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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금기되는 성인용품 수입에 대한 ‘하이킥’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우리나라에는 ‘금기(禁忌)’시 되는 것들이 참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에는 유독 ‘손 없는 날’을 찾는 것이다. 그 날 이사를 하면 집에 우환이 없다는 설 때문이다.

 

이삿짐센터로서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여력은 제한적인데 그날만 유독 수요가 많으니 이사비용도 비싸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물론 ‘손 없는 날’ 이외의 날은 비교적 싼값에 이사를 해준다며 홍보한다.

 

오늘은 며칠이니까 어느 방향에 손이 있다. 그러니 그 방위로는 벽에 못을 치지 말아야 하는 등의 것도 비슷한 이유이다.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치러지는 ‘별신굿’은 더욱더 엄격히 이 원리가 적용된다. 별신굿과 같은 집단적 공동제의에서는 굿 자체의 성패를 가늠할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금기가 있다. 이것이 지켜지지 않으면, 굿은 성공적이지 못하고 신령은 마을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들어 주기는커녕 마을에 우(憂)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성인용품, 수출입금지 물품이었다?

 

이런 것들과 함께 금기시 되고 있는 것들 중 하나는 성행위와 관련된 것들이다. 특히나 유교 문화가 지배했던 우리나라에서는 더욱더 사회적 지탄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성인용품’ 시장이 음성적인 방법과 어두운 곳에서 비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

 

성인용품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데에는 이것이 보통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성행위에 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이것은 금기의 대상에 사용되는 ‘망측한’ 물건이기 때문에 더욱더 그러했을 것이다.

 

관세법에서도 ‘공공의 안녕질서 또는 풍속을 해치는 서적·간행물·도화, 영화·음반·비디오물·조각물 또는 그밖에 이에 준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수출입을 금지시키는 금수(禁輸)품목으로 지정하였다.

 

성인용품은 여기에 해당되어 수출도 수입도 할 수 없었다. 성인용품은 금기에 도전하는 품목이고 이것은 풍속을 해치는, 그리고 말도 꺼내기 민망한 것이므로 외국과 거래를 해서는 안 되는 품목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풍속’의 정의를 어떻게 볼 것인가이다. 사전적으로는 ‘그 시대의 유행과 습관 따위’를 풍속이라 일컫는다. 따라서 풍속이라는 것은 시대 상황에 따라 계속해서 변하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나라마다 시대마다 생활 관습이라는 게 다를 수밖에 없다. 풍속을 획일적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2002년 9월 서울국제우체국을 통하여 모조성기 1점(여성모형)을 반입하였으나 세관에서는 이것을 수출입금지 물품으로 보아 통관을 불허하고, 압수처리하였다. 이에 수입자는 세관의 처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불복하였다.

 

결론적으로 이 물품은 성인여성의 음부를 사실감 있게 제작한 물품으로 음란물품이라 불리고 있는 것이며, 음란물품은 개인사용목적 여부에 관계없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므로 관세법 제234조의 수출입금지 물품에 해당하므로 통관을 불허한 것이 옳다는 결정이 내려졌다.

 

그런데 비슷한 사안에 대하여 전혀 상반된 결정이 내려지기 시작했다. 2007년 8월 한 수입자는 우체국 EMS를 통하여 여성용 자위기구를 세관에 통관신청을 하였다. 하지만 세관은 이 물품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며 관세법 제237조에 의하여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을 하였고 수입자는 이에 불복하였다.

 

법원은 이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풍속을 해치는’이라는 것의 정의에 대한 것부터 심리를 진행하며 수입통관보류를 결정한 세관의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 이유로 ‘풍속을 해치는’ 것이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성풍속을 해치는 ‘음란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면서, 수출입금지 물품으로서 ‘풍속을 해치는 물품 내지 음란물’에 해당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물품의 용도나 기능만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할 것은 아니고, 우리 사회 일반의 건전한 통념과 가치질서, 헌법상 보장되고 있는 개인의 기본권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하여 개별적·구체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인천지법 2007구합5725)

 

음란물에서 벗어난 성인용품, 수출입 허용되다

 

위와 비슷한 판단으로 대법원에서도 여성용 자위기구에 대해서는 2009년, 남성용 자위기구에 대해서는 좀 늦은 2014년에 각각 ‘사회통념상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거나 정상적인 성적수치심을 해쳐 성적 도의 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음란물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수입통관이 합법적으로 허용되게 되었다.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국민 개개인이 성기구를 사용할 것인지 여부는 어디까지나 개인의 성적 자유에 속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용도 및 기능이 여성용 또는 남성용 자위기구라는 이유만으로 수입통관을 보류 또는 불허한다는 것은 그 물품의 잠재적 소비자인 국민 개개인의 성적자기결정권에 대한 국가의 지나친 간섭인 것이다.

 

이런 성인용품의 용도 및 기능이 자위기구라는 이유만으로 그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일선에서는 금기의 영역에 갇혀있어 이에 대한 공론화가 전혀 되기 힘든 게 현실이다. 문화의 과도기에서 있을 수 있는 안정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관세청에서도 2014년부터 수입되는 성인용품에 대해서 관세청 직원, 교수, 변호사 등으로 꾸려진 ‘성인용품통관심사위원회’를 신설하여 ‘풍속을 현저히 해치는지’에 대해 본 기관에서 객관적으로 심의하고자 하는 노력을 시작했다.

 

과거 성인용품을 무조건 수입금지 했던 때와는 전향적으로 바뀐 일선 세관의 모습이기는 하나 여전히 많은 아쉬움이 있음은 지울 수가 없다. 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 위원들은 모두 남자라고 한다. 여성의 수치심을 자극하는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 있는 부분일 수 있다.

 

게다가 위원회는 위원들이 상주하며 근무할 수 있는 시스템 아니다 보니 자주 개최될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반입되고 수입통관이 완료될 때까지는 꽤 긴 시간이 소요되어 비용 등에 낭비가 생기게 된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풍속을 해치는’이라는 막연함이 가져오는 기준의 모호함이다. 따라서 위원들의 성향에 따라 그 결정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근본적 문제점이 있다. 수입자는 예측이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된다.

 

또 다른 어쩌면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위생의 문제이다. 성인용품이 사회에서 터부시되는 물품이다 보니 주무부처도 없고 관련한 법도 없다. 성인용품은 인체의 은밀한 곳에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에 건강과 보건위생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

 

현재 성인용품에 대한 수출입 신고는 그 물품이 전자식이면 전자제품의 기타제품으로, 속옷의 형태라면 속옷 등으로 신고하는 방법으로 통관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신고가 들어가다 보니 인체에 유해한 여부에 대한 관련법과의 연동이 되지 않고 있다.

 

국민 보건을 국경에서 관리해야 하는 국가 시스템의 작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단순히 풍속을 해치는 물품인지 아닌지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또 다른 국가역할의 본질을 잊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성인용품의 수출입 통계도 잡히지 않아 실태조차 객관적으로 알 수 없다.

 

성인용품에 대해 언제까지 ‘쉬쉬’할 것인가

 

우리나라 대표 쇼핑몰 중 한 곳에서 대형 성인용품 매장을 열었다는 뉴스가 떠들썩하게 보도됐다.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는 너무나 합법적이고 당당한 영역으로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야 한 발짝 옮겼다.

 

이마저도 아주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까지도 웬만한 철판을 얼굴에 깔지 않고서는 매장에 들어가기도,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물어보기도 힘든 게 사실 아니었는가. 이제는 자연스럽게 쇼핑을 하면 되는 시대로 진일보 한 것이다.

 

세상이 변함에 따라 이제는 양지로 더욱더 들고 나와야 한다. 그리고 청소년들에 대한 노출문제와 위생문제 등등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공론화하고 입법미비에 따른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인체에 안전을 확보할 수도 있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 노인 등 성생활에 소외되어 있는 계층도 인간 삶의 질적인 부분의 개선이라는 순기능도 생기며, 뿐만 아니라 이 새로운 시장의 고용 창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독일 시장 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섹스토이의 시장 규모는 2015년 208억 달러(약23조 1200억원)로 조사됐다. 오는 2020년엔 그 규모가 약 39% 성장한 290억 달러(약 32조 2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는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아직도 우리 문화에는 성인용품 등에 대한 것을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는 것은 섣불러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계속해서 ‘쉬쉬’하고만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는 공론화해야 하고 관련 산업을 밖의 밝은 세계로 끄집어 내야한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일은 해서는 안 되겠다. 풍속을 해치지도 않고 위법하지도 않고 순기능조차 만만치 않은 이 시장에 눈을 뜨고,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할 때가 왔다.

 

[프로필] 고 태 진
•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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