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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FTA 부가가치기준의 딜레마

- CIF와 FOB, 인코텀즈와의 정합성 문제를 중심으로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지난해 12월 31일 한-필리핀 FTA가 발효되면서 우리나라는 총 22개의 FTA를 보유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교역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FTA의 활용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원산지 결정기준의 충족이 핵심이며, 그중에서도 부가가치기준은 복잡하면서도 중요한 기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가가치기준의 실제

 

부가가치기준은 완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부가가치가 일정 수준 이상일 때 원산지를 인정하는 기준이다. 가장 간단한 예로, TV를 생산하여 아세안 국가로 수출하는 A 전자의 경우를 살펴보자.

 

만약 TV의 출하 가격이 1,000달러이고, 모든 부품이 비원산지 수입품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부품의 CIF 총 수입가격이 400달러일 때, 최종 제품의 부가가치비율은 60%가 된다[(1,000-400)/1,000×100=60%].

 

이는 한-아세안 FTA의 부가가치기준인 40% 이상을 충족하므로 원산지 물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사례와 같이 수출물품의 FOB 가격과 수입 원재료의 CIF 가격을 정확히 산출하는 것은 부가가치기준 적용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다.

 

협정별 부가가치기준의 차이

 

부가가치기준은 FTA별로 상이하게 규정돼 있다. 한-미 FTA는 공제법 35%, 한-EU FTA는 EXW 가격 기준 50%, 한-아세안 FTA는 FOB 가격 기준 40% 등이다. 이는 협정 별로 산업구조와 교역 특성을 반영한 결과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B 기업이 한-미 FTA를 활용하려면, FOB 가격 1,500달러인 제품의 비원산지재료 가치가 975달러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 [1,500×(1-0.35)=975].

 

 

인코텀즈의 FOB와 CIF 규정

 

인코텀즈 2020에 따르면, FOB 조건은 “판매자가 지정된 선적항에서 구매자가 지정한 선박에 물품을 적재하거나 이미 적재된 물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물품이 본선에 적재된 시점에 위험이 이전되며, 그때까지의 모든 비용은 판매자가 부담한다.

 

CIF 조건의 경우, “판매자가 물품을 선박에 적재하거나 이미 적재된 물품을 조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위험은 물품이 선박에 적재된 시점에 이전되나, 판매자는 목적항까지의 운임과 보험료를 부담해야 한다.

 

주목할 점은 FOB와 CIF 조건 등은 해상 또는 내수로 운송에만 적용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특히 CIF 조건에서, 운송 중 물품의 멸실 또는 손상에 대한 매수인의 위험에 대해 매도인의 보험부보 의무는 최소담보조건[ICC(C)]에 그친다는 것에 유의해야 한다.

 

 

 

FTA 부가가치기준 적용의 문제점

 

첫째, FTA에서 수입 비원산지재료비를 구성하는 원재료의 ‘반입지점까지의 운송관련 비용’은 인코텀즈상 CIF 개념과 차이가 있다. 인코텀즈의 CIF는 해상(내수로)운송에만 적용되는 반면, FTA에서는 육상운송을 포함한 모든 운송방식에 이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항공로를 통해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재료를 살펴보자. 이 경우 해상이나 내수로 운송에서만 사용하는 CIF 조건을 적용할 수 없음에도, FTA에서는 이를 CIF 가격으로 산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인코텀즈의 기본 원칙과 맞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는 역내 가치포함비율(RVC)로 원산지를 판정하는 다른 협정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물품의 판매가격을 FOB 가격으로 부가가치를 계산하게끔 규정한 것도 같은 맥락의 문제를 안고 있다.

 

둘째, CIF 가격 적용에서도 중요한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FTA는 수입 원재료의 가격을 산정할 때, 제조사의 제조원가부터 수입항 도착까지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포함하도록 요구하고 있다.1) 그러나 인코텀즈 CIF 조건에서 국제운송에 포함되는 가격은 해상운임과 적하 보험료뿐이다. 즉 그 외의 추가 비용은 구매자인 수입자가 부담해야 하며, CIF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1) 한-미 FTA에서는 제품가치에서 필요시 수출국으로부터 수입지까지 제품의 국제수송에 수반되는 운송, 보험 및 관련 서비스에 대해 발생한 모든 비용, 부과금 및 경비를 제외하도록 조정된 가치를 말함에 유의해야 한다.

 

더욱이 CIF 조건에 포함되는 보험료는 최소담보조건의 보험료에 불과하다. 만약 ‘매수인’이 더 넓은 보험 보장을 원한다면, 별도로 추가 보험계약을 체결하고 보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FTA에서 요구하는 ‘수입항 도착까지의 모든 비용’을 정확히 산정하는 데 있어 비용 누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예시) 한-필리핀 FTA 협정 제4장(원산지 규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 규정

ㅇ (운임보험료포함가격(CIF)) 수입된 상품의 가격을 말하며, 1994년도 GATT 제7조 및 관세평가협정에 따라 수입국으로 들어오는 항구 또는 ‘반입지점’까지의 ‘화물 운송’ 및 ‘보험 비용’을 포함

ㅇ (본선인도가격(FOB)) 1994년도 GATT 제7조 및 관세평가협정에 따라, 생산자로부터 해외 최종 선적항 또는 ‘선적지’까지의 운송 비용을 포함한 상품의 본선인도가격의 가치를 말함

 

개선 방향의 모색

 

FTA 부가가치기준에서 사용되는 가격조건은 인코텀즈와의 정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육상운송의 경우, CIF 대신 운송수단과 관계없이 쓰일 수 있는 CIP(Carriage and Insurance Paid to) 조건을 협정에서 언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수입국까지 도착하는데 소요된 모든 비용이 가격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개선은 갈수록 심화하는 보호무역 기조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 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FTA 활용도와 원산지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해지고 운송방식이 다양화되는 상황에서, 인코텀즈와의 정합성을 높이는 것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가 체결한 22개의 FTA는 각기 다른 부가가치기준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기업들의 FTA 활용에 있어 상당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FTA 협상에서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고려하여, 보다 명확하고 실무적인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기존 FTA의 개정 협상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을 의제화하여 개선방안을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경기TP, 인천TP 등 기관 전문위원

•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월드클래스플러스사업 선정평가 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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