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10 (목)

  • 구름많음동두천 27.7℃
기상청 제공

문화

[詩가 있는 아침]여승(女僧)

시인 백석, 낭송 이혜선, 영상 개울

 

여승(女僧)_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 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시인] 백 석

본명은 백기행(白夔行), 필명은 백석(白石)
1912년 평안북도 정주 출생(1996년 사망)
방언을 즐겨 쓰면서도 모더니즘을 발전적으로 수용한 시들을 발표
《통영》 《고향》 《북방에서》 《적막강산》 등을 발표
193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그 모(母)와 아들’로 문학활동 시작
시집 『사슴』 등


[詩 감상] 양 현 근

  일제 강점기 여승이 된 슬픈 여인(민중)의 아픔이 배어있는 시다. 평안도 어느 깊은 산 작은 금광(금점판)에서 옥수수를 팔던 여인이 여승이 될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 가슴 아프게 다가 온다. 돈 벌러 나가서 십여 년 넘게 돌아오지 않는 남편, 어린 딸 아이는 배고프다고 보채고, 옥수수라도 팔아 생계를 유지하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배고픈 딸 아이를 때리면서 가을바람처럼 서글프게 우는 여인의 모습을 상상하니 괜히 눈물이 난다. 식민지시대 조선의 민중들 삶이 그러했을 터이다. 그렇게 배고프다고 울던 딸아이는 홀로 차가운 돌무덤에 묻혀 있고, 지금도 돌무덤 주변에는 엄마가 보고 싶은 딸아이가 도라지꽃으로 하얗게 흐드러져 있다. 

 

[낭송가] 이 혜 선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현재 미국 버지니아에 거주
뷰티 서플라이 스토어 운영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김우일의 세상 돋보기] 격동과 혼동을 이기는, 통통정정기기직직학학(統統政政企企職職學學)
(조세금융신문=김우일 대우M&A 대표) 작년 12월에 느닷없이 터진 비상계엄, 그리고 탄핵, 대선, 그에 따라 벌어진 국민 간의 분열과 혼란은 그야말로 우리 대한민국을 격동의 아수라장으로 내몰리게 했다. 이 여파로 경제는 곤두박질, 어려워진 민생과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모든 국민들의 마음 속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새까맣게 타고 들었다. 누구를 만나던 정치 얘기 끄집어내면 서로 얼굴을 붉히고 가족 간에도 정치 얘기로 언쟁이 높아지고 사람들 간의 교류가 화기애애보다는 앙앙불락의 분위기가 드세다. 드디어 새로운 정치권력을 선택하기 위한 대선의 여정이 바야흐로 끝나 엄정한 국민들의 선택에 따라 새정부가 들어섰다. 새정부의 과제는 무엇일까? 독립투사인 김구 선생은 평소 얘기한 나의 소원으로 첫째 독립, 둘째도 독립, 셋째도 완전한 독립이라 천명했다. 이 시국에 우리 국민들의 소원도 첫째 민생, 둘째도 민생, 셋째도 안정된 민생이라 천명하고 싶을 정도로 국민들 개개인의 생활안전과 소득이 대내외적의 변수로 인해 앞날을 가름하길 힘들 정도로 암울하다. 온갖 학자와 정치가들이 짖어대는 경제회복의 전략을 보면 하늘의 뜬구름 잡는 미사여구의 입방아에 불과하다. 필자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