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 그리워_오세영
그리운 이 그리워 마음 둘 곳 없는 봄날엔
홀로 어디론가 떠나 버리자
사람들은
행선지가 확실한 티켓을 들고
부지런히 역구를 빠져 나가고 또
들어오고,
이별과 만남의 격정으로 눈물짓는데
방금 도착한 저 열차는
먼 남쪽 푸른 바닷가에서 온 완행
실어 온 동백꽃잎들을
축제처럼 역두에 뿌리고 떠난다
나도 과거로 가는 차표를 끊고 저 열차를 타면
어제의 어제를 달려서
잃어버린 사랑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리운 이 그리워
문득 타 보는 완행열차,
그 차창에 어리는 봄날의
우수
[시인] 오 세 영
1942년 전남 영광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65년 ~1968년 《현대문학》에 작품이 추천되어 등단
시집 『반란하는 빛』 『가장 어두운 날 저녁에』 『모순의 흙』 『무명연시』 『불타는 물』
『사랑의 저쪽』 『신의 하늘에도 어둠은 있다』 『꽃은 별을 우러르며 산다』
『어리석은 헤겔』 『벼랑의 꿈』 『적멸의 불빛』 『시간의 쪽배』
평론집 『한국낭만주의 시 연구』 『20세기 한국시 연구』 『한국현대시의 해방』
『상상력과 논리』 『문학연구방법론』
산문집 『꽃잎우표』와 시론집 『시의 길 시인의 길』 등
한국시인협회상(1983), 녹원문학상(평론부문, 1984), 소월시문학상(1986),
정지용문학상(1992), 편운문학상(평론부문, 1992), 공초문학상(1999), 만해시문학상(2000) 수상
[시감상] 양 현 근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앞 뒷산 다투어 피어나는 봄꽃들이며
이름 모를 산새들마저 사랑을 노래하느라 부산하다.
가슴 시리도록 아름다운 봄날,
하물며, 보고싶은 이 보고 싶고
그리운 이 더 많이 그립지 않겠는가
과거로 떠나는 기차표를 끊을 수만 있다면
잃어버린 옛사랑과도 만날 수 있을까
꿈길 따라 흐르는 봄날의 완행열차가
동백꽃잎을 뿌리며 어디론가 떠나간다.
[낭송가] 박 경 애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