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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두한 칼럼] 초유의 물가대란 사태,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해야 <下>

(조세금융신문=송두한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민생확대 재정의 불씨를 꺼버린 사상 최악의 재정파탄 사태

 

기재부가 지난해 정부업무평가에서 3년 만에 최고등급인 A등급을 받았는데, 당황스럽게도 그 이유가 재정건전화 노력을 높게 평가했다는 것이다. 무능의 상징인 “-56.4조원”이라는 최악의 세수펑크 참사를 높게 평가했다는 말인데, 정부의 세수추계 오류의 이력부터 살펴보자.

 

기재부의 무능한 재정운영 역량은 코로나 사태에 비견할 만한 대참사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홍남기 “또ECD” 부총리(정부에 유리한 국제지표만 선택적으로 사용해 붙여진 별명)가 불러온 의도적인 과소추계 의혹이 민생경제에 타격을 가한 대참사로 기억된다. 펜데믹 위기의 한복판에서 코로나 손실보상 문제가 발발하자, 초과세수 규모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기껏해야 “20조원+a” 정도에 불과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결과, 2021년 +60.4조원, 2022년 +57.3조원 등으로 2년 연속 50조원 넘는 초과세수가 발생하는 최악의 오류 참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코로나 사태 당시 필요한 곳에 필요한 구제 자금이 적기에 투입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버렸다. 위기의 원천인 코로나발 매출 충격을 조기에 진화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충격의 여진이 지금까지도 내수업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에는 현 정부에서 과소추계 의혹보다 더 심각한 재정파탄 사태가 벌어졌다. 즉, 정책 수단에 불과한 건전재정이 국정 목표로 변질되면서 “–56.4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악의 세수펑크를 냈다. “법인세 뺀 긴축재정”을 밀어붙이는 사이 민생경제는 긴축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물가·고금리 충격을 견뎌내야만 했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강조하면 할수록 재정은 더 불건전해졌고, 민생경제는 더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든 이유다.

 

더 큰 문제는 이제는 재정 여력이 소진되어 확장적 민생재정을 통해 소득보전이나 물가안정 대책을 추진할 동력이 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물가대란의 주범은 건전재정에 깃든 친자본·친기업 편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건전재정은 부자감세로 뒷문 열어놓고 긴축 민생재정으로 앞문 잠근 제로썸 게임(zero-sum)에 가깝다. 건전재정의 본질이 “부자감세·서민증세”임을 지표로 살펴보자.

 

작년 세수펑크 중에서 법인세 감소분이 44%를 차지할 정도로 재정건전성 악화에 기여한 공로가 크다. 구체적으로, 법인세는 2022년 103.6조원에서 2023년 80.4조원으로 무려 23.2조원이나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국세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26.2%에서 23.4%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유리 지갑인 근로소득세는 2022년 57.4조원에서 2023년 59.1조원으로 오히려 증가했으며, 국세 차지 비중도 14.5%에서 17.2%로 대폭 증가했다. 건전재정이 부자감세 공백을 서민 증세로 메우는 데 일조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진짜” 건전재정은 재정의 경기대응력을 높이는 전문 역량을 보이는 것이다. 경제가 좋을 때는 긴축을 통해 경기 과열을 사전에 방지하고, 경제가 어려울 땐 민생 확장재정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지금처럼 민생경제가 어려울 때 민생확장 재정을 추진해 내수경기 진작에 힘써야 할 때인데, 세수펑크 충격으로 이를 실행할 재정 여력조차 남아 있지 않다. 민생물가 대란의 원인이 건전재정의 친기업 편향에 있는 이유다.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최고의 민생물가 대책이다

 

그렇다면, 민생물가 대란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문제의 본질이 물가발 소득충격에 있는 만큼, 그 답은 법인세가 아닌 소득세에서 찾아야 한다. 즉, 민생 확장재정 수단으로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유례없는 고물가·고금리 충격으로 실질소득이 급감했는데도, 근로소득세만큼은 폭발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다. 일례로, 근로소득세는 2013년 이후 지난 10년간 169% 급증했지만, 법인세는 불과 8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는 작년 경기 불황 속에서도 법인세 세수는 –22% 감소했지만, 근로소득세 세수는 오히려 3% 증가했다. 현행 소득세법 체제가 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임을 보여준다.

 

 

 

 

현행 근로소득세의 가장 큰 문제는 소득세율 구간이 물가를 반영하지 못해 세율을 올리지 않아도 세금이 늘어나는 자연증세가 일어나는 구조다. 즉, 물가상승으로 인해 실질소득은 그대로인데, 명목소득이 늘어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

 

당연히, 미국, 캐나다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물가와 연동해 소득세 세율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근로자의 숙원사업과도 같은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물가대책인 동시에 소득대책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다.

 

끝으로, 임금이 물가를 반영해 올라가면, 근로소득세의 세율구간도 물가를 반영해 상향 조정되어야만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물가와 연동해 움직이는 근로소득세는 근로자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물가 충격을 흡수하고 소비 여력을 복원하는 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 지금이 바로 세법개정안에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담아낼 적기임이 분명하다.

 

 

[프로필] 송두한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 국민대학교 특임교수

◾ KDI 경제정책 자문위원

◾ 전) NH금융연구소장(NH금융지주)

◾ 전) Visiting Assistant Professor

(Otterbein University, Columbus, Ohio)

※ 저술: 서브프라임 버블진단과 파급효과 진단, 주택버블주기 진단과 시사점, 경영분석을 위한 고급통계학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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