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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두개의 국세청, ① ‘역대 최하급’ 9급 세무직 일반 지원율…발칵 뒤집힌 내부

선택과목제 변경 전후로 뚝 떨어진 지원율
안에서 썩으니 바깥에도 영향 없겠나
불만에서 불안으로 바뀐 모순

 

◇ 언젠간 이럴 줄 알았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올해 9급 국가공무원 세무직 일반 지원율이 10년 새 역대 최하로 나타났다. 통계 직렬을 제외하면 꼴찌 수준이다.

 

인사혁신처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가공무원 세무직 일반 지원율은 7.8%로 지난해에 비해 2.5%p 낮아졌다. 이보다 더 낮은 직렬은 통계 직렬(6.4%)뿐이며, 교정직(남: 8.4%, 여: 12.1%)보다도 경쟁률이 낮았다. 관세 직렬은 15.0%였다.

 

올해 전체 9급 공무원 지원율이 낮아지긴 했지만, 세무직 지원율의 하락 속도는 유독 가파르다.

 

세무직 지원율은 2015년 30.5%, 2016년 30.5%, 2017년 26.9%, 2018년 33.4%를 유지하다가 2019년 22.6%, 2020년 24.7%, 2021년 17.7%, 2022년 10.3%, 2023년 10.3%, 2024년 7.8%로 거의 6년째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국세청 내 사람들 사이에선 대번에 실소가 터져나왔다. 지난해 말엽 국세청 허리를 담당하는 팀장급(사무관) 인재들이 대거 퇴사해 최근 개업 소식을 알리던 상황이었다. 한 비고시 출신 전직 고위직은 이렇게 심경을 전하기도 했다.

 

“한창때 핵심 업무를 하는 사람들인데…. 에이스라고 알려진 사람들이 이렇게 내몰리듯 사회로 나오는 게 안타깝다.”

 

승진은 특정 임용군이 싹쓸이하고, 보수는 일반행정과 큰 차이가 없고, 조직문화는 후진국형 위계 서열인 반면, 업무 강도는 높고, 내부 경쟁이 치열해 좋은 곳만 있다면 나가는 것이 합리적이란 말이 쏜살같이 튀어나온다. 안이 이 모양인데 신입 지원율이 늘어날 리가 있겠느냐는 말은 덤이다.

 

◇ 원 궤도로 돌아가는 9급 세무직 지원율

 

9급 세무직 응시자들은 다른 이유로 들끓고 있다. 경쟁률 7.8%도 덜 빠졌다는 주장이다.

 

냉정하게 보면, 구조적으로 세무직은 경쟁률을 높이기가 어려운 직렬이다.

 

올해 행정직군 전체 선발 예정 인원은 4091명인데 경쟁률이 높기로 유명한 전국 일반행정은 일반 전형기준 344명(경쟁률 77.6%)을 뽑는다. 지역 일반은 159명(48.0%), 교육행정은 50명(211.4%)이다. 반면 세무직은 1023명으로 전체 4분의 1이나 된다.

 

게다가 공시생 상당수는 과목이 겹치는 직렬을 여럿 걸쳐서 시험을 보고, 이것이 경쟁률을 높이는 주요인이 된다. 그런데 세무직은 그렇게 하기가 어렵다. 2022년부터 선택과목이었던 세법과 회계가 필수과목이 됐기 때문이다.

 

2021년까지 공시생들은 각자의 지형(선택과목)에서 자신의 특화기량(표준점수)으로 싸웠지만, 2022년부터는 5과목 모두 500점 만점 원점수로 치고받아야 하는 맞대결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경쟁률은 2022년 10.3%, 2023년 10.3%, 2024년 7.8%로 썰물 빠지듯 줄었다.

 

필수과목 개편은 단순히 2022년 경쟁률에만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없다. 시험 전략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2022년 이전 선택과목제에서는 한국사, 국어, 영어가 필수였고, 선택이 행정학 개론, 사회, 수학, 과학, 세법, 회계학이었다. 필수까지는 원점수 300점 만점이 됐지만, 선택은 과목별 난이도 편차를 조정해야 하기에 선택과목은 표준점수제였다.

 

선택과목 폐지는 2019년 6월 공식화됐는데, 공교롭게도 이때를 기점으로 경쟁률은 추락했다.

 

선택과목제에서의 경쟁률은 2015년 30.5%, 2016년 30.5%, 2017년 26.9%, 2018년 33.4%로 대개로 30%대를 유지했지만, 선택과목제 폐지 발표가 있었던 이후부터 경쟁률이 2019년 22.6%, 2020년 24.7%, 2021년 17.7% 등 뚜렷하게 내림세를 그렸다.

 

학원가에서는 이제야말로 세무직을 선택해야 할 때라고 선전했지만, 공시생들은 2020년이 선택과목제 끝물이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그들은 시험에 최소 2년을 베팅해야 한다.

 

일각에서 문제라고 하는 9급 합격컷은 큰 변동이라고 하기 어렵다.

 

선택과목제 이전이라도 세무직은 전문 직렬에 속하며, 연도별 전국 행정직렬 합격컷과 비교하면 세무직의 합격컷은 늘 까다로웠다.

 

 

원래 세법과 회계는 자신이 있는 전공자들 정도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세법‧회계학 전공자들은 실제로는 5‧7급을 공부하거나 아니면 회계사나 세무사를 노리는 등 여러 선택지를 고민하기가 쉽다. 합격해도 다른 곳으로 가거나, 합격한 후 이직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전직 A 국세공무원교육원 고위직은 나갈 것을 감수하고 뽑으며, 그렇기에 세무직 신입 선발이 많다고도 말했다.

 

◇ 불만은 이제 불안이 됐다

 

전에 비해 9급 세무직 인기가 떨어지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택과목 폐지 영향은 뚜렷했다. 여러 직렬을 함께 시험 보는 양다리들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9급 지원율 하락과 둘러싼 국세청 여론은 험악하다. 정확히는 9급 지원율 하락을 빌미로 내부 모순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국세청 내에서는 늘 하위직 차별 및 승진적체, 5급 내에서도 계보‧성별‧학벌‧출신‧직렬 등 온갖 차별이 거론됐다.

 

물론 불만 없는 조직은 없다. 그러나 최근의 이것은 술김에 터트리는 불만이 아니라 커피 마신 후 돌연 드는 불안감처럼 스산한 분위기를 조직 내 퍼트리고 있다. 마치 직장스트레스가 우울증 초기로 이동하는 것과 유사하다.

 

국세청 하위직에게 미래는 불투명하다.

 

사관학교처럼 세무직 전용으로 벼려낸 세무대학 출신들은 그나마 형편이 조금 낫다.

 

9급 공채는 말할 것이 없고, 헌법과 경제학 등을 추가로 공부하고 들어온 7급 공채들은 고급 간부 승진의 길에서 점점 멀어진다.

 

지난해 11월 서기관 승진자 가운데 7급 공채 비중은 22.2%, 9급 공채는 아예 없었다. 아예 지방국세청-본부청 근무를 상정하고 뽑아낸 세무대학과 달리 9급 공채는 상당수가 세무서에 배치될 수밖에 없고, 7급 공채는 준 관리자로 들어오긴 했지만, 실무(8급 특채‧9급 공채) 와 기획(5급 행시 출신) 어딘가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하는 형국이다.

 

9급은 7급보다 더 깜깜하다. 9급이 세무서장이라도 해보려면 9급에서 4~5년 내 8급 승진해야 하며, 이후 지방국세청에 들어가 4~5년 내 7급을 달아야 한다. 7급에서 다시 6급을 달려면 우선 세무서로 나와 2년을 지낸 후 다시 본부와 지방국세청으로 들어가 4~5년을 지내야 하며, 6급이 된 후에는 다시 세무서로 나와 2년을 지낸 후 본부와 지방국세청에서 4~5년 내 승진해서 5급 승진 후보가 되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여기까지 걸리는 시간만도 18~20년 정도인데 사무관에서 서기관으로 가려면 또 세무서 2년, 본부와 지방국세청에서 4~5년을 지내고, 복수직 서기관에서 약 1~2년을 지내야 초임 서장을 받는데, 그러면 대략 24~27년이 지난 후다.

 

25살 9급이 초고속으로 승진했을 때 받을 수 있는 현실적인 나이는 세무서장을 만 50~52세인데 당연히 이런 초고속 승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9급으로 들어와 육아휴직계를 내고 7급 공채 합격을 노리는 게 훨씬 현실적이다.

 

세무대학을 나온 8급 특채들도 갑갑하긴 마찬가지다. 사무관 이상을 바라보는 세무대 출신이라면 위에서 나열한 초고속 승진 경로를 택한다. 물론 택한다고 해서 승진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임용구분별 승진대상자 대비 승진율을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승진길을 걸으려면 그만큼 개인의 삶을 내놓아야 하며, 눈치까지 보면서 초과근무를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그 길이 막혔다. 최근 행시 출신들이 주요 보직을 점유하면서 고속 승진을 위한 경로가 끊긴 것이다. 우회로로 갈 때마다 1년, 2년의 세월이 추가로 걸린다. 애써 사무관 승진해도 서기관 승진할 일이 없을 수 있고, 서기관을 승진해도 세무서장 달 일도 없을 수도 있다. 상향 욕구가 높은 엘리트일수록 계산이 빠르기 마련이다. 지난해 사무관들의 대량 퇴직을 단순한 불만 표시로 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행시들 내 차별도 살벌하다. 어느 나라나 엘리트들은 아주 작은 차이 하나로 아주 큰 차별을 만드는 것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확보해왔다. 그리고 그 차이 하나 뛰어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원을 요구해왔다. 지역이나 학벌 같은 상수로 아예 발목을 잡아 버린다. 국세청은 지금 권력의 고착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도대체 국세청에서는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조세금융신문에서는 이 주제로 오랫동안 여러 목소리를 취합해왔다. 그중 가장 따끔한 말은 아래의 말이었다.

 

“국세청은 다같은 국세청이 아니다. 같았던 적도 없었다.”

(모 전직 국세청 직원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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