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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詩가 있는 아침]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시인 이원규, 낭송가 최현숙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원규(낭송 최현숙)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 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

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

벌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 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 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시인 이원규]

1962년 경북 문경 출생

계명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1984년 《월간문학》과 1989년 《실천문학》으로 등단

시집 『빨치산 편지』 『지푸라기로 다가와 어느덧 섬이 된 그대에게』

『돌아보면 그가 있다』『옛 애인의 집』『강물도 목이 마르다』

산문집 『벙어리 달빛』

제16회 신동엽창작상, 제2회 평화인권문학상 수상

 

[詩 감상 양현근]

이 시는 지리산 환경운동가이기도 한 이원규(1962~)이 지리10경을 노래한 작품이다. 지리산의 웅대하고 섬세함, 그리고 자연에 대한 존경심이 물씬 우러나는 작품이다. 등산가들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면서 이원규 시인의 대표작품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어쩌면 시인은 자연을 보호하려거든 차라리 자연에 대한 인간들의 무지한 관심을 끊어라고 얘기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인간들이여, 지리산을 진정 사랑하거든, 지리산에 오지 말고 그저 마음 속으로 사랑하라. 지리산은 지리산이라는 지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 마음 속에 존재하는 영원한 어머니 같은 지명일지도 모르므로.

 

[낭송가 최현숙]

시마을 낭송작가협회 회원

한국시예술문화연구회장

공감시낭송아카데미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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