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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코로나19와 무역의 연결고리

바이러스에 초토화된 세계경제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크기가 세균보다도 작아 광학현미경으로도 보이지 않고 심지어 혼자서 살지 못해 다른 생명체에 들어가야만 활성화 되는 보잘 것 없는 미물(微物). 경자년(庚子年) 새해 시작부터 온 세상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그것이다.

 

유럽 인구 3분의 1에 해당되는 2000만명 이상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흑사병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광범위하게 전염되는 감염병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것으로 현재는 중국은 물론 한국, 일본, 미국, 싱가포르, 브라질, 유럽 등으로 번지면서 과히 팬데믹(Pandemic)1)적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희한한 캠페인도 벌어지고 있고, 얼굴을 마주보지 않고 시간차를 두어 식사를 하는 진풍경도 보인다. 거리에는 주위를 둘러보며 여유롭게 쇼핑과 산책을 즐기는 이보다는 자기 갈 곳만을 향해 빠르게 스치는 사람들뿐이다. 그것조차 드물어 길에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부의 권고에 사람들은 두문불출,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모든 학교도 개학과 개강을 늦췄다. 그러다 보니 길에는 손님이 없어 문을 닫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중소기업들의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이렇게 되기까지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두 달여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올해 전반기 장사는 끝났다고 하고 있고 후반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한다. 일부는 올해 장사는 이미 끝났다고 좌절하는 이도 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경제가 살길이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기가 좋지 않았던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발(發) 트럼프식 좌충우돌의 글로벌 무역전쟁과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비롯된 것이 많았다. 즉, 사람들 간 이해관계의 충돌에서 기인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경제에 불어 닥친 위기는 사람들의 이해관계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반(半)생명체, 바이러스가 그 원인이다. 그 원인과의 싸움도 사람 눈에 보이지 않지 않으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

 

무역전쟁보다 무서운 바이러스

 

인간에 의해 벌어진 무역 분쟁은 그나마 그 피해가 국소적이었다. 그 결과는 느리게 나타났다. 주로 제품 가격에만 영향을 미쳐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제한적 피해였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1월 15일에는 미·중간 1단계 무역협상2)이 타결되어 서명이 되기까지 했다.

 

1) 세계보건기구(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2) 물론 농산물 320억 달러, 공산품 777억 달러, 에너지 524억 달러 등 중국이 수입해야할 품목과 금액 등을 국가가 직접 통제하는 관리무역 체제의 회귀로서,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물품의 왕래가 있어야 하는 무역이 아닌 억지스럽고 지속적이지 않은 협정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결과를 낙담하기에는 그동안 양쪽이 보여준 행동이 그리 미덥지만은 않았지만 그래도 이견을 좁히는 긍정적 방향으로 가고는 있었다. 그런데 그 이행의 과정을 충분히 맛보기도 전에 전대미문의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가 세계 경제를 강타한 것이다.

 

관세장벽으로 인한 물품의 가격 인상은 귀엽게 보일 정도로 바이러스로 인한 글로벌 산업 피해는 심각하다. 대면(對面) 소비의 실종으로 인한 경기의 하락도 하락이지만 그보다 큰 문제의 중심에는 국내외 공급망(가치사슬)의 훼손에 있다. 일본이 우리한테 행하고 있는 3가지 품목에 대한 수출규제가 대한민국 핵심 산업에 대단한 타격을 주었고, 절치부심 그에 대한 대응에 정부와 기업, 국민이 온힘을 합한 바 있다3).

 

우리나라 주요 산업에 쓰이는 세 가지 원재료에 대한 공급사슬이 일부 끊긴 것 하나에도 우리 산업이 휘청이고 대책 마련에 나라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했다4). 그런데 이번 코로나 사태는 일본 수출규제에 비할 바가 아니다.

 

3) 참조 : 고태진, [전문가칼럼]일본에 다시 꼬투리 잡히지 않는 방법, <월간조세금융> 2019.10

4) 여전히 일본과의 무역마찰은 현재진행형이다.

 

글로벌 밸류체인5)의 위기

 

바이러스의 여파로 우리나라 양대 산업 중 하나인 완성차생산라인이 멈춰서기까지 했다. 코로나19가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선들을 묶는 ‘와이어 하네스’라는 부품의 생산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차종마다 다르고 복잡하며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했던 중국으로 생산을 이전한 결과 이런 문제가 야기된 것이다. 자동차 한 대가 만들어지기까지 완성차 제조사에 문제가 있어도 생산이 중단되겠지만, 수없이 많은 부품 중 하나의 부품 즉, 하나의 부품사에 문제가 있어도 생산은 중단된다.

 

볼트 한 개나 자동차 한 대나 맞먹는다는 것이다. 생산 라인을 따라 부품 하나하나가 순차적으로 조립되는 특성상 부품 하나가 모자라도 해당 생산라인을 멈출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내외 공급사슬의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감염병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하자 많은 기업들의 직원들은 근무 시에 마스크 착용은 물론이고 외부 방문을 받지 않고 또한 자사 직원도 다른 회사를 방문하지 않으며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직원 중 한명이라도 확진자가 나온다면 그 회사는 일시 폐쇄되고 업무는 마비가 된다.

 

자동차생산 라인의 구조적 취약성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또 한 번 발생했다. 울산의 현대차 1차 협력업체 직원의 사망 후 밝혀진 코로나 감염 사실로 협력사는 폐쇄되었고 부품공급을 받지 못해 하루 멈추고 만 것이다. 즉 국내, 국외를 가리지 않고 공급사슬로 복잡하게 이어져 있는 구조에서는 언제든지 삐끗하면 생산이 멈춰질 수 있다.

 

홀로는 생물이라고 볼 수도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는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생산 공장을 폐쇄시켰고 중국 근로자들의 이동을 금지시켰다. 이는 생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각종 부품의 공급차질을 불러 일으켰다.

 

결과로 많은 산업에 악영향을 끼쳐 세계 경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설령 현지 공장이 제대로 가동이 된다 하더라도 내륙 운송이나 수출입 절차가 보건 위생의 문제로 여전히 막혀 있어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게 된다.

 

2017년 기준 미국은 중국 중간재 전체 수출 중 가장 많은 10.7%인 1247억 달러어치를 수입했고 그 뒤를 한국이 6.5%인 751억 달러를 수입했다6).

 

5) Global Value Chain: 상품과 서비스의 설계, 생산,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범위에 이르는 기업의 활동이 운송 및 통신의 발달로 인해 세계화되는 것.

6)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주간보고서 인용.

 

중국에 대한 중간재 의존도가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높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아주 사소한 부품일지라도 만들어 보내주지 않으면 한국에서는 그것이 들어가는 어느 것도 만들어 내지 못한다.

 

우리는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겪었고 또 지금 바이러스를 통해서 겪고 있다. 결론은 나와 있다. 당장은 가장 싸서 최적화되어 있는 듯이 보이는 협력사라도 전체로 보면 숨겨 있는 비용이 있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글로벌 소싱과 더불어 좀 비싸더라도 국내 우수 부품 협력사를 꾸준히 발굴 성장시킴과 동시에 중국 이외의 탄탄한 글로벌 소싱 업체도 두루두루 생각해 봐야한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소홀히 하다간 결정적인 순간 글로벌 경쟁사에 먹힐 수 있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 했던가. 역경 속에 우리는 이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싸우다 보면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언젠가 질병은 종식될 것이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런데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살아간다면 안 될 일이다. 훗날 영화로도 만들어질 법한 지금 사태의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관세청 공익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관리사」 및 「원산지실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 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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