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7 (토)

  • 구름많음동두천 17.6℃
기상청 제공

보험

[전문가칼럼] 피보험자 서명을 다른 사람이 대신한다면

 

(조세금융신문=한규홍 손해사정사) 보험계약의 체결과정에서는 계약자, 피보험자 등의 관계자가 있으며 각각 서명을 해야하는 항목이 있다. 그런데 본인이 아닌 가족이나 친구, 모집인(설계사), 지인 등이 대리로 서명하여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상법 731조에는 타인의 생명보험이라는 규정이 있다.

 

이 규정은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에서는 보험계약 체결 시 그 타인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보험대상자인 피보험자의 동의는 묵시적이거나 추정적인 동의가 아닌 보험청약서 등 피보험자가 작성해야 할 서류에 직접 서명해야 하는 동의를 뜻하게 된다.

 

예를 들어 부부관계인 A와 B가 있다고 가정할 때 피보험자가 A이고 보험계약자가 B라고 가정했을 때 사망보험금 특약이나 담보가 보험에 포함된다면 타인의 생명보험계약으로 볼 수 있다. 이 때 보험계약자인 B가 주도하여 보험을 가입하고 보험료도 납입한다고 하여도 피보험자 A에 대한 서면동의가 있어야 한다.

 

만약 피보험자 A가 서명해야 할 내용을 B가 대신하여 서명하게 된다면 상기 규정에 따라 보

험이 무효가 되어 사망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도 사망보험금 처리를 받지 못하게 된다.

 

보험약관에서 정하고 있는 계약의 무효 조항을 살펴보면 타인의 사망을 보험금 지급사유로 하는 계약은 계약 체결 시까지 보험대상자인 피보험자의 서면에 의한 동의를 얻지 아니한 경우에는 보험이 무효가 되고 있다.

 

만약 보험모집인이 보험을 판매하면서 피보험자에 대한 자필서명을 다른 사람에게 대신하게 하여 보험이 무효 된 경우에는 피보험자에 대한 사망보험금 처리를 받지 못한 경우에는 보험업법 102조 등에 의하여 그 보험금의 상당액을 손해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결정한 일부 판결이 있다. 그러나 무조건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아니므로 주의해야 한다. 사례를 살펴보자.

 

# 피보험자 A씨는 갑작스러운 심질환으로 사망하였다. A씨의 유족은 사망보험금을 신청하였는데 보험회사에서는 확인해봐야 할 내용들이 있다며 현장심사가 진행한다고 안내하였다.

 

청구자 측은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였지만 보험회사가 선임한 손해사정사는 신용카드 관련 서류, 피보험자가 각종 서류에 서명한 내용, 글씨체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요청하였다. 의아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명백한 사망 건이었기 때문에 의심하지 않고 여러 절차에 협조하였다. 보험회사에서 위임한 손해사정사는 조사 진행 후 보험청약서류 등에 작성한 서명이 피보험자 A씨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험이 무효가 되어 사망보험금 처리 대상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피보험자의 사망사고는 보험금 처리가 가능한 사고였지만 보험금은 처리되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보험가입 시 A씨의 서명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다른 사람이 서명하고 작성한 것으로 확인한 것이다. 무효의 근거로 필적감정서 등의 서류를 근거로 제시하였다. A씨의 유족은 보험료를 성실하게 납부하였다며 부당함을 호소하였지만 보험은 무효처리되었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타인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하는 보험계약은 보험계약체결시점까지 서면에 의한 동의가 있어야 한다.

 

사정이 있거나 서명이 귀찮아서 다른 사람이 대신 서명하게 된다면 보험이 오랜 기간 유지되었다고 하더라도 무효가 되어 정작 받고자 했던 보험금을 처리 받지 못하게 된다. 타인의 생명보험 계약이 아닌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같은 계약에서의 대리서명은 쟁점을 다르게 봐야 한다.

 

자기를 위한 보험계약의 경우에는 보험계약의 체결과정, 대리서명의 경위, 위임 등의 표시여부 등 여러 상황을 따져 사례를 판단해야 하지만 서명을 대리한 사람이 서로 승낙한 경우로 볼 수 있다면 보험계약의 효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는데 타인의 생명보험 계약이 아니기 때문이다. 서명에 관한 분쟁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각각의 계약관계자 본인이 직접 서명을 하면 되는 문제이다. 번거로움이 있더라도 대리로 서명을 하지 않으면 된다.

 

보험은 미래에 위험에 대비하여 가입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향후 보험금 지급에 문제가 발생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계약이라면 피보험자가 해야 할 자필서명은 반드시 피보험자가 직접해야 한다.

 

[프로필] 한규홍 한결손해사정 대표
 •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 금융소비자원 서울센터장
 •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손해사정 자문위원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네티즌 의견 0

스팸방지
0/300자







전문가 코너

더보기



[데스크 칼럼] 젊기도 설워라커늘 짐을 조차 지라고 해서야
(조세금융신문=손영남 편집국 부국장) 식당이나 술집 계산대 앞에서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우리에겐 일상과도 같다. 서로 내겠다며 다툼 아닌 다툼을 벌이는 모습이야말로 그간의 한국 사회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모습이었달까. 주머니의 가벼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런 대범함(?)은 그만큼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깔려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앞으론 그런 훈훈한 광경을 보지 못하게 될 확률이 높다. 요즘의 젊은 친구들, 그러니까 소위 MZ세대라고 불리는 층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이기 때문이다. 자기가 먹지도 않은 것까지 계산해야 한다는 걸 받아들일 수 없는 이들이 MZ세대다. 누구보다 실리에 민감한 세대인 탓이다. 그들을 비난할 의도는 전혀 없다. 오히려 그게 더 합리적인 일인 까닭이다. 자기가 먹은 건 자기가 낸다는 데 누가 뭐랄까. 근데 그게 아니라면 어떨까. 바꿔 생각해보자. 다른 사람이 먹은 것까지 자기가 내야 한다면 그 상황을 쉬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더구나 그게 자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작금의 연금 개혁안을 두고 MZ세대들이 불만을 토하고 있는 현 상황이 딱 그 꼴이다. 어렵게 번 돈을 노후를 위해 미리 쟁여둔다는 것이 연금의 기본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