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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항만이 적체인데 관세도 더 내라고?

과세대상에서 제외된 체선료에 대한 단상(斷想)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10척 중 3척만 제때 입항…‘시동’끈 선박, 수출기업 ‘발동동’” 코로나19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을 때 어느 기사의 제목이다. 감염병의 유입을 막고자 각국은 인적‧물적 대외 교류를 급진적으로 막는 여러 정책을 취하였다.

 

그 일환으로 해외와의 접점인 항만을 아예 봉쇄하거나 최소한의 작업만 가능하게 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우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이기도 했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익숙해져 다시 항만이 열렸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동안 참고 있었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며 그동안 밀렸던 물동량이 대거 몰리기 시작했다. 어찌됐든 항구에서 물품의 원활한 흐름은 기대할 수 없었다.

 

당시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무역항인 LA항과 롱비치항은 하역작업이 매끄럽지 않아 무역선이 항구에 도착해도 입항하지 못하고 바다 위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롱비치항에 입항하고자 하는 39척의 화물선이 바다에 떠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역작업이 원활치 않음에 따라 수입자는 납기지연으로 인한 계약위반, 글로벌공급사슬의 단절 등 시간의 지연에 따른 여러 위험에 노출되었다. 이와 같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물리적 위험뿐만 아니라 직접적 위험, 즉 비용 문제와도 직결됐다. 하역이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체선료(Demurrage)와 보관비 등 추가 비용에다 내륙운송을 위한 트럭도 구하기 힘들어지면서 웃돈까지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수입자에게는 생각지도 못한 추가 비용부담이 생긴 것이다. 예상치 않았던 지연으로 인해 판매 적기를 놓친 것 뿐만 아니라, 추증된 비용부담으로 이익은 급감되고 자칫 역마진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끌렸다. 화주 잘못이 아닌 항만의 문제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수입자가 떠안는 결과를 낳았다. 일은 일대로 하면서 실속을 못차리는 것이다.

 

체선료(Demurrage)는 선박의 약정된 정박기간(Laydays) 안에 화물을 선적하거나 하역하지 못했을 때 발생되는 비용으로 일종의 패널티다. 하역이 지체되면 선주는 운항을 하지 못하여 선박경비, 정박료와 같은 항비 및 기타경비가 증액되고, 다음 항해에 지장이 생겨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선주는 그 손실을 보상받기 위하여 청구하는 비용 항목이다.

 

그런데 수입자가 위와 같은 상황에서 추가되는 운송비용 이외에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또 하나 있다. 하역이 지연되면서 발생하는 추가 관세다. 수입물품의 과세가격에는 물품가격에 더해 우리나라 ‘수입항 하역준비 완료’ 시까지 발생하는 운임, 보험료, 운송 관련비용이 포함된다.

 

운송 관련비용에는 앞서 언급한 체선료 이외에 도선료(Pilotage)1), 예선료(Towage)2), 강취료3) 등이 포함된다. 그런데 ‘수입항 하역준비 완료’ 시에 대한 해석을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등으로 선박의 국내 도착 후 대기시간이 크게 늘었고 그에 따른 체선료 금액이 증가하면서 이 문제가 불거졌다.

 

1) 선박을 안전한 수로로 안내하는 용역에 대한 비용

2) 예선(Tug Boat)이 독항력이 없는 타선(Tow Boat)을 예인하기 위한 예인선 사용료

3) 선박을 부두에 고정하는 비용

 

실제로 유연탄의 수입항 체선료가 2018년 715억원에서 2022년 14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하였다. 삼성전자 미국법인도 같은 사유로 미국으로 수입한 물품과 관련하여 SM상선이 부과한 지체료(Detention Charge)와 체화‧체선료(Demurrage Charge)가 부당하다며 미국 해운당국에 제소했다. 한국 화주기업이 한국 해운사를 미국 해운당국에 신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렇듯 세계 주요 무역항 곳곳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항만 등이 마비된 뒤 대규모 지체료와 체화‧체선료가 발생하면서 이와 관련한 분쟁이 많아졌다. 관세 이슈 또한 이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이다. ‘수입항 하역준비 완료’를 ‘하역준비완료 통지 - 접안 - 하역시작 – 하역종료’의 물류 흐름 중 어느 시점에 두느냐에 따라 체선료 등을 포함하는 과세가격이 달라지게 되고, 그에 따른 관세 금액도 큰 차이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2014년 ‘체선료의 과세가격 포함관련 사항 질의’에 대한 민원답변4)을 통해 관련한 관세청의 입장을 엿볼 수 있다. 본 민원에 대해서 “기상악화 등으로 ‘접안’하지 못하여 발생된 체선료의 과세가격 포함여부 관련하여, 실제로 지급된 체선료에 기상악화 등으로 인한 작업지연 시간이 포함되어 있다면 과세가격에 ‘포함’하게 됩니다.”라고 답했다. 즉 그 시점을 “접안”의 시점으로 해석한 것이다.

 

4) 회신문서번호: 관세평가과-2690

 

앞선 유연탄 사례로 넘어오면 과세가격이 이전에 비해 약 700억원이 더 커져 납세자인 수입자에게는 그만큼의 관세부담이 더 커지게 되어 여간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되면서 추가된 관세 비용은 그대로 국내 소비자에게 전가되어 소비자 물가를 높이는 요소가 되기도 했다. 가뜩이나 세계적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각국 정부가 매우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었다. 즉 소비자 물가를 안정화 시키고자 촉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끼치는 유연탄 등의 지체료가 급상승한데다 거기에 관세까지 부담되는 상황이 되어 문제가 됐다.

 

관세청은 소비자 물가를 해결하고자 ‘관세평가 운영에 관한 고시’를 개정해 운송비용의 과세기준점인 수입항 ‘하역준비 완료’를, 운송물의 하역을 위한 준비가 완료됐음을 선장이 수하인에게 ‘통지’(하역준비완료 통지)하는 시점으로 명확하게 새로이 규정했다5). 이에 따라 국내 입항 후 발생하는 체선료 등은 수입물품 과세가격에 포함되지 않는 비과세 대상으로 분류되어 결국 이로 인해 추가되는 관세가 없도록 못을 박았다.

 

5) ‘관세평가 운영에 관한 고시’ 제24조(운임 및 운송관련비용) 제2항 단서로 “이 경우 항해용선계약에서는 「상법」 제838조제1항에 따른 통지를 발송한 때를 말한다.”를 추가함.

 

 

체선료는 하역이 완료돼야 비로소 그 정확한 금액이 책정되기 때문에, 일단 부정확한 과세가격으로 잠정가격신고를 한 후 체선료가 확정되면 확정가격신고를 해야 하는 이중의 행정부담이 있었다.

 

또한 기술한 바와 같이 수입원가에 체선료에 따른 세금도 포함되어 소비자 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로이 불거진 문제점을 파악해 이를 개선해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게 된 셈이다.

 

아직 여타 나라에서는 ‘하역준비 완료’의 시점에 대한 논의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도 정부 당국은 본 사례와 같이 업계의 고민을 발빠르게 해소하는 노력을 경주하여 국민들의 경제‧행정적 부담을 덜어주길 기대한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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