직결된 비과세 수당을 개편하면서도 연금재정에 대해 우려만 하고, 제대로 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 마디로 제대로 일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근로소득세 5000억 깎아주는 것을 미끼로 기업 부담금 2조원 깎아주다가, 국민연금 등 4대 보험 재정이 연간 4조원 이상 손실나게 됐다”며 “정부가 거짓 명분으로 대단히 안 좋은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의구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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