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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문가칼럼]취업규칙과 근로계약 간 유리성의 원칙 적용 여부

 

(조세금융신문=백정숙 노무사) 최근 대법원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적법하게 받아서 변경된 취업규칙이 기존의 개별 근로계약에 비해서 불리하다면 근로자의 개별적인 동의를 받지 않는 이상 취업규칙의 적용이 배제되고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대법원 2019.11.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위 대법원 판결(이하부터 ‘대상판결’이라고 한다)은 사실상 집단적 의사에 의해서 적법하게 변경된 취업규칙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근로자의 개별적인 동의가 요구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대상판결을 소재로 취업규칙과 근로계약이 규율하는 근로조건의 의미와 두 규범 간의 관계 해결의 실마리가 되는 ‘유리성의 원칙’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취업규칙과 집단적 규범

 

‘취업규칙’(rules of employment)이란 각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준수해야 하는 취업상의 규율과 직장질서 및 근로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정한 규칙을 말합니다.

 

취업규칙은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작성하는 규범이지만, 근로조건을 통일적·획일적·공통적으로 규정하는 특성을 가지므로 취업규칙을 작성 또는 변경하는 경우에는 근로자 집단의 의견 또는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94조).

 

이러한 규정은 집단적 규범의 결정을 근로자 집단의 의사에 따라 결정하게 하려는 취지로 근로자의 개별적인 의사를 근로자 집단의 의사로 대체하려는 의미가 있습니다. 즉, 집단적규범인 취업규칙의 작성 및 변경 시에 근로자 집단의 의견 등을 얻었다면 근로자의 개별적인 의사와 상관없이 취업규칙이 적용됩니다.

 

근로계약과 개별적 규범

 

반면, 근로계약은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이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으로써 개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규율하는 특성을 가집니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4호 참조).

 

근로기준법 제4조에 따르면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서 결정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근로계약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로는 부족하며, 근로자의 개별적인 동의가 요구됩니다.

 

취업규칙과 타 규범과의 관계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나서는 아니되며(근로기준법 제96조 제1항),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정한 근로계약은 그 부분에 관하여는 무효로 합니다. 이 경우 무효로 된 부분은 취업규칙에 정한 기준에 따릅니다(같은 법 제97조).

 

규범체계는 상대적으로 상위규범과 하위규범이 존재하며, 하위규범은 상위규범에 반(反)할 수 없습니다. 취업규칙은 근로기준법 규정에 따르면 법령이나 단체협약보다는 하위규범이며, 근로계약보다는 상위규범에 해당합니다. 즉, 규범체계 안에서 근로계약은 취업규칙의 규율을 받습니다.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간 유리의 원칙 인정 여부

 

취업규칙은 아니지만, 단체협약과 관련하여 일찍이 독일에서는 1918년 단체협약법 이래로 협약상의 근로조건은 최저기준에 지나지 않으므로, 이 기준을 상회하는 근로계약상의 규정을 인정해오고 있습니다. 이를 ‘유리성의 원칙’이라고 하는데, ‘유리성의 원칙’이란 상위규범보다 유리한 하위규범의 효력을 인정하는 원칙을 의미합니다.

 

취업규칙을 불이익하게 변경하여 기존의 근로계약이 취업규칙의 내용보다 유리한 경우에 이러한 ‘유리성의 원칙’의 인정 여부가 문제가 됩니다. 왜냐하면, 근로기준법 제97조에서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근로조건에 미달하는 근로계약을 무효’로 하고 ‘그 무효로 된 부분을 취업규칙에 의해서 규율’하게 할 뿐, 유리성의 원칙을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97조의 내용이 취업규칙과 근로계약 간의 ‘유리성의 원칙’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 가능한지에 대해서 논란이 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대상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97조는 개별적 노사 간의 합의라는 형식을 빌려 근로자로 하여금 취업규칙이 정한 기준에 미달하는 근로조건을 감수하도록 하는 것을 막아 종속적 지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한 다음,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여 근로기준법 제97조를 반대해석하면,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보다 유리한 근로조건을 정한 개별 근로계약 부분은 유효하고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준에 우선하여 적용된다”라고 하여 취업규칙과 근로계약간에 사실상 유리의 원칙을 인정하는 해석을 하였습니다.

 

결론 및 제언

 

취업규칙에서 규정하는 근로조건 모두를 근로계약으로 규정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취업규칙 규정 중 근로계약에서 규정되지 않은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 두 규범 사이의 우선적용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취업규칙의 내용을 근로계약에 반영한 경우에는 향후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 시 두 규범 간의 우선 적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주의하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취업규칙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기존의 근로계약의 내용이 취업규칙에 비해서 유리하다면 대상 판결에 따라 두 규범 사이에 ‘유리의 원칙’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즉, 취업규칙을 적법하게 불이익 변경하여도 개별 근로자의 동의 없이는 취업규칙의 적용이 배제되고 개별 근로계약이 우선 적용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집단적으로 규율할 내용은 취업규칙에 규정하고 개별 근로계약에는 개별적으로 규율할 내용만을 규정하는 것이 이러한 문제의 발생을 방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프로필] 백정숙 노무법인 이산 부대표/공인노무사

• 지방공기업평가원 평가위원

• 여성가족부 가족친화인증 심사위원

• 가족친화지원센터 컨설턴트

• 성균관대학교 법학학사/ 고려대학교 사회법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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