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서설_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 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
이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풀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 가는 일이다.
[시인] 문 병 란
1935년 전남 화순 출생(2015년 별세)
시집 『꽃에서 푸대접 하거든 잎에서나 자고 가자』 『금요일의 노래』『법성포 여자』 등
2010년 낙동강문학상, 제1회 박인환 시문학상
제1회 광주광역시 문화예술상 수상
[시감상] 양 현 근
사랑은 자기 자신을 희생하여
상대를 높이는 일이다
같은 말 같은 행동보다는
그저 같은 곳을 묵묵히 바라보거나
말없이 서로의 눈빛을 헤아리는 일이다
서로의 가슴 속에 고요히 들어가 앉아
서로 가진 것을 하나씩 잃어가다가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가서 죽는 일이다
그게 사랑이다.
[낭송가] 서 수 옥
대한민국 시낭송가대상
논개선양 퍼포먼스대회 국회의장 대상
대한민국 시낭송 명인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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