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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NAFTA와 USMCA, 그리고 무역전쟁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로 상징되는 세계 패권국(Hegemon)이 되었다.

 

종합적인 국력에 있어서 압도적 우위 하에 상대방의 의도는 개의치 않고 자기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힘을 ‘패권(覇權)’이라 한다. 이러한 패권국의 지위를 얻고 유지하는 밑바탕은 막강한 군사력과 기술력 그리고 소비력(경제력)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중에서도 제1의 핵심적 요소는 가히 소비력(경제력)일 것이다. 군사력도 세계 패권국가의 중요 요소이기는 하나 경제 문제가 인간(국가)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님을 생각할 때 자국의 물건을 많이 사주는 나라에 아무래도 복종 아닌 복종을 하기 쉬울 것이다.

 

실례로 러시아의 군사력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막강하다고 할 수 있으나 세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기축통화인 달러 화폐를 언제든지 찍어 외국의 물건을 사들이는 미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적자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이러한 무역적자를 감수하고도 막강한 구매력을 앞세워 전세계의 물건을 사들이며 국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중국은 미국의 무역 수지 노트에 대규모 빨간줄을 긋고 있는 제1의 나라이다.

 

2017년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3752억 달러(약 420조원)로, 전체 미국 무역적자인 5660억 달러의 66.3%에 달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중국이 현재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데에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무역 흑자를 이루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즉 중국의 부(富)는 미국에서 기원한 것이다.

 

작금의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은 표면적으로는 양국간 무역의 엄청난 불균형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실상 이뿐만 일까? 앞서 언급했듯 미국은 우주 최강국으로서 유일패권국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해외로부터 많은 물건을 사들여야 한다.

 

눈치 빠른 이는 ‘그렇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가?’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다. 중국이든 아니면 그 어디든 그들로부터 달러를 통해 구매를 하는 것이 미국이 패권국을 유지할 수 있는 숙명 아닌 숙명인 것이다. 적자 교역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중국과 무역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패권의 지위를 스스로 버린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중국과 무역 분쟁의 원인이 단순히 중국과의 교역이 적자 때문만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중국제조 2025’. 시진핑의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에서 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주로 양적으로 성장했던 현재의 경제 구조를 질적 성장으로 도약한다는 프로젝트를 말한다.

 

즉 정보기술, 우주항공, 바이오 의약 등 최첨단 10대 핵심 산업에 대해 보조금 등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집중 육성하여 첨단산업에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패권을 쥐고자 하는 야심을 드러낸 정책이다.

 

미국은 이런 점이 눈에 거슬리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첨단 기술을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탈취하는 것도 모자라,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경제대국이 되겠다는 ‘중국제조 2025’ 전략을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지난 10월 4일 애플과 아마존의 데이터센터 서버에서 중국 정부의 감시용으로 추정되는 좁쌀 크기의 마이크로칩이 발견됐다고 보도하였다.

 

문제의 칩은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대만계 기업인 슈퍼마이크로의 중국 내 하도급 공장에 비밀리에 심어졌으며 중국 인민해방군 산하 조직이 관여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보도가 사실인지 여부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818개의 품목은 ‘중국제조 2025’ 전략의 핵심인 로봇, 인공지능(AI) 등 첨단 기술 제품들이다.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훔쳐 간다고 생각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타겟은 중국’ 북미 3국 무역협정

미국의 의도를 파악해 볼 수 있는 최근 이슈가 또 있다. 미국, 멕시코 그리고 캐나다가 체결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 결과가 그것이다. 이 협정의 개정 협상은 先멕시코, 後캐나다와의 합의를 거치는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난 9월 30일 타결되었다.

 

이 새로운 협정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대상 품목은 역시 ‘자동차’와 ‘그 부품’으로써 ‘원산지 규정’(세번변경 및 역내부가가치 기준, 북미산 철강 및 알루미늄 구매요건, 노동 부가가치 기준 등)에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는 등 그 장벽을 매우 높인 것이 주요한 변경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즉, 자동차에 대한 특혜를 받기 위해서는 승용차와 경량 트럭은 세번변경과 높은 수준의 역내 부가가치 기준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했다. 특히 무관세로 수출하는 자동차의 역내 부품 비중을 기존 62.5%에서 75%로 상향했다.

 

또한 자동차 생산에서 빠질 수 없는 원재료인 철강과 알루미늄의 70% 이상은 북미산이어야 한다. 북미산 철강 및 알루미늄 구매 조건을 충족했다는 자동차 생산자의 연간 증명서는 다음 해 생산하거나 수출하는 자동차에 적용된다.

 

뿐만 아니다. 노동 부가가치 요건(LABOR VALUE CONTENT: LVC)이라는 매우 특이한 조건을 붙였다. 정상적인 경제 시스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정치적 요소가 적극 관여한 요건이라고도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복잡1)할 수 있으나 간단히 요약하면 2023년 1월 1일부터 승용차의 40%(경·중량 트럭 45%)는 시간당 최저 16달러 이상의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만든 부품이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1) 승용차의 경우 2023년부터(또는 협정 발효 3년 후 중 늦은 날짜) 40% LVC 요건이 충족되어야 함.

- 고임금 ① 재료 및 제조비용(25%p), ② 기술 비용(10%p), ③ 조립 비용(5%p)

① 고임금 재료 및 제조비용(high wage material and manufacturing expenditures) : 구매한 부품 및 재료의 연간구매가치(Annual Purchase Value: APV)와 시간당 임금 16달러 이상의 자동차 조립 공장의 임금 비용이 자동차 순비용(net cost) 또는 총 자동차 조립 공장 APV에서 차지하는 비중

② 고임금 기술 비용(high wage technology expenditures): 매년 자동차 생산자가 R&D 또는 IT를 위해 임금에 지출한 비용이 생산 임금에 지출한 연간 총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

③ 고임금 조립 비용(high wage assembly expenditure): 자동차 생산자가 북미에 위치하고 평균 생산 임금이 시간당 16달러 이상인 엔진, 트랜스미션 또는 배터리 조립 공장을 소유하거나 그러한 공장과 장기 계약을 한 경우 최대 5%p 크레딧 인정

– LVC 기준은 2023년 1월 1일(또는 협정 발효 3년 후 중 늦은 날짜)까지 4단계(30%→33%→36%→40%)에 걸쳐 순차적으로 충족되어야 함.

 

이상한 원산지 기준에 더해 또 다른 이상한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하다. 협정에 참여한 국가가 ‘비시장경제’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 다른 국가들이 이 협정에서 탈퇴할 권한이 있다는 조항이 그것이다.2)

 

2) 출처 : 10월 3일자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트스(SCMP)

 

여기서 비시장경제 국가는 ‘중국’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캐나다와 멕시코가 중국과 FTA를 체결하고자 할 경우 미국은 USMCA에서 탈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미국을 버리고 중국과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따라서 이 조항은 중국을 고립시키는 것을 목적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중국이 캐나다나 멕시코와 FTA를 맺으면 이들 국가에 관세가 제거된 물품을 수출할 수 있고, 이를 다시 미국으로 수출하는 ‘우회수출’ 전략이 가능했지만, FTA체결 자체를 무산시킴으로써 이마저도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중국은 캐나다의 제2교역국으로, 양국은 FTA 체결을 검토해왔었다. 이러한 협상을 EU와 일본과도 진행한다면 중국은 그야말로 고립무원으로서 전방위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우리 한미 FTA와 같이 NAFTA는 이름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 개정 NAFTA의 명칭은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EXICO-CANADA Agreement : USMCA)로 하였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자유무역 즉, FTA는 눈 씻고도 찾아 볼 수 없다. NAFTA를 대신하는 협정인 USMCA는 자유무역협정이 아님을 스스로 밝힌 것이다.

 

무역을 자유롭게 하여 경제 규모를 확대한다는 경제적 접근인 본연의 취지가 아니다. 정치적 요소들을 곳곳에 삽입하여 경제를 왜곡하고 다른 목적을 달성시키게 설계하였다.

 

미국은 중국이 패권국가의 야심을 완전히 버릴 때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미국의 정치 체제인 민주주의라는 변수가 있긴 하지만 본질적인 접근으로 미중간 무역전쟁은 중국이 완전히 무릎을 꿇을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다시는 미국을 넘보지 못할 때까지 말이다.

 

시진핑은 좀 더 준비하고 때를 기다렸어야 하지 않았을까.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중국을 개혁개방의 길로 이끈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韬光养晦)3)를 누군가가 그에게 알려줬어야 했다. 샴페인을 너무 서둘러 터뜨렸다.

 

3)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

 

 

[프로필] 고 태 진
•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관세청 공익 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실무사」 교재집필 및 출제위원

•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졸업

• 서울시립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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