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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보훈부, 국가유공자 독도 뱃삯 지원 끊고…의료‧복지예산도 '싹둑'

울릉-독도 4개 선사 가운데 1곳 잘라, 이용객 몰리면 유공자 할인 못 받아
교통지원 예산 67억8200만원 삭감, 교육홍보예산은 166억 증액내년 진료비 지원도 삭감 예정…국가유공자 뱃삯 끊듯 위탁병원 지원 끊나

박민식 보훈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 박민식 보훈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국가보훈부가 국가유공자 울릉도에서 독도로 가는 4개 선사 중 한 곳의 지원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울릉도에서 출발하는 독도 여객선에 대해 국가유공자 뱃삯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현재는 국가유공자 지원을 받으려면 다른 배를 타야 한다.

 

이용객이 몰리면 왕복 6~7만원의 국가유공자 혜택이 사라진다.

 

이유는 예산 부족이었다.

 

 

모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B사의 울릉-독도 선박 내 안내판. 해당 선박은 지난해까지 국가유공자 지원금을 받고 있었다가 선사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지원이 끊겼다. [사진=모 커뮤니티]
▲ 모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는 B사의 울릉-독도 선박 내 안내판. 해당 선박은 지난해까지 국가유공자 지원금을 받고 있었다가 선사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지원이 끊겼다. [사진=모 커뮤니티]

 

◇ 유공자 할인받고 싶으면, 다른 배 타라는 보훈부…배 없으면?

 

지난해까지 A사 울릉-독도 선박 ‘갑’호는 국가유공자 지원금을 받았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갑’호의 선사가 B사로 바뀌면서 B사는 ‘갑’호에 대한 기존 국가유공자 지원금을 이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정부는 해당 배편에 이어오던 지원을 끊었다.

 

이미 다른 선사 세 곳의 배편을 지원하고 있으니 굳이 새롭게 B사의 배를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보훈부의 해명은 합리적이지 않다.

 

해운사 이름만 바뀌었다 뿐이지 ‘갑’호는 기존의 선박, 노선, 운영 인력을 그대로 유지했다.

 

새 회사도 이름만 새 회사일 뿐, 이미 경상도 쪽 항구와 울릉도 노선을 운항 중이었고, 이 노선에 대해선 국가유공자 지원 협약을 맺고 있었다.

 

보훈부는 네 곳 중 하나 없어진 정도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용자가 몰리게 되면 기껏 울릉도를 찾았어도 배가 없어 국가유공자 할인 혜택을 못 받을 수 있다.

 

국가유공자에게 울릉-독도 50~100% 뱃삯 할인은 적지 않은 혜택이다.

 

뱃삯만 편도 6~7만원의 고가다.

 

박민식 장관의 현충원 방문록 기록 [사진=연합뉴스]
▲ 박민식 장관의 현충원 방문록 기록 [사진=연합뉴스]

 

 

◇ 보훈행사‧교육 예산은 쑥

피부에 닿는 의료 예산은 싹둑

 

보훈부는 예산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예산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

 

울릉-독도를 운항하는 배 중 국가유공자 할인 여객선을 줄이면, 할인 여객선을 이용하지 못한 국가유공자는 울며겨자먹기로 비할인 여객선을 써야 한다.

 

혜택받을 문을 좁힐 것. 정부가 복지 혜택을 줄일 때 쓰는 단골 수법이다.

 

올해와 내년 예산안을 보면 재량지출 영역에서 국가유공자 혜택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보훈부 ‘2023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사업설명자료’.

 

2022년 예산안은 문재인 정부 보훈처가 짠 예산이지만, 2023년 예산안은 온전히 윤석열 정부 보훈부가 짠 예산이다.

 

현 정부는 2023년 보훈부 예산을 짜면서 보훈교육 예산 증액에 힘을 주었다.

 

보훈교육 및 교육시설(보훈정신계승발전) 140억8400만원.

야외보훈교육(국내외 사적지탐방) 18억3400만원.

보훈기념행사 6억500만원.

 

하지만 몸에 닿는 의료 예산 가운데 고엽재 검진은 –3억2600만원, 간호수당은 –3억6700만원 깎았다.

 

특히 교통시설이용지원에서 –67억8200만원이나 깎였다.

 

국가유공자 해운 운임 지원은 올해 예산이 겨우 8300만원에 불과하다. 2012년만해도 2억1600만원에 달했다. 울릉-독도 노선이 여기 끼어 있다.

 

해운 교통비 지원은 코로나 19로 크게 위축됐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방역을 해제해 이용실적이 늘어날 가능성이 컸다.

 

내년 예산을 보면 더욱 암울하다.

 

보훈부가 8월 29일 배포한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는 일류보훈 구현 - 국가보훈부, 2024년 예산안 6조 3948억원 편성’ 자료.

 

[자료=보훈부]
▲ [자료=보훈부]

 

보훈부는 예산 가운데 가장 큰 영역인 보상금을 5년 연속 5% 이상 올렸다고 자랑했다.

 

보상비 예산은 물가상승률에 연동한 의무성 지출이다.

 

어느 정부가 되든 물가상승률 정도 올리게 되어 있다.

 

2022년 물가상승률(5.1%), 2023년 예상 물가상승률(3.4%, OECD 전망)을 감안하면, 자랑할 거리는 아니다. 현상 유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반면 2024년 의료복지 예산은 –244억원이나 깎였다.

 

올하 보훈병원 시설 증축 사업이 종료됐다고 변명할 수는 있겠으나, 치과병원(119억8500만원, 대전보훈병원 리모델링(19억2200만원), 대구보훈시설 정비(25억1500만원) 등 합쳐봐야 164억2200만원이다.

 

나머지 –80억원은 어디선가 추가로 잘라야 한다.

 

2024년 보훈부가 –80억원을 추가로 깎으려면 울릉-독도 운항을 하나 줄이듯 위탁병원 진료비 지원을 끊는 수밖에 없다.

 

국가유공자는 보훈병원에서 진료비 지원을 받는데, 보훈병원에 평소 환자가 많기에 급한 환자는 위탁병원으로 가야 한다.

 

보훈병원 쪽은 예산을 깎을 수 없으니 위탁병원을 끊어서 예산을 삭감하는 식이다.

 

“(보훈부 관계자) 저희가 한 해만 보고 예산을 늘리고, 줄이는 건 아니고 몇 년간 실적을 보고….”

 

교통비, 진료비 해결 방법은 간단하다.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박민식 보훈부 장관.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국가유공자 교통비를 삭감했고, 2024년 진료비 삭감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대통령실]
▲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박민식 보훈부 장관. 윤석열 정부는 2023년 국가유공자 교통비를 삭감했고, 2024년 진료비 삭감을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대통령실]

 

올해 올린 교육홍보예산 166억원을 깎아서 교통비, 진료비를 지원하면 깎은 예산을 복구하고도 십수억원이 남는다.

 

교육홍보도 중요하지만, 상식선에서는 국가유공자 몸에 닿는 교통비, 진료비가 더 값지다고 판단된다.

 

보훈부는 이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보훈부 관계자) 위탁병원 진료비 관련해서 저희가 말씀드릴 것이 없습니다. 예산안 확정이 안 돼서….”

 

현 정부 국가유공자 예산의 현 주소는 복지삭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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