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_문인수
그의 상가엘 다녀왔습니다.
환갑을 지난 그가 아흔이 넘은 그의 아버지를 안고 오줌을 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의 여러 요긴한 동작들이 노구를 떠났으므로, 하지만 정신은 아직 초롱 같았으므로 노인께서 참 난감해 하실까봐 "아버지, 쉬, 쉬이, 어이쿠, 어이쿠, 시원허시것다아" 농하듯 어리광부리듯 그렇게 오줌을 뉘였다고 합니다.
온 몸, 온 몸으로 사무쳐 들어가듯 아, 몸 갚아드리듯 그렇게 그가 아버지를 안고 있을 때 노인은 또 얼마나 더 작게, 더 가볍게 몸 움츠리려 애썼을까요. 툭, 툭, 끊기는 오줌발, 그러나 그 길고 긴 뜨신 끈, 아들은 자꾸 안타까이 땅에 붙들어매려 했을 것이고 아버지는 이제 힘겹게 마저 풀고 있었겠지요. 쉬,
쉬! 우주가 참 조용하였겠습니다.
[시인] 문 인 수
1945년 경북 성주 출생
1985년 《심상》으로 등단
제14회 대구문학상, 제11회 김달진문학상, 제3회 노작문학상 수상
시집 『늪이 늪에 젖듯이』 『세상 모든 길은 집으로 간다』 『뿔』
『홰치는 산』 『동강의 높은 새』 『쉬』 『배꼽』 등
[감상] 양 현 근
‘쉬’는 다의적 의미로 읽힌다. 생리적 현상으로서의 ‘쉬’와
소멸이라는 의미의 ‘쉬’로 치환된다.
가벼워진 아버지를 들쳐 메고, 꺼져가는 생의 뜨거운 끈을
붙들어 매려는 안타까운 아들의 마음과, 난감함으로 움츠려드는
아비의 마음이 ‘쉬’라는 한 문장에 다 녹아 있다.
그 거룩한 순간, 온 우주마저 참으로 조용하였으리
쉬! (양현근/시인)
[시낭송] 최 경 애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계간 《힐링문화》 편집국장
cwn-tv "시와 함께하는 문학이야기"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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