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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회계개혁 5년 후. 축소-존치 의견 팽팽…비용부담 vs 투자자 보호

[사진=감사인연합회]
▲ [사진=감사인연합회]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금융위원회가 대우조선 사태의 유산인 회계개혁제도에 대해 비용부담이 크다는 기업계의 요구를 수용해 제도 전반을 점검하는 가운데, 회계학계와 감사인 측에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 존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올렸다.

 

지난 2일 한국감사인연합회가 개최한 ‘최근 외부감사제도 개혁의 성과와 과제’ 포럼.

 

이날 발제자로 나온 손혁 계명대 교수는 대우조선 사태에 대한 처방으로 외부감사 개혁이 도입됐지만, 현 정부 출범 후 회계개혁을 무력화 시킬 것으로 우려되는 조치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회계감사는 주식회사의 의무다. 주식회사는 주식 발행 또는 채권 발행을 통해 외부로부터 투자금을 받는 대신 회사의 실적과 자본부채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신용을 기반으로 한 자유시장경제주의에서 외부감사인을 통해 제대로 된 회계감사 인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주식회사로서 기본 자격이 없고, 회계감사 인증은 상장사의 의무다.

 

하지만 국내에선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사실상 형식적인 감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왔고, 매년 기업 회계사기 사건이 끊이질 않다가 결국 대우조선 회계사기 사건이 터졌다.

 

대우조선은 2006년부터 10여년간 5조원의 실적 및 부채를 조작했다. 투자자와 채권자, 협력사와 근로자, 대우조선에 기대어 사는 지역사회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

 

2017년 국회는 기업들의 회계감사인 선임 영향권을 부분적으로 제한해 6년 주기로 3년간은 회계감사인을 정부가 지정하도록 했다.

 

또 기업이 비용 문제로 날림 감사를 야기하지 않도록 표준감사시간제를 도입하고, 회사가 회계사기를 치지 못하도록 기업 내부에 독립적인 회계관리 조직을 두도록 했다.

 

하지만 현재 금융위원회는 ‘회계 개혁 평가·개선 추진단’을 발족, 회계개혁 조치들을 전면 점검해 필요한 부분은 축소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유는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다.

 

기업들은 굳이 회계개혁을 안 해도 한국 기업회계가 믿을 만하다는 전제를 두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 사태와 같은 초대형 회계사기가 끊임없이 발생돼 사회적 비용이 막대하게 소진돼 왔다. 회계개혁 이후에도 오스템임플란트나 우리은행과 같은 횡령사건이 터졌는데 두 사건 모두 재량이 집중된 담당자의 부정을 회사 내부관리 시스템이 못 잡아 냈다.

 

이는 회사 내부통제 시스템이 문제가 많다는 뜻으로 해외에서도 한국기업의 회계부정은 알아주는 수준이다.

 

회계투명성은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의 인식조사에서 늘 최하위에 머물렀었고, 회계개혁법이 가동하면서 잠깐 중위권까지 상승했으나 오스템 사건으로 다시 주저앉았다.

 

 

◇ 기업 부담 vs 투자자 보호 ‘팽팽’

 

2일 포럼에서 돈 문제를 말하는 기업계와 투자자 보호를 말하는 회계감사인간 입장은 팽팽했다.

 

맹진규 KB금융지주 감사총괄 전무는 정부 지정제의 일괄 적용은 선량한 기업들에게 부담만 전가한다며, 문제 있는 기업에 대해서만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 또, 표준감사시간을 축소해 비용도 낮출 것을 요구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 본부장도 회계 개혁 조치가 부작용만 크고 효과는 불확실하다며 표준감사시간제도의 축소를 요구했다.

 

추문갑 중소중앙회 정책본부 본부장은 역시 비용부담을 이유로 정부 지정제를 폐지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인들은 회계감사 법이 제정된 건 2017년이지만, 시행된 건 2~3년 정도밖에 되지 않기에 당장 방향을 바꾸는 것은 합당하지 않고, 대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도 보완을 제시했다.

 

박언용 안진회계 품질관리실장은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제도 유지가 필요하나, 비용 문제에 대해서는 회계감사인들 역시 산정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해 사회적 동의를 구할 것을 제안했다.

 

최종만 신한회계법인 대표는 정부 지정제 이전 기업과 회계감사인간 유착 효과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실력 있는 중견 회계법인에게 대형 상장사 업무를 맡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조남석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정부 지정감사를 맡을 회계법인의 풀을 늘려야 한다며, 일반회계법인의 정부 지정 소외현상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병연 한국경제 논설위원은 회계사회는 내년 확대 시행될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따라 코스닥 기업과 외부감사인간 관계를 잘 조정해야 한다며 아파트 등 공동주택 등에도 지정감사를 도입, 준공영제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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