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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태풍 끝 찾아온 강(姜)바람, 국세청장에 닿다…제26대 강민수 국세청장 <下>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지난 中편에서 이어집니다>

 

◇ 세 번째 고비, 대전국세청장

 

부산 선배(임성빈), 행시 37회 동기(김명준·이준오), 막강 경력의 행시 38회 후배들(임광현·노정석)까지.

 

잘 나가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건 같은 시기를 사는 사람들은 힘들다는 이야기가 된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2018년 7월 인사에서 국세청 기획조정관에 임명, 일약 강 바람을 일으켰으나, 2019년 7월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에 임명되면서 또 다시 밀려나게 됐다.

 

어쩔 수 없었다. 2019년 7월 당시 부산 선배는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임성빈), 행시 37회 동기는 국세청 조사국장(이준오)을 맡고 있었다. 행시 38회 후배 중 한 명은 국세청 자산과세국장(노정석), 다른 한 명은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을 거쳐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에서 차기 조사국장 배치를 기다리고 있었다(임광현).

 

이렇게 되자 강민수 국세청장이 갈 자리가 거의 없었다. 국세청 본부 10개 국장 보직 가운데 전산정보관리관, 기획조정관은 이미 했고, 개인납세국장(최시헌)은 자칫 2급 지방국세청장으로 나가는 자리니까 안 되고, 소득지원국장이나 자산과세국장, 감사관은 본부 초임 국장이나 가는 자리니까 안 되고, 법인납세국장은 부산 선배(임성빈)가. 국제조세관리관(구진열)과 조사국장(이준오)은 행시 동기가 하고 있었다.

 

갈 수 있는 자리는 명목상 수석국장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이 유일했다. 이 시기 몇 개월 국세청 감사관 직무대행도 했다. 이 때 감사관 일을 맡기게 된 사람은 행시 37회 동기 김창기 국세청 감사관이었다.

 

2020년 1월 중부국세청장 자리가 비었다. 첫 번째 1급 승진 찬스였다. 그러나 중부국세청장 1급 승진은 행시 37회 동기(이준오)에게 갔다. 행시 동기는 국세청 조사국장을 맡은 바 있기에 이해할 수 있는 인사였다.

 

2020년 9월.

 

강민수 국세청장은 1급 지방국세청장으로 승진할 자격이 충분했다. 하지만 서울국세청 조사4국장, 서울국세청 조사1국장, 국세청 조사국장 타이틀을 단 임광현 의원이 서울국세청장에 승진 발령되면서 길이 하나 막혔다.

 

중부국세청장은 이미 행시 37회 동기(이준오)가 2020년 1월부터 맡고 있었다.

 

부산국세청장은 부산 선배(임성빈)가 가져갔다.

 

국세청 조사국장은 임광현 의원에 이어 행시 38회 후배(노정석)가 가져갔다. 행시 37회는 이미 부산 선배(임성빈), 행시 동기(이준오)까지 두 명의 국세청 조사국장을 배출했다. 37회 조사국장이 나올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국세청 법인납세국장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2021년 1월 행시 37회 동기(이준오)가 나가면서 드디어 중부국세청장 자리가 비었다. 하지만 중부국세청장을 가져간 건 또 다른 행시 37회 동기(김창기)였다. 이 행시 동기는 출신은 TK지만, 지난 TK정권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는 서울·호남·충청 일부·경남 정부였지만, TK출신을 한 명은 국세청 1급에 배치하여 탕평 기조를 내세우려 했다.

 

2021년 7월 인사철이 왔다. 이제는 더 맡을 본부 국장 직위도 없었다.

 

4년 7개월. 햇수로 5년차 본부국장을 한 인물은 강민수 국세청장이 유일했다.

 

하지만 부산 선배(당시 임성빈 부산국세청장)와 임광현 의원(서울국세청장)가 서로를 밀어내지 못했다.

 

둘은 차기 국세청장 후보로서 경쟁해왔는데, 둘 다 치열하게 패를 쌓았지만, 전선이 고착됐다. 임광현 의원은 서울국세청장에서 국세청 차장으로, 부산 선배는 부산국세청장에서 서울국세청장으로 영전했다.

 

하지만 부산 선배가 떠난 뒤엔 부산국세청장이 있었다.

 

그런데 중부국세청장으로 먼저 승진한 또다른 행시 동기(김창기)가 갑자기 부임 6개월만에 부산국세청장으로 밀려났다. 이유는 중부국세청장에 또 다른 실력자가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김재철 전 국세청 대변인, 전 서울국세청 조사3국장, 세무대 3기의 대두였다.

 

그는 호남의 실력자들을 다수 배출한 순천고 출신이었으며, 21대 국회에서 순천고 출신 국회의원 수는 일곱이나 된다. 고검장 출신 소병철 민주당 의원, 부장검사 출신 김웅 미래통합당 의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내게 되는 김태년 민주당 의원, 검사장 출신 김회재 민주당 의원, 노동운동가 출신 이형석 민주당 의원, 인권변호사 출신 서동용 민주당 의원, 청년 정치인 장경태 민주당 의원까지.

 

 

 

행시 동기(김창기) 입장에선 본의 아니게 강민수 국세청장의 인사 길을 막게 됐지만, 그 원인이 본인에게 없는 만큼 강민수 국세청장도 누구 탓을 할 수는 없었다.

 

2021년 7월 강민수 국세청장은 어쩔 수 없이 2급지 기관장인 대전국세청장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이마저도 시한부였다. 차기 국세청장으로 부산 선배와 임광현 의원 중 임광현 의원이 이긴다면, 국세청장 선배 기수들은 모두 떠난다는 불문율에 따라 옷을 벗어야 했다.

 

2021년 12월 인사가 마지막이라면 마지막 기회였다. 부산국세청장으로 간 행시 동기(김창기)가 명예퇴직했다. 정말로 숨통이 트일 줄 알았으며, 설마 여기서도 밀리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고조됐다.

 

노정석 전 부산국세청장. 노무현 정부의 행정관이요. 이명박 정부의 보좌관이며, 박근혜 정부의 서울국세청 조사국장이었으며, 문재인 정부의 국세청 조사국장이 그 마지막 빈자리를 차지했다.

 

이젠 참기 어려웠다. 보통 1년이면 바꿔주는 전산정보관리관에서 1년 7개월이나 있었다. 국세청 기획조정관도 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돼 세수 비상+세정 지원 업무로 동분서주로 뛰어 다녔다. 남들은 3년 만에 본부 국장 생활을 종료하고 지방국세청장에 나간다지만, 자신은 법인납세국장까지 다섯 개 보직을 거치며 총 4년 7개월을 국세청 세종 본부에서 살았다.

 

그리고 임광현·노정석. 서기관 때 밀리고, 부이사관 때 밀리고, 고위공무원 승진 때 잠깐 앞섰다가 고위공무원 수년 동안 끼어서 밀리고 떨어지고, 밀리고 떨어지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 자리가 대전국세청장. 이제 부산국세청장 승진마저 따갔다.

 

행시 동기들. 김명준 그리고 부산 선배·이준오·김창기.

 

김명준 전 서울국세청장은 일찍 승진하여 차기 국세청장에 도전하고 패배하자 깨끗하게 나갔다. 부산 선배·이준오·김창기는 과거 자신보다도 어려운 길을 걸었다가 겨우 빛을 받고 나갔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양보했다지만, 제3자가 보기엔 고속도로 중간에 내팽개친 꼴이었다.

 

국세청 불운 인명록이란 게 있다면, 그 앞자리에 배치돼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 탁류와 혼조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그 인적 구성, 세력 등을 감안할 때 이명박 정부의 계보를 잇는 정부다.

 

문민정부 이래 역사상 처음으로 이전 정부와의 단절을 선언한 정부이며, 그 결과는 정부 인사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부산 선배, 임광현 의원이 과거 어떤 경로로 살아왔든 이 둘은 문재인 정부의 유산이었다.

 

행시 37~38회까지 국세청 내에 남아 있는 TK인사도 없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PK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핵심 지지기반 출신자였다. 잠깐 2급 고위공무원인 강민수 당시 대전국세청장을 곧바로 국세청장으로 승진할 수도 있다는 설이 돌았다.

 

하지만 이는 다소 무리수가 있었고, 덜 무리수라고 찾은 것이 또 다른 행시 37회 동기, TK출신 김창기 전 부산국세청장이었다.

 

오랫동안 강민수 국세청장과 경합해온 서기관 승진 동기 중 임광현·노정석은 김창기 제25대 국세청장 취임과 동시에 자진 사퇴했다.

 

김창기 국세청장은 과거 고생만 하고 밀려나기만 한 행시동기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강민수 국세청장은 2022년 7월 인사에서 서울국세청장으로 승진 발령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차기 국세청장 후보자로서 마지막 한 수를 올렸고, 승리할 수 있었다.

 

◇ 기시감과 발차

 

‘역외탈세와의 전면전 개시. 대재산가·대기업 집중 대상, 1조원 적발 목표, 탈세정보를 수집·확보. 그리고 특수활동비 확대.’

(2011년 1월 17일, 이현동 국세청장이 처음 주재한 세무관서장 회의, 국세행정 역점 추진사항)

 

‘역외탈세는 올해 국세청의 4대 중점과제의 하나이므로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

(2013년 5월 23일, 뉴스타파의 버진아일랜드 조세도피처 보도 후 김덕중 국세청장)

 

 

 

이현동 국세청 시기는 연간 국세증가율이 경상성장률에 비례해 증가하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이명박 정부는 버는 것 이상 많은 사업을 추진했고, 국세청에 재정조달 하중이 쏠렸다. 2012년 터진 세수펑크는 2013년, 2014년으로 3연 펑크로 이어졌다.

 

이때 이현동 국세청장이 강조했던 것이 역외탈세 엄단이었으며, 박근혜 정부 1~2년간 국세청이 또 한 번 역외탈세 엄단이 강조됐다.

 

이 두 개의 엄단은 한 편으로는 무리한 기업 쥐어짜기, 다른 한 편으로는 정치적 반대를 잡기 위한 정치적 세무조사란 우려를 받았다.

 

하지만 기업 쥐어짜기의 경우 실적은 참담했다. 이현동 시대의 선박왕, 완구왕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고, 김덕중 시대의 세무조사들은 절차정당성으로 줄줄이 패소했다.

 

현 국세청은 그때와 다르다지만, 역대 최악의 세수펑크였던 지난해.

 

국세청은 특별세무조사 실적을 전년대비 약 25%나 끌어올린 2.1조원의 추징실적을 올렸다.

 

“다국적기업 등의 자료제출 거부 행위에 대해서는 실효성 있는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등 엄정한 조사를 위한 기반을 조성하겠다.”

(2024년 7월 2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업무보고, 강민수 국세청장)

 

 

이에 정성호 민주당 의원은 조용한 경고를 보냈다.

 

“앞에서는 기업 감세를 하겠다고 말하고 뒤로는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세무조사로 기업을 쥐어짜고 있다.”

 

위기일수록 정권의 내부 압력은 높아진다. 국세청 베테랑들은 떠나고, 신규 직원들도 실망하여 이탈하고 있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공직생활 내내 큰 고비를 셋이나 넘겼다. 하지만 그것은 작은 사회의 다툼이었다. 이제 국세청장으로서 정말 큰 흐름 앞에 섰다. 그러나 혼란스러운 정국 속에서 빛이 되어 줄 진리가 앞에 있을지 알 수 없다.

 

제26대 국세청이 역을 떠났다. 희미한 우려 속. 어딘가 종착지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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