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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연결원산지증명서와 FTA 직접운송원칙

중간 경유국이 있는 무역에서의 FTA 활용 전략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하여 한국으로 수입 시 인도네시아에서 발급된 C/O를 근거하여 싱가포르에서 발행한 연결원산지증명서(Back-to-Back C/O)로 통과선하증권과 비가공증명서 없이 직접운송 충족이 가능한가요?”

 

RCEP 등과 같이 셋 이상의 국가가 한 개 조약으로 묶인 다국가 사이의 FTA에서 운용되는 ‘연결원산지증명서’에 대해서는 ‘FTA 연결원산지증명서: 글로벌 무역의 핵심 도구1)’의 제목 글에서 이미 다룬 바 있다. 연결원산지증명서는 물품이 중간 경유국을 거쳐 최종 목적지로 갈 때, 최초 수출국에서 발행된 원산지증명서를 근거로 중간 경유국에서 발급되는 증명서다.

 

1) [전문가 칼럼] FTA 연결원산지증명서: 글로벌 무역의 핵심 도구, 고태진, 조세금융신문, 2024.08

 

또한 FTA 혜택을 받기 위해선 협정 당사국끼리 직접 운송되어야 한다는 ‘직접운송원칙’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연결원산지증명서를 활용하면 이의 예외 ‘같이’ 작동하여 직접 운송된 것으로 보고 FTA 혜택을 인정해 준다는 사실도 알아보았다. 이와 관련된 좀 더 나은 이해를 위해 사례를 잠깐 들어 보고 오자.

 

제목: 말레이시아에서 한국으로의 여정

 

말레이시아의 작은 전자제품 제조업체인 ‘말리전자’는 최신 스마트폰 부품을 생산합니다. 말리전자는 이 부품을 한국의 대기업에 납품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직접 한국으로 수출하는 대신, 물류 허브인 싱가포르를 경유하기로 합니다. 물품을 보세창고에 보관한 후, 다시 한국으로 보내기로 한 것입니다.

 

이제, 말리전자는 싱가포르에서 ‘연결원산지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합니다. 연결원산지증명서란, 최초 수출국(말레이시아)에서 발행된 원산지증명서를 근거로 경유국(싱가포르)에서 발행되는 증명서입니다. 이 증명서를 통해 한국으로 수출될 때에도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 부품임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말리전자의 부품이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한국의 대기업은 이 부품이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되었음을 증명하는 연결원산지증명서를 제출하여 FTA 혜택을 받습니다. 이를 통해 관세를 줄일 수 있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얼핏 연결원산지증명서를 ‘잘’ 설명해주는 성공사례로 보인다.

 

그러나 위 이야기는 연결원산지증명서가 무언지 개념 정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실제 무역 기업인들이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헷갈리는 부분이 있다.

 

최초 말레이시아에서 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때 수입국을 싱가포르로 할지, 한국으로 할지. 그리고 중간 경유국인 싱가포르에 물건이 도착하면 보세창고가 아닌 수입통관 절차를 완료한 후 보세구역 밖 일반창고에 보관해도 되는지에 대한 충분한 대답이 없기 때문이다. 위 사례는 오히려 직접운송원칙의 예외규정을 활용한 사례에 더 적합할 수 있다.

 

혼란스러운 질문과 답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글머리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다.

 

“인도네시아에서 싱가포르를 경유하여 한국으로 수입 시 인도네시아에서 발급된 C/O를 근거로 싱가포르에서 발행한 연결원산지증명서로 통과선하증권과 비가공증명서 없이 직접운송 충족이 가능한가”에 대한 관세청 답변은 “한-아세안 FTA 제7조 제2항(연결원산지증명서 발급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중간 경유 당사국의 발급기관은 수출자의 신청이 있는 경우 연결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다.

 

따라서 동 협정에서 규정한 요건에 따라 유효하게 발급된 연결원산지증명서를 구비한 경우 협정관세 적용 신청이 가능하며, 직접운송 충족과 관련해서는 통과선하증권의 제출은 필요하지 않으나 경유국에서 발급된 운송서류 등은 구비해야 한다”이다2).

 

2) FTA 민원‧답변 사례집(관세청, 2021)

 

물론 틀리지 않다. 이론적으로는 맞다. 그런데 실제론 그럴 일이 없으므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답변이다. 그래서 무역업 당사자들을 혼란케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질문과 답변은 마치 연결원산지증명서와 직접운송원칙이 대결하는 구도로 모는 듯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이건 선택의 문제이며, 서로 궤(orbit)를 달리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질문에서 연결원산지증명서가 발급됐다면 수출국에서 최종 수입국까지 전 운송경로가 기재된 통과선하증권3)은 애초부터 발급되지 않는다는 것이 전제돼 있다. 반대로 통과선하증권이 발급됐다면 연결원산지증명서는 발행될 수 없다. 그래서 질문과 답이 틀렸다. 왜 그런지 하나하나 살펴보자.

 

3) 통과선하증권은 수출화물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데 환적이 발생할 때, 최초 운송업자가 전구간의 운송에 대해 책임을 지는 운송서류를 말한다.

 

사례에서 ‘말리전자’는 물품을 싱가포르로 보내 보세창고에 보관한 후, 다시 한국으로 운송하면서 FTA도 활용한다는 경영적 판단을 했다. 그렇다면 이런 물류 프로세스와 FTA 행정의 접목을 찾아내야 하는데 방법은 두 가지다. 한가지는 “연결원산지증명서”이고 또 다른 한 가지는 직접운송원칙 “예외규정”의 활용이다. 이 두 가지 중에서 기업 현황에 맞는 것을 찾아 진행해야 한다.

 

어떤 전략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서류들

 

전략적으로 연결원산지증명서를 활용하기로 했다면 최초 말레이시아에서 작성되는 원산지증명서의 “수입국”은 “중간 경유국”인 싱가포르가 돼야 한다. 이때 싱가포르에서의 물품 보관은 반드시 보세창고에 한정되지 않는다. 즉 세관통제 하에 있어도 좋고, 수입통관을 끝내고 세관통제 밖에 있어도 문제없다.

 

심지어 RCEP의 경우는 대상물품의 국내 양‧수도도 가능해, 싱가포르에서 수입한 자와 싱가포르에서 한국으로 다시 수출하는 자가 달라도 상관없을 정도다. 기타 중간 경유국에서의 추가 가공이 없고, 물품이 동일한 조건을 만족해야 하는 등의 요건을 만족하게 되면 연결원산지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고, 최종 수입국인 한국에서는 이를 말레이시아 원산지로 하는 특혜세율을 적용해 세금의 혜택을 맛볼 수 있다.

 

또 다른 방법인 엄격한 직접운송원칙을 완화한 예외규정의 활용 전략을 선택했다면, 말레이시아에서 원산지증명서를 처음 만들 때부터 “수입국”을 “최종 목적국”인 한국으로 해야 한다. 연결원산지증명서 작성 때와 같이 싱가포르가 아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매우 엄격한 기준을 모두 통과해야 한다.

 

《 한-아세안 FTA 직접운송 예외 인정 요건 》

 

<원산지증명 운영절차>

제19조

원산지 규정에 관한 부속서 3의 제9조의 이행 목적상, 수출 당사국과 수입당사국의 영역이 아닌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중간 경유국의 영역을 통하여 운송이 이루어지는 경우, 다음의 각 호의 서류를 수입 당사국의 관련 정부당국에 제출한다.

 

가. 수출 당사국의 영역 내에서 발행한 통과선하증권

나. 원산지증명서

다. 상품의 상업송장 원본의 사본, 그리고

라. 그 밖의 부속서 3의 제9조의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증거인 증빙 서류가 있는 경우 그 서류

 

《 RCEP 직접운송 예외 인정 요건 》

 

① 중간 경유 당사국들 또는 비당사국들에서 하역, 재선적, 보관, 또는 그 상품을 양호한 상태로 보존하거나 수입 당사국으로 운송하기 위하여 필요한 그 밖의 모든 공정 이외의 공정이 수행되지 않아야 하고,

② 상품이 경유하는 중간 경유 당사국들 또는 비당사국들에서 관세당국의 통제하에 있어야 함.

 

※ 상기 요건이 충족됨을 입증하기 위해 수입자는 수입당사국의 관세당국에서 요구하는 경우 “항공화물운송장, 선하증권, 복합 또는 결합운송 서류, 그 상품에 대한, 상업송장 원본의 사본, 재무 기록, 비조작증명서 또는 그 밖의 관련 증명서류 같은 상업선적 서류나 화물운송 서류 등”의 증빙 서류를 제출하여야 함.

 

정리하면 수출자가 ‘어떤 이유’로 중간 경유국을 두고 최종 수입자에게 물품을 운송해야 한다면, 우선 그 ‘어떤 이유’를 잘 따져봐야 한다. 예를 들어 수입자와 계약을 하고 물건을 보내야 하는데 직항 노선이 없어 할 수 없이 제3국을 경유해서 환적 후 최종 목적국으로 가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또는 아직 계약이 없어 최종 목적국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사의 국제물류센터 HUB에 일단 보관했다가 추후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 비로소 계약 목적국으로 운송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제3국을 왜 경유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그에 따라 적합한 제도를 선택4)하고 그에 따른 서류와 물류 프로세스를 정립해 진행해야 한다.

 

4) 전자의 경우는 직접운송원칙의 예외규정을, 후자의 경우는 연결원산지증명서를 활용하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

 

한-EFTA FTA에서도 연결원산지증명서를?

 

본 시스템과 관련해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현행 법규에서 연결원산지증명서는 한-아세안 FTA와 RCEP 두 가지 협정에서만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다국 체결협정에는 한-EFTA FTA5)가 있다.

 

5) EFTA(유럽자유무역연합)(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4개국과 한국간 FTA

 

본 협정문 ‘제3조 원산지 누적’ 2항에서는 예를 들어, 스위스를 원산지로 하는 상품이 노르웨이로 수출되고, 노르웨이에서 아이슬란드로 수출되는 경우, 동일한 상태로 수출되거나 수출 당사국에서 불인정공정 이상의 공정을 거치지 아니한 경우에는 스위스의 원산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노르웨이는 스위스가 발행한 원산지증명서(신고서)를 근거로 원산지증명서 즉, 연결원산지증명서를 작성하여 최종 목적국인 아이슬란드에 전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현행 2개 협정 외에 한-EFTA FTA도 추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한-EFTA FTA 제3조 원산지 누적 규정 >

2. Products originating in another Party within the meaning of this Annex, which are exported from one Party to another, shall retain their origin when exported in the same state or without having undergone in the exporting Party working or processing going beyond that referred to in Article 6.

 

2. 이 부속서의 의미에 따라 다른 당사국을 원산지로 하는 제품이 한 당사국에서 다른 당사국으로 수출되는 경우, 동일한 상태로 수출되거나 수출 당사국에서 제6조에 명시된 수준을 넘어서는 작업이나 가공을 거치지 않고도 원산지를 유지한다.

 

결론적으로 중간 경유국이 있는 무역에서 FTA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연결원산지증명서 제도와 FTA의 직접운송원칙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각 FTA의 규정을 꼼꼼히 확인하고, 관련 물류 과정과 필요한 서류를 철저히 준비하여 세관 신고를 진행해야 한다. 중간 경유국을 경유하는 무역에서도 적절한 제도를 활용하면 보다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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