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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데스크 칼럼] 가상화폐는 달러를 대체할 공정하고 안전한 기축통화가 될까?

- 20년간 각국 외환보유고에서 달러가 차지하는 비중 11%나 줄어
- 10대 산유국 중 절반 넘게 달러 결제 기피…우크라전쟁이 촉매제
- 총발행량 정해진 비트코인, 무제한 발권으로 피해준 달러 대척점
- 달러 무기화가 달러약화 불러…미국 가상자산 수용 쉽지 않을 것

 

(조세금융신문=이상현 부국장)  최근 몇 달간 지구촌 주요 인사들의 발언과 사건을 최신순부터 나열한 뒤 가깝게 수개월, 수년치 관련 뉴스들을 찾아 보다보니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언저리까지 닿았다. 문득 최근 가상자산 이슈의 급부상이 꽤 오래전부터 예고됐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물론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가능성이 없지 않겠지만.

 

<뉴욕타임즈(NYT)>는 20일(미 현지 시각) “미 재무부가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제재를 회피하려는 러시아의 노력을 차단하기 위해 러시아 은행, 암호화폐 채굴회사 및 불법거래 혐의로 기소된 개인 네트워크를 겨냥해 새로운 제재를 부과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 영국 금융전문 미디어 <머니위크>는 “미국내 천연가스 가격이 과거 12개월치의 200%, 영국은 230&, 유럽은 무려 340%까지 치솟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거대 정유사들은 현금을 찍어냈다(minting cash)”라고 표현했다. 화폐 주조를 뜻하는 민팅(minting)이란 단어는 대체불가능토큰(Non-Fungible Token)을 발행할 때도 써,  요즘 꽤 낯익은 단어가 됐다.

 

이날로부터 일주일전쯤인 4월13일(워싱턴 현지 시각) 재닛 옐런(Janet Yellen) 미 재무장관은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 연설에서 “달러가 세계경제에서 다른 기축통화로 대체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가 말한 다른 기축통화는 놀랍게도 암호화폐(Cryptocurrency)다.

 

옐런 장관은 불과 며칠 전 “자산이 대차대조표에 저장되든,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에 저장되든 상관없이 소비자는 사기로부터 보호돼야 한다. 수표, 전신환, 암호화폐 등 뭘 사용하든 자금세탁 등의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돼야 한다”고 밝혔다. 장차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는, 다소 신경질적인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녀는 특히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매우 투기적이며 시장은 거의 규제되지 않고 있다. 누구나 투자금 전부를 잃을 것에 대비해야 한다”며 거듭 가상자산에 대한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비슷한 시점인 4월7일 아랍에미리트(UAE)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러시아 회원국 자격 정지(suspension) 표결에서 다른 57개국과 함께 기권했다. 두바이는 2018년 블록체인 법원을 설립하고 가상자산 관련 규제법을 도입하는 등 글로벌 디지털 자산거래소 유치를 위한 제도 인프라 마련에 매진하고 있다. 자산가치가 20억달러(2조4910억원)인 글로벌 1위 가상자산거래소 바이낸스가 두바이 세계무역센터 '경제자유구역(free zone)'에서 거래소 허가를 받았다. 4월3일 미국 CNN이 “지난 80년간 달러로 (세계를) 지배한 미국이 기축통화 지위를 잃을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드러낸 지 나흘만이다.

 

그 이틀 전인 4월1일 ‘거짓말’처럼 1900만번째 비트코인이 채굴됐다. 발행 개수가 2100만개로 정해진 비트코인의 전체 발행량 중 90%가 모두 채굴된 역사적인 순간이다. 지구촌 언론이 일제히 이를 비중있게 보도했다.

 

하루 전인 3월30일 인도계 미국 경제학자인 기타 고피나트(Gita Gopinath)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부총재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와의 인터뷰에서 “달러는 앞으로도 주요 통화로 남겠지만 더 작은 차원의 분열은 확실히 가능하다”며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달러의 지배력이 점차 약화되고 국제 통화시스템 역시 더욱 파편화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날 일본의 <NHK>는 “러시아의 경제제재 우회를 막기 위해 일본 정부가 일본과 다른 나라들이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SWIFT) 네트워크로부터 차단한 이후 일부자산과 가상화폐를 교환하지 못하도록 하는 '외환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보도했다. 법안은 구체적으로 제재대상 개인과 법인이 제3자에 대한 가상화폐 전달을 제한하는 한편 가상자산 거래 허용 전 가상자산 수취자가 블랙리스트에 올랐는지 체크를 의무화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로부터 이틀 전인 3월28일 러시아 매체 <타스통신>은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 드미트리 페스코프(Dmitry Peskov)가 비우호적 국가에 대해 가스 대금을 루블로 지불토록 했는데, 유럽이 러시아 통화로 지불하기를 거부하면 자선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3월24일 파벨 자발니 러시아 하원 에너지위원회 위원장은”우호국들로부터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대금을 비트코인으로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지 나흘만에 나온 얘기였다.

 

그로부터 9일 전인 3월15일 유럽연합(EU) 의회는 27개 회원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디지털 자산 발행 및 거래를 광범위하게 인정하고 회원국간 유효한 디지털자산 사업허가를 도입, 가상자산 기업들이 회원국 전체를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디지털 자산 맞춤형 규제를 비롯해 기업들이 주식과 채권 등 전통 금융산업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시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샌드박스 적용, 가상자산 기업에 사업허가를 줘서 지구촌 기업들이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내에서 활발하게 디지털 사업을 할 수 있게 하는 126개 조항의 ‘디지털 자산 규제안(MiCA, Market in Crypto-Assets)’이다.

 

같은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국에 수출하는 원유 일부를 중국 화폐인 위안화로 결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양국은 4월말 라마단이 종결된 뒤 5월 정상회담을 갖고 이를 공식화 할 예정이다. 중국은 이미 이란 원유를 위안화를 주고 사오기로 이란과 합의한 상태다.

 

3월3일 달러 패권 전쟁의 최전방에 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덕슨 상원오피스빌딩(Dirksen Senate Office Building)에서 열린 의회 청문회에서 “두 개 이상의 기축통화를 보유할 수도 있다”며 위기감을 토로했다.

 

그 사흘전인 2월28일 미 재무부는 러시아 중앙은행과 러시아 정부 기금, 러시아 재무부 등이 미국과 거래하는 것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경제제재 중 핵심은 러시아 외환보유고 동결이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네번째 많은 달러를 보유하고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절반을 에너지 수출로 벌어들여 그렇게 번 달러로 공산품과 식품 등을 수입한다. 그런 나라에 대해 미국이 달러를 못 쓰게 만든 해괴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한국과 같은 주요 대 러시아 수출국은 받을 돈을 못받게 됐다. 또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대러 수출중단 제재에도 동참, ‘이중삼중’의 고통에 처해졌다. “러시아 제재가 아니라 한국 등 동맹국 제재”라는 얘기가 공공연히 돌았다.

 

미국의 이 같은 조치 직후 제재 당사국인 러시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에 천연가스 대금을 루블(러시아 화폐)과 비트코인(가상화폐)으로 내라고 요구했다.

 

러시아는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통해 중국과 함께 단일 통화 도입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심지어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국 안보협의체, QUAD) 가입국인 인도마저 러시아와 무역을 지속하기 위해 루피(인도 화폐)와 루블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 중이다. 이미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구성된 브릭스(BRICS)는 자체 디지털화폐인 ‘브릭스코인’을 활용하고 있다.

 

러시아 외환보유고 동결을 포함하는 미국의 대러 경제제재 나흘 전인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을 시작했다. 유럽에서 전쟁이 일어나기 두달쯤 전인 2021년 12월31일. 그 해 4분기 전 세계 외환보유고 중 달러가 차지하는 비율은 58.8%(7조871억달러)로 집계됐다. 71%였던 1999년보다 무려 11%p가 줄어든 것이다.

 

달러가 외환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었지만, 달러는 무진장 발행됐다. 2021년 중반인 6월12일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에 영국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패러디한 ‘최후의 G7’란 그림을 보면 독수리 머리의 미국은 예수 자리에 앉아 휴지를 원료로 달러를 마구 찍어내고 있다.

 

시계를 껑충 되돌려 2020년 3월23일로 가보자. 이날 미국 연준은 사상 최초로 ‘무제한 양적완화’를 하기로 발표했다.

그로부터 꼭 10개월 전인 2019년 5월23일 러시아 중앙은행장 엘비라 나뷔울리나(Elvira Nabiullina)는 “금 본위 가상화폐 제도를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각국 정부가 가상화폐 얘기를 공공연하게 꺼내기 까지 약 11년이 걸렸다. 2008년 10월 31일 사토시 나카모토가 쓴 비트코인 백서, <비트코인 : 개인과 개인 간 전자 화폐 시스템(Bitcoin :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가 인터넷에 공개됐다. 비트코인의 소스코드도 배포됐다.

 

비트코인 백서 공개 보름 전인 9월15일 미국의 투자은행(IB) 리먼 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했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본격 자산 다변화를 꾀했다.

 

미국이 달러를 무기화 한 게 되레 달러 가치를 낮췄다. 미국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대(對)테러 대응을 명분으로 스위프트(SWIFT) 시스템 정보를 언제든 수집할 수 있게 한 ‘국제긴급경제권법’ 등 타국의 대한 각종 제재 수단을 발동하기 시작했다. 학자들은 당시에도 경고했었다. 하지만 미국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설마 기축통화의 지위가 흔들리겠느냐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하지만 결국 세계 각국이 무기화된 달러를 기피하면서 탈(脫)달러화(De-dollarization) 바람이 시작됐다.

 

미국 주도의 브레턴우즈 체제가 시작되면서 달러가 공식 기축통화로 자리 잡은 게 1944년 일이다. 당시 지구촌 석유 판매의 80%가량이 달러로 결제됐었다.

 

 

 

이제 추스려 보자. 2020년 기준 원유생산량 1위는 미국이다. 러시아가 2위, 사우디아라비아가 3위, 중국이 6위, 아랍에미리트(UAE)가 7위, 브라질 8위, 이란이 9위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중국이 공식적으로 원유나 천연가스 거래에서 달러를 쓰지 않을 수 있게 됐다. 러시아 비난 대열에서 이탈한 UAE는 가상자산 플랫폼을 적극 서둘러 왔다. 상위 10대 산유국에 들어가는 브라질과 러시아, 중국은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함께 브릭스(BRICS)로 엮여 암호화폐 브릭스코인(BRICS Coin)을 사용하고 있다. 브릭스 코인은 키릴 드미트리에프(Kirill Dmitriev)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대표가 지난 2017년부터 주도해온 의제 중 하나다.

 

비트코인은 총발행량이 정해져 있어 무제한 발권돼 온 달러의 대척점에 있다. 미국만을 위한 달러 기축에 넌덜머리를 내는 나라들 중에는 그 동맹국들도 포함돼 있다. 달러의 영향력이 급속히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속도의 문제일 뿐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는 달러의 자리를 누가 대신 차지할까. 위안화? 루블화? 엔화? 절대 아니다. 지구촌은 더 이상 어리석게 특정 국가 통화를 기축통화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정답은 이미 이 칼럼에 수십차례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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