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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정부 감세, 기재부 –4.4조 vs 나라살림硏 –18.4조…누가 엉터리인가

기재부, 순액법 사용해 실제 세수 증감 효과 축소
예산 짤 때는 좋으나, 총 수익‧손실 표시는 못 해
세금 신고도 총액법 아닌 순액법 쓰면 위법
윤석열 정부, 부자감세 피하려 중산층 기준 제멋대로 상향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발표한 2024 세법개정안 감세 효과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민간 연구소 간 의견이 엇갈렸다.

 

기재부는 2024년 정부 세법개정안이 국회 통과 시 순액법에 따라 2029년까지 5년간 –4.4조 감세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민간전문기관인 나라살림연구소는 총액법에 따라 5년간 -18.4조 감세라고 반박한다.

둘의 차이는 간단하다. 아래 표를 보자.

 

 

순액법은 시간상 신규 변화량을 관측하며, 종국적으로는 한계 변화량을 집계한다. 위의 표로는 짙은 네모 칸이다. 예를 들어 2025년에 100억을 벌었고, 2026년에 120억을 벌었다면 2026년 순액법상 관측값은 20억원이다. 전년도 이미 달성한 빗금 친 네모 칸은 새로운 변화량이 아니기에 집계에 포함하지 않는다.

 

총액법은 저 모든 막대 길이를 더한 값이다. 총액법은 2024년도 변화로 인해 발생한 모든 변화량을 집계하기에 짙은 네모 칸과 빗금 친 네모 칸 모두를 더한다.

 

순액법과 총액법은 둘 다 의미가 있다.

 

순액법은 기업으로 치면 신상품의 수명 변화, 정부로 치면 신상 세법의 효과를 관측한다.

 

기업 기획부서에서 쓸만한 방법인데, 순액법을 쓰면 신상품이 언제까지, 얼마나 굴러갈지 판단하기가 좋다. 매출원가를 제거해 최종 순이익만 뽑아내기 때문이다. 마이너스로 변화량이 떨어지면 0이 되기 전에 기존 신상품을 털어내고, 새로운 신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정부의 신상 세법 기획부서다.

 

반면, 기업 재무실이나 기업공시 쪽에선 총액법을 쓴다.

순액법은 중간을 요약하고, 시간에 따른 순수 변화량만을 측정한다. 한계 변화량을 관측하기에는 좋지만, 사업 전반적인 움직임을 알 수 없다. 대신 총액법은 변화와 관련된 변인들을 모두 나열한다.

 

기업 재무실이나 투자자 입장에서 순액법만 보고 움직이라는 건 두 눈 감고 지뢰밭을 헤쳐 나가라는 것과 같다.

 

예컨대 재무팀이 은행에서 돈을 빌릴 때 ‘우리 제품은 순이익 3000억짜리 상품이에요’라고 한 마디하는 것보다 ‘우리 제품은 매출 10조원입니다. 국내 시장 점유율 80%이고요, 유망 해외 시장에 2000억 투자를 하고도 3000억 순이익이 남아요’라고 말하는 게 월등히 낫다.

 

세금도 마찬가지인데 법인세 등 세금 신고도 총액법이 원칙이다.

 

◇ 세금에 매출원가가 있나

 

2024년 세법개정에 따른 세금 수입 변화를 순액법과 총액법(누적법)으로 뽑으면 아래와 같다.

 

 

누구나 쉽게 순액법 세수 효과를 총액법으로 바꿀 수 있는데, 상속증여세의 경우 순액법상으로 2025년 –2조 4199억원이 났고, 2026년 –1조 6366억원이 난다.

 

이를 총액법식 설명으로 바꾸면, 2026년엔 2025년 발생한 –2조 4199억원에 추가해 –1조 6366억원이 더 늘어났다는 뜻이 된다. 따라서 2026년 총액법상 손실 세수는 –4조 565억원이 된다. 2027년엔 추가 변동이 없으므로 –4조 565억원 감세가 계속 발생한다.

 

이에 따라 기재부는 전체 세수변동에 대해 ‘금년 세법개정에 따른 세수효과는 –4조 3515억원’이라고 발표했다.

 

“향후 5년에 걸쳐 약 4.4조원(–4조 3515억원)의 세수 감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_(24. 7. 22. 2024년 세법개정안 발표문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언론들 역시 정부 세법개정으로 ‘5년 동안’ –4.4조원(–4조 3515억원)의 감세가 발생한다고 줄지어 보도했다.

 

하지만 눈썰미 좋은 사람이라면 이미 알아차렸을 것이다. 이 –4조 3515억원, 총액법상 2029년부터 그 이후 연간 변화량(한계 변화량)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 말이 이해 안 간다면 위의 순액법, 총액법 표에 있는 빨간 색 글자를 각각 비교해보자. 각 항목별 숫자가 정확히 일치할 것이다.

 

따라서 정확하게 말하려면 ‘5년간’ –4조 3515억원이 아니라, 5년 후인 2029년부터 ‘한 해’에 –4.4조원 이상의 감세 효과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게 맞다. 아니면, 최소한 5년간 ‘순변화량 합계’가 –4.4조원이라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5년간 ‘순변화량 합계’도 엄밀한 의미에서 올바르다고 하기 어렵다. 무언가 더하거나 비교를 하려면, 기준점이 하나인 숫자를 써야 한다.

 

통계청 소비자 물가 지수의 경우 특정 기준년도를 기준으로 연도별 변화량을 집계한다. 물가지수는 기준점이 똑같기에 다른 연도의 숫자를 더하거나 빼도 상관이 없다.

 

반면 기재부의 순액법 세수효과는 ‘전년대비 올해는 얼마’ 식으로 매년 기준 시점을 바뀐다. 서로 다른 기준점의 숫자들을 더한 건데 이는 서로 수명이 다른 신상품들을 합산하는 것과 같다. 개별로 말해야 할 걸 다 뭉쳐서 두루뭉술하게 말한 셈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세제실은 교과서적인 정의만 언급하고 있다.

 

“순액법은 향후 시간 제한 없이 발생하는 최종적인 연간 세수효과를 나타내는 것이며, 그 세수효과가 연도별로 순차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해당 연도별(’25, ’26, ’27, ’28, ’29년 이후) 세수효과를 함께 보여주는 것이다.”

 

“세법개정 세수효과의 크기를 비교하려면 순액법은 연간 국세수입과, 누적법은 같은 기간(5년간) 국세수입의 총합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며, 이 경우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유사하다.”

_(2024년 7월 25일 나라살림연구소 브리핑 관련 기획재정부 반박 보도자료)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세수 증감 효과를 총액법으로 설명할 수도 있고, 순액법으로도 설명할 수도 있다”라면서 “순액법을 쓸 것이면, 하나씩만 뽑아서 세법 변경으로 한 해 발생한 금액 변화는 얼마, 이렇게 표현하면 된다. 의문인 점은 각 세금 효과를 합쳐서 –4.4조원이라고 말하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기재부 세제실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긴 하다.

 

세법에서 세금수입을 조절하면 예산 부서에서는 그게 매년 전년 대비 얼마의 효과를 내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내년도 예산을, 그 이후의 예산을 짤 수 있다. 세법개정과 예산안 편성은 항상 움직일 수밖에 없는데, 그러한 측면에서 순액법은 가치 있다. 기재부는 신상 세법 기획부서라는 측면에서 더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주주(국민)에게는 옳은 설명이 아니다.

 

기업에서 순액법을 쓰는 건 매출원가를 제거해 순이익의 수명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그런데 세금에는 원가가 없다. 세금은 그 자체로 순이익(증세)‧순손실(감세)이다. 주주(국민) 입장에선 매년 얼마의 순이익, 순손실이 발생하는지가 중요하다.

 

감세를 하면 감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어떠한 형태로든 부담을 지게 되기에 그러하다. 2024년 100만원 부담하던 돈이 2025년 1000만원이 되고, 2026년에도 1000만원이 된 경우 2026년 추가 부담이 없다고 해서 1000만원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만일 주주들에게 두 명의 재무책임자가 각각 이렇게 보고를 했다고 치자.

 

‘올해 10조가 날아갔고요, 내년에도 12조원이 날아갑니다.’

‘올해 10조 날아갔지만, 내년에는 추가로 2조원 정도만 더 날아갑니다.’

 

둘 중 누가 더 욕먹을 재무책임자인지는 읽은 사람 판단에 맡긴다.

 

◇ 빈틈투성이 세수효과 측정

 

정부가 발표하는 세법 개정 세수효과는 빈틈이 많다.

 

경우에 따라선 근삿값 측정이 어려울 때가 있다. 크게 두 가지가 이유가 있는데 완전히 새로 시행하는 신상 세법에 대해선 증‧감세 효과를 측정할 수 없다.

 

상속세 같은 것은 과거 신고 납부 내역이 있기에, 5년간 평년 수치를 기준으로 잡고, 세율이나 공제를 조정하면 어떻게 변할지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가첨단산업단지 세제 지원 등은 완전히 새로 시행하는 건 이전 세금 신고 납부 내역이 없다. 그러하기에 얼마나 세금이 들어갈지 추정할 수 없다.

 

예를 들어 국가첨단산업단지 세액공제를 신설해 매년 20조원씩 감세 지원을 했다고 치자. 그러다가 법을 바꾸어 2조원 추가 감세를 하면, 새로운 세법개정안에는 연간 22조원 감세가 아니라 시행 첫해 2조원 감세만 잡힌다.

 

두 번째는 조세특례 일몰이 있는데, 세법 중에는 한시법(또는 일몰법)이라고 효력 기간이 2년, 3년 이렇게 한정된 법들이 있다.

 

효과에 따라 몇 년하고 더 하거나, 그만두는 게 원칙이지만, 한번 뿌리면 여기에 결탁한 이권들 때문에 좀처럼 끊지를 못한다.

 

하지만 세수 증감에서 신규 조세특례의 경우 그 시효가 종료되면 더 지원을 안 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 내고 증세로 잡는다.

 

예를 들어 2026년부터 1년에 5000억씩, 2년짜리 신규감세법을 만들면, 순액법상으로는 2026년 첫해 5000억 감세, 2027년 0원 감세, 2028년 5000억 증세, 2029년 이후 0원 감세가 이어진다. 순액법상 신규 조세특례는 이렇게 플러스 마이너스 0원이 만들어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는 종료되는 일이 많지 않다.

 

이 두 가지는 기재부 잘못은 아니다. 이는 누가 해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 두 가지가 세수효과 측정을 교란하는 건 분명하다. 누군가 말해주기 전까지 국민들을 알 방법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알아서 발표하는 일은 없다.

 

◇ 윤석열 정부, 부자감세 비판 피하려고 중산층 기준 조작

 

기재부가 2024년 세법개정 관련하여 벌이는 마지막 꼼수는 세부담 귀착이다.

 

 

상속세는 상위 4~5%가 내는 세금이다. 2019~2023년 사망자 164만명 가운데 4.1%(6.7만명) 정도가 부담했다.

 

순액법 상으로 2024년 대비 2029년 기준 –4.1조원의 손실이 발생하는데, 기재부는 이를 모두 기타에 넣었다.

 

일단 상속증여세를 낼 정도가 되려면 재산이 많아야 하고, 재산 수입도 금액 측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기재부는 이를 일괄 기타 항목에 넣었다. 자산 상위 4~5%를 기타라고 생각할 국민은 없다.

 

중산층 기준도 이상하다.

 

OECD 등 국제 기준에 따르면 중산층의 정의는 중위 소득의 75~200%다. 중위소득이란 전체 100명 가운데 정확히 50번째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기재부는 과거 세법개정안에 중위소득의 150%(1.5배)를 썼었다.

 

중위소득을 잡는 이유는 평균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서다. 한 명이 1000억을 벌고, 다른 아홉명이 1원을 벌면, 완벽한 극빈 양극화 사회다. 하지만 평균 소득으로 집계 기준을 바꾸면 1인당 100억원의 초부자 사회가 된다.

 

평균값은 절대값이기에 이런 상대 비교에는 맞지 않는다. 상대 비교를 하는 통계는 중위값 내지 사분위 값을 넣어서 평균의 함정을 제거한다.

 

하지만 기재부는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022년 세법개정부터 중산층 기준을 중위소득의 150%가 아니라 평균소득의 200%로 올려서 중산층 기준을 대폭 늘렸다.

 

국제 기준에 따라 중산층 기준을 최대로 잡으면, 한국 중산층 상단은 6400만원, 월 530만원이 된다(중위소득 200%, 2022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 출처: 24. 2. 27. 통계청 발표).

 

반면, 기재부 식 한국 중산층 상단은 연봉 8400만원, 월급 700만원까지 올라간다.

 

연봉으로 무려 2000만원 차이가 있으며, 인구 통계로보면 상위 10.3%와 17% 정도 차이다.

 

기재부 측은 이에 대해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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