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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2 (목)


[이슈체크] 물가 안심하기엔 이르다…‘S’ 문턱에 선 한국 경제

고유가·고환율에 비용 인플레 확대
내수 회복 지연 속 금리 딜레마 심화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중동발 고유가 충격이 한국 경제의 균형을 흔들고 있다. 물가는 들썩이고, 내수는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 상승, S)’ 우려가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2%대 소비자물가가 유지되고 있지만, 실상도 정말 그럴까. 유가와 환율이 끌어올린 수입 비용 압력은 커졌지만, 민간소비를 중심으로 한 내수 수요는 여전히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선택지도 그만큼 좁아졌다.

 

◇ 에너지발 물가 상승…정책 대응 여지 축소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월(2.0%) 대비 소폭 상승한 2.2%로 집계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안정권이다. 그런데 주의 깊게 봐야 할 대목은 물가를 끌어올린 동력이다.

 

석유류 가격이 9.9% 급등하며 전체 물가를 밀어 올렸다. 경유(17.0%), 휘발유(8.0%) 등 주요 에너지 품목 가격 상승폭이 컸다.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오른세가 동시에 작용한 결과다.

 

반면 농축산물 가격은 0.6% 하락했다. 정부의 가격 안정 정책과 출하 확대가 맞물리며 상승 압력이 일부 상쇄됐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물가는 수요가 아니라 유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요인에 의해 밀려 올라가는 구조로 해석된다. 이 경우 금리 조정으로 물가를 잡기 쉽지 않다. 금리를 내리면 물가 자극 우려가 남고, 올리면 내수 둔화가 심화된다.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카드가 좁아진 상황이다.

 

◇ 생산은 버텼지만 내수는 멈칫…추경까지 겹쳤다

 

문제는 향후 유가와 환율 흐름이다. 중동 리스크가 이어지는 한 유가와 환율은 계속해서 불안정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원화 약세가 수입 물가를 자극하고, 이는 다시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고리가 더 단단해질 수 있다.

 

고유가 자체도 부담이지만, 고환율이 겹치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진다. 이미 시장에서는 유가 100달러, 환율 1500원대가 동시에 고착화되는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물가의 하방 보다 상방 리스크가 더 커져있는 상황이다.

 

성장 흐름도 불안하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월 산업활동동향을 살펴보면 전산업생산이 전월 대비 2.5% 증가하며 큰 폭으로 반등했다. 반도체 생산이 28.2% 급증했고 설비 및 건설투자도 각각 13.5%, 19.5%로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소비는 달랐다. 소매판매가 전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의복 등 준내구재(-5.4%)와 통신기기 및 컴퓨터 등 내구재(-1.5%) 판매가 줄었고,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2.6%)가 늘며 소비가 보합을 나타냈다.

 

생산과 투자가 경기를 지탱하고 있지만 내수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데, 여기에 중동 사태 영향이 본격 반영되면 소비 둔화가 더 뚜렷해질 수 있다.

 

여기에 재정 변수도 추가됐다. 정부는 26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고유가 대응과 민생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단기적으로는 부담 완화 효과가 있지만, 총수요 확대를 통해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 특히 현금성 지원과 유류비 지원이 동시에 집행되면 체감 물가는 낮출 수 있지만, 전체 물가 흐름에는 상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 금리 내리기도, 올리기도 어렵다…S 공포 엄습

 

이 지점에서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진다. 물가가 다시 오르면 기준금리를 내리기 어렵다. 반대로 고유가 충격이 성장 둔화를 심화시키면 금리를 올릴 수도 없다.

 

즉 금리 인하는 늦춰질 가능성(동결)이 커졌다.

 

아직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물가 측면에서 다시 상방 압력이 확인됐고, 내수는 반등 동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문제는 이번 물가 상승은 소비 회복이 아니라 유가와 환율이 끌어올린 외부 비용 요인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공급발 압력이 지속될 경우 물가는 쉽게 내려오지 않을 것이고, 내수는 오히려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유가와 내수 중 무엇이 먼저 꺾이느냐에 따라, 우려로 끝날지 ‘S 국면’으로 넘어갈지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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