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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위기의 격랑, 한국 수출의 새벽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새해, 불안한 첫걸음

 

을사년(乙巳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 인사를 전하는 메시지가 어느 때보다 조심스럽다. 전통적으로 새해는 희망과 기대로 가득 차야 하지만, 올해는 달리 느껴진다. 전 세계적으로 불확실성이 짙게 드리운 상황에서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도전적인 국면을 마주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올 새해를 ‘불확실성의 해’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 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은 글로벌 경제의 불안정성을 경고하며 신중한 접근을 권고하고 있다. 특히 지정학적 긴장, 인플레이션, 금리 변동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경제 전망을 흐리게 만들고 있어 기업과 개인 모두 긴장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삼중고의 도전 - 정치, 경제, 국제 관계

 

한국 경제는 현재 삼중고의 도전에 직면해 있다. 첫째, 국내 정치의 불안정한 탄핵 국면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 둘째,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재집권으로 인한 국제 무역 환경의 급격한 변화. 셋째, 장기화되는 경기침체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이 세 가지 요인은 마치 거센 폭풍처럼 한국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정치적 불안정은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저해하고 투자자들의 불신을 키운다. 트럼프의 재집권은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함께 글로벌 경제 질서의 재편을 예고한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기업들의 투자 심리는 위축되고, 고용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지고 있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희망의 씨앗, 스피노자의 지혜를 담아

 

그러나 절망 속에서도 희망은 자라난다. 스피노자1)의 말대로,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으로’ 우리는 주변의 혼란에 휘둘리지 않고 각자의 소임에 묵묵히 정진해야 할 때다. 이러한 흔들림 없는 자세야말로 우리가 직면한 도전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1)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스피노자, 마틴 루터(Martin Luther) 등이 처음 한 말이라고 전해진다. 그러나 실제 그들에 의해 직접 남겨진 기록은 없다.

 

지금의 어려움은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현재의 도전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가장 큰 경제적 혁신과 성장은 위기의 시기에 이루어졌다. 1970년대 석유위기 이후 한국의 중화학공업이 발전했고,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에 IT 산업이 도약했다. 지금의 어려움 역시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는 전환점이 될 수 있으며, 그래서 도전을 혁신의 기회로 만드는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미중 무역 변화, 한국 수출의 새로운 기회

 

최근 국제 무역 환경의 변화는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어주고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 감소는 역설적으로 한국 수출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특히 전자제품, 기계류, 조선 분야에서 한국의 수출 비중이 15~20% 증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미중 무역 변화의 핵심은 기존 글로벌 공급망의 근본적인 재편에 있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 제재와 디커플링(탈동조화) 정책으로 인해 전통적인 무역 패턴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으며, 이는 한국과 같은 중견 무역국에게 전략적 재포지셔닝의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의 첨단기술 제품군은 미국 시장에서 중국 대체재로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글로벌 IT 수요와 한국 기술의 경쟁력

 

글로벌 IT 수요의 지속적 확대는 한국 수출에 또 다른 호재다.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분야들은 세계 시장에서 한국 수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AI와 데이터 경제의 급성장으로 반도체, 첨단 전자기기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계속해서 확대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한국 기업들의 첨단 반도체 기술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5G, AI, 클라우드 컴퓨팅 등 미래 기술 분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미중 간 전략적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국 IT 기업들은 오히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더욱 견고한 입지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신뢰성, 그리고 지정학적 위치가 주요 강점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저력

 

주요 수출 대국 중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한국 경제의 저력은 눈부시다.2) 세계 경제의 점진적인 소비와 투자 회복 조짐 속에서 안정적인 무역흑자 유지도 기대된다.

 

2) 2024년 수출입 평가 및 2025년 전망(TRADE FOCUS 2024년42호, 한국무역협회)

 

이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탄력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경제의 강점은 ‘빠른’ 기술 혁신과 글로벌 ‘대응력’에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6천 달러를 넘어섰으며, OECD 국가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특히 수출 주도형 경제 모델, 높은 교육 수준, 혁신적인 기업 문화 등이 한국 경제의 기초를 형성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적응력과 혁신 능력은 여전히 높이 평가받고 있다.

 

희망의 씨앗을 뿌리다

 

불확실성은 기회의 또 다른 이름이다. 국내외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수출은 새로운 길을 개척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듯, 미래를 향한 희망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어려움은 지나갈 것이고, 우리가 심은 희망의 나무는 계속해서 자라날 것이다.

 

한국 경제의 미래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우리의 혁신적 사고와 도전 정신에 달려 있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는 끊임없는 혁신과 적응을 통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스피노자의 지혜처럼, 우리는 지금 미래를 향한 희망의 씨앗을 묵묵히 심어야 한다.

 

동양의 지혜에서 뱀은 예로부터 지혜와 신성함의 화신이었으며, 그 풍부한 산란으로 풍요와 다산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2025년 을사년은 특히 청사(靑蛇), 즉 푸른 뱀의 해로, 일반적인 뱀띠 해를 넘어 더욱 역동적이고 활기찬 변화의 기운을 품고 있다. 대한민국이 역사적으로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이 푸른 뱀의 해는 우리에게 새로운 시작과 도약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 해가 우리 모두에게 긍정의 에너지로 가득 차, 혁신과 성장을 향한 지혜로운 여정의 출발점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을사년의 푸른 기운이 우리의 무역과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대한민국이 세계무대에서 더욱 빛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현)경인여자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경기TP, 인천TP 등 기관 전문위원

• (전)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월드클래스플러스사업 선정평가 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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