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썹의 서(書) _조경희
골짜기에 잠들었던
전설 같은 바람이 개울로 내려오면
생각에 잠겼던
늙은 왕버들이 붓을 드네
투명한 물에
흘림체로 쓰면
눈 맑은 송사리며 피라미가 읽기도 하고
조무래기 참새들 시끄럽게 지저귀다 가기도 하네
뿌리로부터 길어 올린
웅숭깊은 숨결이 가지마다 흐르네
넓은 품에 기대어 잠자는 영혼을
가만, 가만히 흔들어 깨우는
푸른 눈썹의 서(書)
천 개의 바람이 필사하네
별들도 푸르게 읽다
바람마저 잦아드는 미명
고요히 어둠을 씻어내며
안 개 속을 거니네
[시인] 조 경 희
충북 음성 출생
2007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단
시마을동인
시집 『푸른 눈썹의 서(書)』
[시감상] 양 현 근
봄이 되면 강가를 파랗게 수놓는 수양버들의
찬란한 희망가를 들을 수 있다.
바람따라 흘림체도 되었다가 때로 필기체로 갈겨대는
그 푸른 연서를 어찌 다 읽을 수 있을까
겨우내 움추렸던 실가지며 연두색 이파리들이
바람따라 이리저리 출렁거리는 모습이 환희의 춤을 추는 듯 하다
그 푸른 눈썹이 그려내는 아름다운 연서를
눈보다 마음이 먼저 필사하고 있다.
[낭송가] 향 일 화
시마을 낭송협회 고문
《시와표현》 시부문 등단
빛고을 전국시낭송대회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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